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어머니 밑에서 힘들었지?" 자전거 훔친 中3 학생에 온정
모범생활 고려 檢 송치 안해
경찰·기업도 학습 물품 지원
경찰이 자전거 절도로 붙잡힌 한부모가정 소년범의 딱한 사정을 듣고 온정을 베풀어 감동을 전해주고 있다. 소년범 선도를 위해 처분 결정을 내리면서도 생활고를 돕기 위한 후원에도 적극 나서며 학생을 지원하기로 한 것이다.
7일 서울 서초경찰서에 따르면 경찰은 자전거를 훔친 혐의로 청소년선도심사위원회에 회부된 중학교 3학년생 A군에 대해 최근 즉결심판을 청구함과 동시에 생활 지원을 결정했다.
경찰에 따르면, 경찰은 A군의 범행 배경, 개선 의지와 학교 내에서 모범적인 생활을 해온 점 등을 고려해 검찰 송치 대신 청소년선도심사위원회 회부를 택했다. 이번 사건을 맡은 서초경찰서 학교전담경찰(SPO) 이규현 경사는 "A군은 일곱 살 때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방 한 칸짜리 집에서 어머니와 형제 등 4명이 지낼 정도로 어려운 형편이었다" "그런데도 모범적으로 생활해 이번에 학급 임원을 맡았는데 임원이 반 친구들을 위해 내야 하는 돈을 마련하지 못해 충동적으로 자전거를 훔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 학생이 진심으로 반성하고 있고 개선 의지가 확고하며 선처를 원하는 피해자의 의견도 반영해서 검찰에 송치하기보다는 선도위원회에 부치게 됐다"고 덧붙였다.
A군은 이번 결정에 따라 정식 형사소송 절차를 밟지 않으면서 전과기록도 남지 않는다. A군에게 청구된 즉결심판은 20만원 이하의 벌금형 등에 해당하는 가벼운 범죄 사건에 대해 경찰서장 청구로 약식재판을 받게 하는 제도다.
경찰이 생활 지원 판정을 하면서 A군을 향한 대내외적인 후원이 쏟아지고 있다. 생활 지원을 결정한 서초경찰서 선도심사위는 이미 18만원어치의 학습서 등 도서를 지원했고, 서초경찰서 청소년육성회는 A군에게 매달 10만원의 지원금을 전달할 방침이다. 서초구청도 A군에 대한 지원을 검토하고 있다.
서초경찰서 학교전담경찰팀의 노력에 외부 기관들도 연이어 후원에 나서고 있다. 국산 버거·치킨 브랜드 맘스터치는 A군에게 음식 구매 쿠폰 30만원권을 증정했다. 대교그룹은 도서 30권을 지원했다. 블랙야크는 운동복 등을 A군에게 장기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A군에게 도움의 손길을 뻗은 이 경사는 이번 1분기 아동·청소년업무 분야 우수 직원으로 뽑히기도 했다.
[김정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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