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뤽 아우프, 무사히 올라오라" 조국 산업화 종잣돈 댄 파독 광부
1963년 1진으로 도착한
광부 5명 등 400명 참석
총 75차례 7936명 파견
파독간호사 1만명과 함께
당시 수출액 2% 상당 송금
尹 대통령 "깊은 경의"
"글뤽 아우프(Gluck auf)."
"(깊은 갱도에서) 무사히 올라오라"는 뜻의 독일어 인사말이 6일 독일 에센 파독광부기념회관에서 열린 재독한인글뤽아우프회 주최 파독 광부 60주년 기념식에서 힘차게 외쳐졌다.
이날 기념식에는 1963년 12월 22일 한국인 광부로서는 처음으로 독일에 도착한 파독 광부 1진 유재천, 김근철, 유한석 등 5명을 비롯한 파독 광부와 우리 동포, 독일 현지 주민 등 모두 400여 명이 참석했다. 조명희 국민의힘 국회의원, 정성규 재독한인총연합회장 등도 참석해 축사했다. 심동간 재독한인글뤽아우프회장은 이날 기념사에서 "오늘 우리는 대한민국 조국 근대화의 초석을 이뤘다는 자부와 자긍심으로 평생을 살아온 파독 광부의 노고를 기억하며 파독 60주년을 기억하기 위해 이 자리에 모였다"며 "가족과 동포 사회의 번영과 나라를 위해 피땀 흘려 헌신해온 원로 선배들에게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한국의 광부 파독은 광부 파견에 관한 한독협정서 체결 이후 1963년 12월 22일 오후 6시 독일 뒤셀도르프 공항에 123명, 닷새 후 124명 등 1진 247명이 도착하면서 시작됐다. 이후 1977년까지 75차례에 걸쳐 7936명이 독일에 파견됐다. 파독 광부들의 월급은 평균 650∼950마르크(당시 원화가치 기준 13만∼19만원)로, 국내 직장인 평균의 8배였다. 이들과 추후 파견된 간호사 1만여 명이 고국으로 송금한 돈은 당시 총 수출액의 2%에 달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보낸 축사에서 "1960년대 파독 광부들이 가족과 조국을 위해 이역만리 독일 땅을 밟은 지 60주년이 됐고 이들이 보여준 열정과 끈기는 오늘날 대한민국의 번영과 발전의 소중한 밑거름이 됐다"며 "여러분의 노고와 헌신에 깊은 감사와 경의를 표한다"고 밝혔다. 이날 축사는 김홍균 주독대사가 대독했다.
박진 외교부 장관 역시 영상 메시지로 보낸 축사에서 "'글뤽 아우프'라는 광부들의 인사말이 살아서 지상에서 다시 만나자는 것이었다는 것은 광부의 일이 목숨을 건 전투와 같았기 때문이다"며 "파독 광부와 간호사들이 조국에 보낸 외환은 국가 경제발전을 위한 소중한 종잣돈이 됐다"고 말했다. 한국 정부는 오는 6월 재외동포청을 출범시켜 파독 광부들의 헌신에 보답할 수 있도록 맞춤형 정책과 지원을 강화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나다나엘 리민스키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NRW)주 장관은 이날 축사에서 "파독 광부들은 가족들과 멀리 떨어져 힘든 작업을 통해 독일 경제의 성공에 기여했다"고 말했다. 율리아 야코프 에센시 부시장은 "파독 광부와 간호사 1세대의 헌신으로 우리 지역사회 내 2세대는 고등교육을 받고, 독일 사회에 성공적으로 통합돼 이민자들의 모범이 되고 있다"면서 "진심으로 파독 60주년을 축하한다"고 말했다.
파독 광부의 상당수는 고령으로 작고하거나 기념식에 참석할 수 없을 만큼 노환을 앓는 것으로 전해졌다. 1970년대 독일에서 의학 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뒤셀도르프에서 내과 의원을 운영해온 김계수 파독광부기념회관 명예관장은 "현재 몇 분 안 되는 살아 계신 광부들에게 관심과 배려가 있어, 얼마 남지 않은 인생을 조국을 생각하며 마칠 수 있도록 해달라"고 당부하면서 참석자들과 함께 "글뤽 아우프"를 합창했다.
[김형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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