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스타에서 봤어" MZ 컬렉터 지갑 열었다

서지혜 기자 2023. 5. 7.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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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부산 2023' 폐막
亞 큰손에 수억대 작품 솔드아웃
예년 보이던 '오픈런' 사라졌지만
젊은층 입소문 탄 신진작가 두각
해외 갤러리 19곳 첫 국내 데뷔
亞 미술시장 허브로 도약 잰걸음
아트부산 2023에 입장하기 위해 줄 선 관람객들. 사진제공=아트부산2023
[서울경제]

“작년만큼은 사람들이 몰리지 않았어요. 다만 젊은 관람객이 눈에 띄게 많아졌네요.”

올해 미술품 시장의 방향을 가늠할 잣대가 될 ‘아트부산 2023(ART BUSAN 2023)’에 참여한 한 갤러리 관계자는 시장 분위기를 이렇게 전했다. 경기 침체로 투자 열기는 위축 됐으나 젊은 애호가를 중심으로 관심은 여전히 뜨거웠다는 평가다.

아이 손 잡고 온 관람객 다수···수억 원대 작품에 지갑 열어

지난 5~7일 진행된 아트부산 2023에서는 어린아이까지 함께하며 가족 단위로 방문한 젊은 미술품 소비자의 모습을 흔하게 볼 수 있었다. 전체 VIP의 47% 가량이 프리뷰 당일 벡스코 현장을 방문했는데 중국 엠우즈(M Woods) 뮤지엄 설립자인 린한과 완완레이 부부, 중국 상하이 기반의 컬렉터 충저우 등 아시아계 큰 손들이 현장을 찾았다.

젊은 ‘큰 손’의 방문 덕에 대형 화랑 부스는 첫날부터 북새통을 이뤘다. 국제갤러리는 첫날 7억 원이 넘는 단색화 거장 하종현의 작품이 판매됐고, 수백만 원대의 박서보 판화 작품은 전시와 동시에 속속 주인을 찾아갔다. 갤러리현대 부스 역시 개막과 함께 관람객이 몰렸고 3억~4억 원대에 달하는 이건용의 신작과 정상화, 김민정 등 다수 작가의 수억 원대 작품이 첫날 판매됐다.

5일부터 입장한 일반 관람객의 구매도 이어졌다. 2018년 참여를 시작으로 6회째 참여한 탕 컨템포러리는 개막 3일 차에 전시 작품을 모두 판매했다. 갤러리 초이앤초이에서는 태국 기반의 한 컬렉터가 매튜 스톤의 작품 8점을 모두 구매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중소형 갤러리 부스에서는 인스타그램 등 SNS를 통해 유명세를 얻은 젊은 작가들의 작품이 속속 팔려나갔다. 젊은층을 중심으로 인기가 높은 작가의 작품을 다수 출품한 프린트베이커리갤러리(PBG)는 최혜지, 김선우, 청신, 유야 하시즈메의 작품 등 다수의 작품을 모두 판매했고,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 갤러리 확장 소식을 전한 페레스 프로젝트 역시 젊은 해외 작가들이 작품을 다수 팔았다. 리안갤러리, 지갤러리 등도 다수의 작품을 첫 날 팔아치웠으며 이화익 갤러리, 갤러리 구조 등은 국립현대미술관 미술은행에 작품을 판매했다.

‘오픈런’ 대신 한국 진출 노리는 갤러리 ‘첫 선’···국내 시장에 높아진 관심
페레스 프로젝트, 도나후앙카. 사진제공=아트부산2023
두아르타 스퀘이라 출품작. 사진제공=아트부산2023

이번 행사에서는 지난해 주요 아트페어마다 등장하던 ‘오픈런’은 연출되지 않았다. 자산 시장 전체가 글로벌 경기침체로 위축된 탓에 너도나도 미술품을 사던 분위기는 다소 사그러든 것으로 보인다. 갤러리들은 이같은 분위기를 반영해 수억 원대를 호가하는 유명 작가들의 작품보다는 수천 만원 대의 작품을 주로 출품했다.

이런 기획은 오히려 전시장을 찾은 자본 여력이 있는 젊은 컬렉터의 지갑을 여는 효과로 이어졌다. 독일의 신진작가 세실 렘퍼트의 단독 전시를 선보이고 있는 이아(IAH) 갤러리가 출품한 작품이 모두 판매되는 등 취향 중심의 구매가 이어짐을 알 수 있었다.

해외 갤러리들은 이같은 분위기에 힘입어 올해 대거 한국 진출을 노리고 있다. 올해 ‘아트부산 2023’에는 총 34곳의 해외 갤러리가 부스를 열었고, 이 중 19곳이 아트부산을 통해 국내 미술시장에 처음 데뷔했다. 특히 올해 처음 참여한 독일 기반의 갤러리 에프레미디스(EFREMIDIS)는 이달 중 국내에 지점을 열 계획이다.

이처럼 해외 갤러리들이 연이어 국내 시장에 진출하는 이유는 한국 미술품 시장의 위상이 커진 덕분이다. 지난해 국내 미술시장 매출액은 1조377억 원으로 전년대비 37.2% 성장했다. 그 중 아트페어 매출액은 무려 60% 늘었다. 최근 MZ세대가 미술품 시장의 주요 소비자로 떠오르면서 시장 저변이 넓어지고 구매층은 대중됐다.

업계에서는 홍콩 중심의 아시아 미술 시장이 최근 한국으로 넘어올 것이란 기대도 크다. 한 갤러리 관계자는 “홍콩 시장이 코로나19 이후 다소 주춤하면서 세계 유수의 미술관과 갤러리가 한국 시장 진출을 계획하고 있다”며 “올해 해외 갤러리의 국내 지점 오픈이 더욱 활발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서지혜 기자 wis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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