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성 겸비한 '한국의 욘 람'… 생애 첫승이 '한국의 마스터스'
평균 비거리 300m인 장타자
정교한 샷으로 영리한 플레이
최종일 2타 차 선두로 출발
4번홀 벙커샷 이글 '명장면'
마의 3개 홀 모두 파로 마무리
6타 차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
◆ GS칼텍스 매경오픈 ◆
정교함을 장착하고 우승에 대한 열망으로 가득 찬 괴물 장타자를 막을 수 있는 건 없었다. 생애 첫 우승에 대한 부담감을 이겨내고 사흘간 완벽에 가까운 경기력을 선보인 정찬민이 제42회 GS칼텍스 매경오픈(총상금 13억원) 우승컵을 품에 안았다.
정찬민은 7일 경기도 성남 남서울CC(파71)에서 열린 대회 최종 3라운드에서 5언더파 66타를 쳤다. 합계 16언더파 197타를 적어낸 정찬민은 공동 2위 국가대표 송민혁, 이정환을 6타 차로 따돌렸다.
생애 첫 정상에 오르는 감격을 '한국의 마스터스' GS칼텍스 매경오픈에서 맛본 정찬민은 우승상금으로 3억원을 받았다. 특별한 부상도 받았다. 정찬민은 이번 우승으로 아시안투어와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를 각각 2년, 5년간 누빌 수 있게 됐다.
국가대표 출신으로 지난해 코리안투어에 데뷔한 정찬민은 이번 대회에 출전하지 못할 뻔했다. 출전 자격 요건인 코리안투어 카테고리 65위 이내에 이름을 올리지 못하고 지난달 열린 GS칼텍스 매경오픈 예선전에서 부진했기 때문이다. 다행히 앞선 순번 선수들이 출전을 포기하면서 72번이었던 정찬민에게도 출전 기회가 생겼다.
가까스로 출전한 정찬민은 첫날부터 8언더파를 몰아치는 저력을 발휘했다. 둘째 날에도 흔들리지 않았다. 정찬민은 1번홀에서 티샷이 왼쪽으로 크게 벗어나며 더블 보기를 적어냈지만 차분하게 타수를 줄이며 2타 차 단독 선두로 2라운드를 마쳤다.
3라운드가 기상 악화로 취소되면서 이번 대회는 54홀 경기로 축소됐다. 하루 휴식을 취하며 재충전한 정찬민은 챔피언 조에서 최종일 경기를 시작했다. 1번홀 티잉 그라운드에 올라선 얼굴에는 자신감이 가득했다.
우승할 수 있다는 확신으로 가득 찬 정찬민은 3번홀에서 첫 버디를 낚아챘다. 파5 4번홀에서는 제42회 GS칼텍스 매경오픈 최고의 샷으로 꼽힐 만한 샷이 나왔다. 정찬민은 그린 왼쪽 벙커에서 친 세 번째 샷을 한 번에 집어넣으며 2위와의 격차를 6타로 벌렸다. 여유 있는 상황이었지만 정찬민의 머리에 방심이라는 단어는 없었다. 8번홀과 9번홀에서 2연속 버디를 잡아내며 우승에 한 걸음 다가갔다.
후반에 파 행진을 이어간 정찬민은 남서울CC 마의 3개 홀의 시작인 16번홀에 들어섰다. 평소에는 파5로 운영되지만 GS칼텍스 매경오픈 기간에 파4로 변신하는 16번홀의 경우 지난해 한국에서 열린 남자 프로골프 대회에서 가장 까다로운 홀로 꼽힐 정도로 난도가 높다.
그러나 300m를 가볍게 날리는 정찬민에게는 해당되지 않는 이야기였다. 티잉 그라운드로부터 340m 지점에 있는 페어웨이 벙커를 넘긴 정찬민은 큰 어려움 없이 파를 잡아냈다. 마무리도 완벽했다. 정찬민은 17번홀과 18번홀에서 침착하게 파를 기록하며 우승을 확정했다. 첫날부터 마지막 날까지 단 한 번도 선두 자리를 내주지 않고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을 차지한 정찬민은 오른손을 불끈 쥐었다.
정찬민은 "한국 최고의 골프 대회인 GS칼텍스 매경오픈에서 정상에 오를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했다. 생애 첫 우승을 차지했다는 게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며 "어버이날을 앞두고 우승해 더 특별하다. 그동안 아낌없이 지원해준 부모님께 우승을 선물할 수 있어 행복하다"고 웃으면서 말했다.
정찬민을 우승으로 이끈 건 영리한 플레이다. 무조건 공을 멀리 쳐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난 정찬민은 곰에서 여우로 변신해 남서울CC를 정복했다. 정찬민은 "단타자로 불려도 좋으니 우승을 하고 싶었다. 무조건 드라이버를 치지 않고 상황에 맞춰 우드와 아이언 등을 선택한 게 주효했다"고 설명했다. 지난 3월 칠레 아스타라 칠레 클래식에서 컷 탈락하며 미국프로골프(PGA) 콘페리투어 출전권을 잃은 게 보약이 됐다고 밝혔다. 정찬민은 "코스에 맞춰 치는 것에 대한 중요성을 지난 3월 칠레에서 깨달았다"며 "정찬민 하면 '영리한 선수'로 불릴 수 있게 공부하는 선수가 되겠다"고 강조했다.
[임정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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