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일 칼럼] 애플카 맞서는 삼성·LG카 타고 싶다

2023. 5. 7.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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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일 산업부장

"하만 인수 자체가 완성차로 안 가겠다는 것이고, 부품업체로 하겠다는 근거로 알아주기 바란다." 지난 2016년 11월 삼성전자가 차량용 오디오 세계 1위인 하만을 인수할 당시 박종권 삼성전자 전장사업팀장(부사장)이 했던 말이다. 이후에도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완성차 시장 진출 가능성이 국내·외에서 언급될 때마다 강하게 부인했다.

그러나 최근 주목받고 있는 챗GPT는 가능성이 있다고 답했다. 먼저 삼성전자가 전기자동차를 직접 만들 것인지 챗GPT에게 물어봤다. 챗GPT는 "직접적으로 참여하고 있지는 않다"면서도 "나중에 직접 전기차 생산에 참여할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고 답했다. 전기차 배터리 분야에서 경쟁력 있는 제품을 개발하고 있는 점, 다양한 자동차 제조업체와 협력 관계를 맺고 있는 점, 자율주행과 5G 등 연결성 관련 연구개발을 진행하고 있는 점 등을 이유로 꼽았다.

LG전자에 대해서도 같은 질문을 했는데, 챗GPT는 더 흥미진진한 답을 내놓았다. 처음에는 "자체적으로 전기차를 개발하고 생산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상하다 싶어 재차 묻자 "실수를 했다"며 오류를 인정했다. 그러면서도 "앞으로 전기차를 직접 생산할 계획을 가질 수는 있으나, 그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할 수 없다"고 여운을 남겼다. 두 회사 관계자들이 만약 이 답변을 본다면 "이게 인공지능의 문제"라며 한숨을 쉬겠지만, 거꾸로 보면 챗GPT마저 오해할 만큼 두 회사의 완성차 진출 루머가 끊이지 않고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이기도 하다.

개인적으로 두 회사가 시기의 차이만 있을 뿐, 결국 전기차 시장에 진출할 것이라고 본다. 10여년 동안 두 회사의 성장을 책임졌던 스마트폰 시장이 성숙기에 진입한 이 시점에서, 그 다음 성장을 책임질 IT(정보기술) 제조업계의 화두는 단연 전기·자율주행차와 로봇 등을 포괄하는 '모빌리티'이기 때문이다.

세계 4대 회계법인 중 하나인 딜로이트의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250만대 수준인 전기차 시장은 2025년 1120만대, 2030년 3110만대에 이르는 등, 연평균 29%의 높은 성장률을 기록할 전망이다. 마찬가지로 KMPG는 자율주행 시장이 연평균 41%의 높은 성장률을 기록하며 2030년에는 1조1204억달러(약 1500조원) 규모의 거대한 시장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2016년 하만 인수 당시 박종권 사장은 완성차 시장 진출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하면서도, "과거 10년이 PC이고 지금 10년이 스마트폰이라면, 앞으로 10년은 스마트폰보다 자동차가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당시에도 자동차가 스마트폰의 뒤를 이을 성장동력이라고 지목한 것이다. 7년이 지난 지금, 시장은 많이 달라졌다. 먼저 경쟁사인 애플이 고속도로에 한정하긴 했지만, 완전 자율주행에 가까운 애플카를 2026년부터 양산할 것이라는 소식이 들려오고 있다. 완성차 업체들은 전기차의 핵심 부품인 배터리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등을 자체 생산하기 위해 인수·합병(M&A)과 합작(JV) 등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전기차 제조원가에서 배터리와 인포테인먼트가 차지하는 비중이 절반 이상이고, 여기에 자율주행차 시대와 함께 창출되는 서비스 부가가치 시장을 고려하면 완성차 업체들의 이 같은 시도는 당연한 일이다. 이를 뒤집어 삼성·LG전자 입장에서 생각하면, 부품만으로 수익을 확보할 시간이 그렇게 길지 않다는 것을 뜻한다. '불가침의 신사협정' 시기가 곧 끝나고 완성차는 IT를, IT제조업체들은 완성차 영역을 서로 침범하는 무한경쟁 시대가 도래한다는 의미다.

만약 두 회사가 완성차 시장에 진출한다면, 애플카를 능가하는 혁신을 하루 속히 만들어 세계를 놀라게 해주기를 바란다. 스마트폰 시장에 대한 안일한 대응으로 몰락한 노키아, 모토로라의 전철을 밟지 않기를 바란다. 특히 두 회사는 이미 자동차 껍데기만 빼고 모든 전기차용 전장부품 하드웨어 분야에서는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 여기에 소프트웨어 혁신만 더한다면, 모빌리티 시장에서만큼은 애플을 뒤집을 가능성이 충분하리라 믿는다.

박정일 산업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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