[테크&포커스] 레고켐 6.5조 기술수출… 제약사, 신약개발로 글로벌 몸집키운다

강민성 2023. 5. 7.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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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한미약품 8조 빅딜 이후, 복제약서 신약개발로 전략 변경
日, 해외기업과 공동연구로 성장… 기술거래로 임상3상 경험 쌓아야

제약바이오 업계의 기술수출이 올해 다시 활기를 띠고 있다. 지난해 3고로 주춤했던 기술수출이 올초부터 다시 본격화되면서 넉달간 벌써 11건의 기술수출을 성사시켰다. 이 속도라면 역대 최대 성과를 냈던 2021년의 기술수출 건수를 뛰어넘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국내 기업들의 기술수출은 2015년 한미약품이 미국에서 열리는 연례행사 'JP모건 컨퍼런스'에서 빅딜을 터트린 게 '트리거'로 작용한 이후 빠른 속도로 성장해왔다.

한미약품은 지난 2015년 JP모건 헬스케어 컨퍼런스에 참석해 지속형 당뇨 신약 후보물질인 '퀀텀프로젝트'를 소개했고 그 해 10월 사노피에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하는 등 2015년에만 6건의 기술수출을 계약을 맺었다. 한미약품이 그해 8조원 규모의 기술수출 잭팟을 터트리면서 복제약에 의존했던 기업들이 신약개발에 도전에 본격 나서는 계기가 됐다. 전문가들은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신약 개발에 투자하고 있지만 임상 3상까지 독자적으로 하기 위한 기반이 부족한 만큼 해외 기업들과 오픈이노베이션을 통해 공동연구를 하면서 배우는 전략을 펴야 한다고 조언한다.

정윤택 제약산업전략연구원 대표는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성장곡선을 그리려면 신약을 개발해 상업화한 후에 자체 개발을 해야 한다"면서 "그런데 신약개발을 하려면 무려 10년 이상의 기간과 함께 글로벌 신약개발 과정에서 최소 3000억원에서 조 단위의 돈을 쏟아부어야 하는데, 자체 개발을 해도 해외에 판매망 거점이 없으면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국내 기업들이 신약 개발 기술력을 높이면서 해외에서 시장 기회를 얻으려면 오픈이노베이션을 통한 기술거래가 가장 효과적이라는 것. 정 대표는 "일본 제약사들은 글로벌 제약사와의 오픈이노베이션을 통한 기술개발에서 시작해 현재 7곳의 제약사가 글로벌 톱 50대 제약사에 진입해 시장점유율을 높여나가고 있다. 우리나라도 같은 방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배진건 이노큐어테라퓨틱스 수석부사장은 "아직 우리 기업들의 신약개발이 걸음마 수준인 만큼 임상 3상까지 지휘하고 이끌어나갈 실력이 부족한 데다 임상 3상의 막대한 투자자금을 감당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라며 "해외 기업들과 공동으로 연구해 가면서 임상 3상 노하우를 쌓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오픈이노베이션을 통한 기술거래를 통해 해외로 진출하는 방법이 K제약바이오 기업의 핵심 전략이 되고 있는 가운데 한미약품, 유한양행, 대웅제약, 레고켐바이오의 기술수출 전략이 성공적인 사례로 꼽힌다. 이들 기업은 해외 오픈이노베이션을 기반으로 꾸준히 마일스톤(단계별 기술료)을 가져가고 있다. 유한양행은 지난 2018년 미국 얀센에 총 1조4000억원 규모로 폐암 치료 신약 '렉라자' 기술을 수출하며 최대 계약을 체결했다.

렉라자는 미국 얀센 바이오테크와 기술 수출 및 공동 개발 계약이 체결돼 얀센의 치료제 '아미반타맙'과 함께 쓰는 병용 임상이 진행되고 있다. 또 유한양행은 2018년에는 미국 스파인 바이오파마에 총 2400억원 규모로 퇴행성 디스크 치료제 'YH14618' 기술도 이전했다. 이어 2019년에도 미국 길리어드 사이언스, 독일 베링거인겔하임을 상대로 신규 계약을 성사시키며 라이선스 수익을 확보했다.

레고켐바이오사이언스도 오픈 이노베이션을 가장 활발히 벌이는 기업으로 꼽힌다. 2015년 중국 포순제약에 'HER2-ADC' 기술이전을 시작으로 최근 암젠과 1조6000억원의 계약까지 누적 12건의 기술수출을 했다. 누적 계약금액은 6조5000억원에 이른다. 레고켐바이오사이언스는 외부로부터 좋은 항체를 도입해 독자 개발하기도 한다.

대웅제약도 기술수출에서 잇따라 좋은 성과를 내놓고 있다. 대웅제약은 올해 1월과 4월, 혁신 신약 파이프라인의 글로벌 기술이전 성과를 발표해 R&D 경쟁력을 입증했다. 전문가들은 대웅제약의 경우 올해 한번의 마일스톤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두번의 컴파운드를 낸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대웅제약은 DWN12088(특발성폐섬유증 치료제)에 대해 1월 31일 선급금 600만 달러를 포함해 총 3억4000만달러 규모로 영국 씨에스파마슈티컬스(CSP)와 PRS 저해제 '베르시포로신'의 중화권 기술 수출 계약을 맺었다. 대웅제약의 'DWN12088'은 자체 개발중인 세계 첫 PRS 저해 항섬유화제 신약물질이다. 이어 지난달에도 자가면역 신약개발을 위해 글로벌 오픈이노베이션을 진행했다.

DWP213388(자가면역질환 치료제)은 4월 28일 선급금 1100만달러(약 147억원)를 포함해 총 4억7700만 달러(약 6391억원) 규모로 미국 생명공학 투자 회사 애디텀 바이오의 자회사 비탈리 바이오에 글로벌 개발 및 상업화 권리를 이전했다. 한편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기술수출이 늘어나면서 공급 계약해지 사례도 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전문가들은 제약바이오 업계의 신약개발 성공률이 1만분의 1에 그치는 만큼 산업의 특수성으로 인한 어쩔수 없는 현상이라고 설명한다.

다만 제약바이오기업들이 기술수출 방식을 변화시킬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 대표는 "과거에는 턴키(turn-key) 방식으로 해외 기업에 모든 것을 다 넘기다 보니, 나중에 기술이 회수되거나 중단되면 기회비용 측면에서 다시 회복하기 매우 어려웠다"고 말했다. 이어 "그 대신 공동개발 방식을 취함으로써 향후 회수되더라도 지식을 습득해 다시 라이선스 아웃하는 전략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강민성기자 km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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