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년생 김남국의 당당한 불로소득 [홍성철의 까칠하게 세상읽기]

2023. 5. 7.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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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철 경기대 미디어영상학과 교수

1982년생 김남국은 로스쿨 출신의 젊은 국회의원이다. 2012년 로스쿨을 졸업하고 변호사 생활을 시작했기에 11년 차 사회인이라 할 수 있다. 그는 2020년에는 민주당 전략공천으로 '안산 단원을'에서 출마, 국회의원이 되었다. 그가 지난해 초까지 코인 60억원어치를 보유했던 것으로 최근 알려졌다. 공직자윤리위원회에 올해 신고한 15억원의 재산까지 합치면 얼추 75억원의 자산가다. 한마디로 '영 앤 리치'(Young & Rich)인 셈이다.

투자를 통해 자산을 늘리는 것은 아무런 문제가 될 수 없다. 그것이 코인이든, 주식이든, 부동산이든, 자본주의 국가에서는 모두 허용된다. 김남국 의원은 코인 투자과정에 불법적인 요소는 전혀 없다고 잘라 말한다. 국민의힘 전 대표였던 1985년생 이준석 역시 코인투자를 통해 "선거를 3~4번 치를 정도의 큰돈을 벌었다"고 자랑한 적이 있다.

이러한 투자는 일반인에게는 재테크로 포장된다. 하지만 정치를 하는 공인이라면 조금 다르다. 국민은 정치인에게 자본소득이 아니라 건전한 노동과 땀을 기대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4급 공무원 2명 등 보좌진 8명을 세금으로 고용하는 국회의원의 코인 투자는 국민의 공감을 절대 얻을 수 없다.

코인과 주식, 부동산은 투자 상품이면서 투기 상품이다. 투자와 투기를 명확하게 구분하기란 쉽지 않다. 대체로 예측 가능성, 투명성, 장기 보유 여부 등에 따라 구분한다. 셋 중에서 그나마 투명한 투자는 부동산이다. 정부가 발행한 증서를 바탕으로 거래가 이뤄지고, 거래내역 역시 등기소와 세무서에 신고된다.

이보다 조금 불투명한 것이 증권이다. 부동산보다는 예측하기도, 실물을 확인하기도 어렵다. 코인은 등락 폭이 가장 큰 투자 상품이다. 그래서 그런지 코인 투자에는 성공담보다 실패담이 더 잦다.

흔히 "내가 하면 투자이고, 남이 하면 투기"라고 말한다. 투자가 긍정적이라면 투기는 부정적인 뉘앙스를 담는다. 심리학에서는 "내 재산 증식은 노력의 결과이고, 타인 재산 증식은 운이 좋았기 때문"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한다.

아마 김남국 의원이나 이준석 전 대표는 코인을 나름 철저히 분석해서 투자했을 것이다. 그러나 국민은 이들의 운이 정말 좋았거나 혹시 사전 정보를 갖고 있었던 것 아닐까 의심한다. 더구나 김 의원은 2022년 1월에 부과될 예정인 가상자산의 양도세를 1년 늦추는 소득세법 개정안을 공동발의, '이해충돌'의 당사자다.

김남국, 이준석만이 아니다. 최근 사회 전체가 불로소득 광풍 속에 휩싸여 있었다. 코로나19로 경기가 위축되자, 정부는 현금지원을 통한 경제 활성화에 나섰다. 증가한 유동성은 코인부자, 주식부자, 부동산부자를 만들어냈다. 젊은 나이에 평생 쓸 돈을 벌어 사표를 쓰는 조기 은퇴자(일명 파이어족)는 선망의 대상으로 등장했다. 그러나 코로나19 위기가 진정되고 금리가 인상되면서 코인과 주식, 부동산 시장에서 그 후유증이 나타나고 있다.

한때 시가 총액 50조원을 넘어섰던 가상화폐 테라와 루나는 지난해 5월 어느 날 폭락했다. 그러면서 해당 코인은 하룻밤에 무용지물로 바뀌었다. 지난 4월 발생한 소시에테제네랄(SG) 증권발 주가폭락사태 역시 마찬가지다.

폭락하기 직전에 주식을 판 사람은 큰 이득을 보았지만 해당 주식의 다른 투자자는 빚더미 속으로 밀려갔다. 인천 미추홀구 전세 사기 사건도 비슷하다. 부동산 거품이 꺼지면서 매매가보다 높은 전세가로 보증금을 주지 못하는 사태가 촉발되었다. 다른 사건이지만 자세히 보면 모두 불로소득에 대한 누군가의 탐욕이 빚어낸 결과이다.

지금 대한한국은 코인, 주식, 부동산의 불로소득을 추앙하는 사회가 되었다. 도박판처럼 각자 판돈을 걸고 더 큰 돈이 벌리길 기대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소수의 승자와 다수의 패자가 만들어진다. 프랑스 경제학자 토마스 피케티는 지난 100년간 미국과 유럽에서 자본수익률이 경제성장률보다 더 높았으며, 사회는 그만큼 불평등해졌다고 설명한다.

우리 사회에서도 부의 불균형은 심화되고 있다. 자본소득을 중시하면서 노동 가치는 점차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노동윤리와 부의 가치관 정립이 시급한 상황이다. 사회 병폐를 치유하는 것이 바로 정치와 정치인의 역할이다. 그렇기에 소설 '82년생 김지영'의 엄마가 반포 아파트 재테크를 자랑하듯, 노동의 가치가 아닌 코인 재테크를 당당하게 말하는 82년생 정치인의 모습이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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