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시다 방한 첫 일정은 '독립운동가 묘역' 있는 현충원 참배
◆ 한일 정상회담 ◆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7일 오전 기시다 유코 여사와 함께 전용기를 타고 서울공항을 통해 한국에 발을 내디뎠다. 장호진 외교부 1차관의 영접을 받으며 한국에 도착한 기시다 총리의 이번 방문은 윤석열 대통령의 지난 3월 일본 도쿄 방문과 마찬가지로 '실무방문' 형식이다.
기시다 총리는 출국 전 도쿄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윤 대통령과 솔직한 의견을 나누겠다"며 "이번 회담에서 국제·지역 정세와 관련해 의견을 교환하고 한일 대화의 흐름을 한층 발전시킬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런 의미에서 이번 방문의 첫 일정이 국립현충원 참배라는 점은 의미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일본 정상이 국립현충원을 찾은 것은 2011년 노다 요시히코 총리 이후 12년 만이다. 당시 노다 총리 역시 셔틀외교 차원에서 한국을 찾은 것을 계기로 현충원을 간 것이라 셔틀외교의 완전한 복원을 선언하고 계승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기시다 총리는 유코 여사와 함께 현충원으로 입장하면서 '국기에 대한 경례' 구호가 나오자 잠시 멈춰선 후 태극기를 향해 허리를 숙여 경례했다. 이어 현충탑으로 이동해 분향한 후 순국선열과 호국영령에 대해 경례한 후 묵념을 했다.
방명록 쪽으로 이동한 기시다 총리는 영문으로 미리 적어 준비해둔 '일본 총리의 대한민국 방문' 문구에 자신의 이름을 써넣으며 서명했다. 참배에는 기하라 세이지 일본 관방장관과 아이보시 고이치 주한 일본대사, 윤덕민 주일 한국대사 등이 동행했다.
현충원에는 6·25전쟁 전사자는 물론, 독립운동가가 안장돼 있다는 점에서 기시다 총리의 이번 현충원 참배가 과거사 문제에 대한 성의 표시의 의미와 함께 날로 고조되고 있는 북한의 위협에 한일이 함께 대응하는 '안보 강화'의 의미를 모두 담고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기시다 총리 부부는 이어 이날 오후 3시 35분께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 도착했다. '국빈방문'이나 '공식방문'보다 캐주얼한 '실무방문'이지만, 대통령 집무실 앞 잔디광장에서는 작년 5월 한미정상회담 때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공식방문을 했을 때와 비교해도 크게 밀리지 않는 수준으로 10여 분의 성대한 환영식이 펼쳐졌다.
군악대 연주에 이어 의장대 사열이 이어지면서 윤 대통령은 경례 자세를 유지했다.
이어 일본 국가와 애국가가 차례로 울려 퍼졌으며 두 정상은 연주가 마무리된 후 고개를 숙였다. 이후 두 정상은 잔디광장 앞에 마련된 레드카펫을 따라 걸었고, 의장대 앞 양측 국기 앞에서 고개를 숙이기도 했다.
현충원 방문 때 검정색 치마 정장을 입었던 유코 여사는 흰색에 가까운 연한 분홍색 치마 정장을 입고 진한 핑크색 정장을 입은 김건희 여사와 함께 섰다.
의장대 사열을 마친 후 두 정상은 배우자와 함께 대기하고 있던 박진 외교부 장관, 김대기 비서실장·조태용 국가안보실장 등 용산 대통령실 참모들, 일본 측 인사들과 악수를 나눴다. 이어 대통령실 안으로 입장하기 전 네 사람은 나란히 서서 손을 흔들었다.
기시다 총리 부부는 역대 일본 정상들과 마찬가지로 숙소로 중구 소재 롯데호텔을 선택했다. 7일 오전부터 롯데호텔 주변에는 경찰과 베어캣 장갑차가 배치되는 등 삼엄한 경호가 이뤄졌다.
원래 일왕이 아닌 일본 총리는 최고 등급 경호 대상이 아니지만, 작년부터 일본 내에서 터져나온 잇단 피격 사건과 폭탄테러 시도 등과 반일 시민단체들의 시위 상황을 감안해 경호실에서 등급을 최상위 단계로 격상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기시다 총리 방한에 맞춰 대통령실도 대대적인 정비 작업을 거쳤다. 방한 며칠 전부터 용산 대통령실 정문 앞은 공사가 한창이었으며, 방한하는 7일 보안게이트 등의 설치가 완료됐다. 이날 기시다 총리가 도착하기 전 윤 대통령은 김 여사와 함께 환영식 후 입장할 정문으로 직접 와 둘러보고 가는 모습도 포착됐다.
[박인혜 기자 / 박윤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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