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맞아도 70% 감염 …"韓 의무접종은 무리수"
◆ 코로나 공포 40개월 ◆
3년4개월간 전 세계를 공포에 몰아넣었던 코로나19 팬데믹 비상사태가 드디어 해제됐다. 그동안 수많은 감염자와 사망자가 발생해 충격을 줬을 뿐만 아니라 긴급 승인된 백신과 접종 의무화, 사회적 거리두기 등 각종 방역정책을 놓고 숱한 논란이 일기도 했다. 주요 방역정책을 둘러싼 논란과 평가를 정리해본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백신 접종과 방역패스는 거리두기와 함께 'K방역'을 떠받치는 핵심 조치였다. 코로나19 백신 접종은 2021년 2월 의료진을 시작으로 1분기 요양병원 입소자와 종사자, 2분기 65세 이상 노인, 3분기 19~64세 성인 등 순으로 진행됐다. 목표는 같은 해 11월 전 국민 집단면역 형성이었다.
이 같은 조치는 백신이 감염 자체를 막아줄 것이라는 판단이 바탕이 됐다. 정부는 전 국민 70% 접종 완료를 근거로 그해 11월 단계적 일상회복을 시작했다. 결과는 참담했다. 확진자와 위중증 환자가 급증하면서 의료체계가 포화 상태에 이르렀고 결국 45일 만에 일상회복은 전면 중단됐다.
학계에서는 코로나19 백신의 감염 예방 효과는 거의 없었다고 본다. 정부는 백신을 확보하기 위해 예산을 7조원 이상 투입한 바 있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백신의 감염 예방 효과는 없거나 아주 희박하다"고 말했다. 천 교수는 "팬데믹 초기 많은 이가 백신을 맞으면 홍역처럼 감염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결과는 달랐다"며 "문제는 주사 형태의 백신으로는 코 점막에서 항체를 만들지 못한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바이러스는 대부분 코로 감염되는데, 코 점막에 항체가 생기지 않아 1차 방어막 역할을 하지 못했다"며 "주사를 통해 만들어진 혈액 내 항체가 2차 방어막을 형성하기는 하지만, 이조차도 3개월이면 효과가 떨어진다"고 설명했다.
한국의 백신 접종률(18세 이상·1차 접종 기준)은 지난해 6월 이미 97%를 넘었지만, 올해 초 질병관리청 조사에서 전 국민 중 70%가 코로나19에 감염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백신이 중증·사망을 예방하는 데는 고령층 등을 중심으로 어느 정도 효과를 냈을 것으로 추정된다. 엄중식 가천대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고위험군에서 중환자와 사망자 발생을 낮추는 효과는 분명하다"고 말했다.
문제는 백신의 중증·사망 예방 효과도 매우 제한적이라는 것이다.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본격화되기 전인 2021년 7월을 기준으로 치명률을 살펴보면 10대 0%, 20대 0.01%, 30대 0.03%, 40대 0.05%로 조사된다. 이어 50대 0.23%, 60대 1.02%, 70대 5.4%, 80대 18.2% 등으로 나타났다. 치명률이 계절 독감(0.1%)을 넘어서는 것은 50세 이후부터다. 결국 50세 이하는 백신 부작용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접종을 강제할 필요가 없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런 가운데 사실상 전 국민에게 접종을 의무화한 방역패스(접종증명·음성확인제)는 실효성·형평성 논란을 일으키며 극도의 사회적 혼란을 키웠다. 정기석 국가감염병위기대응자문위원장(한림대성심병원 교수)은 "돌이켜보면 코로나19는 소아·청소년에게 위험한 감염병이 아니었다"며 "어린이에게 사실상 접종을 강제한 것은 잘못된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정 위원장은 "시간이 지날수록 청소년의 경우 부작용을 심하게 겪는 사례가 적지 않다"며 "소아 백신은 매우 조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천 교수도 "방역패스는 백신 효과가 정확히 연구되지 않은 상태로 강요됐던 불합리한 정책"이라고 말했다.
팬데믹 상황에서 급하게 임상이 진행됐기 때문에 앞으로 부작용이 더 드러날 것으로 학계는 보고 있다. 현재 한국에서는 메신저리보핵산(mRNA) 백신 접종 후 심근염·심낭염에 대한 인과성이 인정됐다. 질병청에 따르면 2021년 4월부터 21개월 동안 부작용 사례로 약 9만3000건이 접수됐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정부가 어린이의 백신 접종에 따른 리스크 등 비용·편익 분석 내용을 국민에게 투명하게 공개하고 이해를 구하는 절차가 미흡하지 않았는지도 돌아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마스크 의무 조치와 사회적 거리두기의 방역 효과에 대해서는 전문가 의견이 엇갈린다. 마스크는 초기 집단감염을 억제하는 데 과학적인 효과가 분명했다는 평가가 다수다. 반면 사회적 거리두기는 너무 오랜 기간 명확한 기준 없이 시행돼 효과를 평가하기 어렵다고 분석됐다.
대중교통 마스크 의무화 조치는 2020년 10월 13일부터 시행됐다. 다수 전문가는 이 조치가 국내 방역 상황을 안정화하는 데 효과적이었다고 평가했다.
정 위원장은 "마스크의 과학적인 방역 효과는 명확하기 때문에 마스크 의무 조치는 매우 잘 시행했던 방역 조치였다"고 강조했다. '2m 15분' 법칙이 마스크 착용의 효과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코로나19 비확진자가 2m 거리에서 확진자와 15분간 마스크 없이 대화를 나누면 감염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마스크를 착용하면 이 감염 확률이 크게 감소한다는 설명이다.
정재훈 가천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도 "유행 초기 확산을 저지해야 하는 시기에 마스크가 감염으로 인한 인명피해를 줄이는 데 효과가 컸다"고 말했다.
사회적 거리두기 정책과 관련해서는 근거가 충분하지 않았던 조치란 평가가 다수였다. 최재욱 고려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사회적 거리두기의 과학적 효과는 6개월 정도부터는 확 떨어지는데, 거리두기를 과하게 오랫동안 지속한 건 문제가 있다"고 밝혔다.
[유주연 기자 / 심희진 기자 / 신유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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