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향한 진전" "굴욕적 외교"… 정치권도 국민도 둘로 쪼개져

서동철 기자(sdchaos@mk.co.kr), 김희래 기자(raykim@mk.co.kr), 박홍주 기자(hongju@mk.co.kr) 2023. 5. 7.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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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시다 방한 갈라진 여론
이재명"대일외교 바로잡아야"
이낙연"한일관계 새로운 위기"
국힘 "발전적 양국관계 새 場
대화로 난제 하나씩 풀면 돼"
도심 곳곳에선 찬반집회 양분

◆ 한일 정상회담 ◆

"환영" vs "사죄" 7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인근에서 '한미동맹강화국민운동본부' 회원들이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를 환영하는 손팻말을 들고 있다(왼쪽 사진). 같은 시간 '2015 한일합의 파기를 위한 대학생 공동행동' 구성원들은 일본의 사죄와 반성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방한을 둘러싸고 국내 여론이 양분됐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기시다 총리 방한을 환영하며 한일관계 개선에 힘을 실었으며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굴욕외교'라고 비판했다.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한 일반 국민도 서울 도심 곳곳에서 찬반 집회를 각각 열어 일본에 대한 갈라진 민심을 대변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간도 쓸개도 다 내주고 뒤통수 맞는 굴욕외교, 다시는 반복돼선 안 된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면서 "부디 윤석열 대통령께선 대일굴종외교를 바로잡을 마지막 기회라 생각하고 국익을 챙기는 데 만전을 다해달라"고 주문했다. 이 대표는 또 "영토주권 수호는 한 치도 양보해서는 안 될 국가의 제1 책무"라며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에 대해 강력히 경고하라. 만약 독도 영유권 비슷한 이야기라도 일본 총리가 꺼낸다면 당장 회담장을 박차고 나오라"라고 당부했다.

강선우 민주당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기시다 총리의 반성과 사과가 없었고 강제성에 대한 인정 또한 없었다"며 "이번 한일정상회담은 공허 그 자체"라고 주장했다. 강 대변인은 강제동원 문제에 애도를 표한 기시다 총리의 발언에 대해 "얼버무린 것"이라며 "기시다 총리는 이마저도 개인의 생각이라고 의미를 축소하기에 급급하다"고 했다.

지일파(知日派) 정치인 중 한 명인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는 8일 출간 예정인 자신의 외교 정책 관련 저서 '대한민국 생존전략-이낙연의 구상'에서 한일관계에 대해 "한일관계는 양국 주장과 달리 새로운 위기를 맞았다"고 진단했다.

김민수 국민의힘 대변인은 이 같은 비판을 향해 "민주당은 국익을 외면한 채 반일 선동과 외교 성과를 폄훼하는 것에만 집중하고 있다"며 "대한민국 제1야당이 한 치 앞의 국제 정세도 내다보지 못한 채 우물 안 개구리의 모습을 보이는 것이야말로 굴욕적인 모습이며 글로벌 중추 국가 대한민국의 수치"라고 반박했다.

반면 한일정상회담 결과에 대해서는 일제히 호평했다. 유상범 수석대변인은 "미래 지향적이고 발전적인 한일 관계의 새 장이 열렸다"며 "이제는 궤도에 오른 셔틀외교를 통해 진정성 있는 대화와 소통으로 난제들을 하나하나 풀어가면 된다"고 강조했다.

장예찬 청년최고위원은 "강제징용 피해자들에 대한 기시다 총리의 사과, 한국 시찰단의 후쿠시마 오염수 현장 방문 등 주요한 성과가 있었다"며 "어렵게 맞이한 신뢰 회복의 흐름 위에서 한일 양국은 미래로 나아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한편 서울 도심 곳곳에서는 찬반 집회가 연달아 열렸다.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는 진보 성향 시민단체인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이 '불법 식민지배 사죄·배상과 대일 굴종외교, 한일동맹 구축 중단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기시다 총리 방한에 반대했다. 이들은 '한일 지소미아 폐기' '한·미·일 동맹 구축 중단' 등이 적힌 손팻말을 들고 "기시다 정부는 불법 식민지배에 대해 사과하고 배상하라"라고 소리치기도 했다.

이들은 기자회견에서 "한일정상회담 의제로 거론되는 한일 및 한·미·일 대잠훈련, 해상차단훈련, 수색구조훈련의 확대는 필연적으로 한반도에 대한 일본의 군사적 개입을 초래한다는 점에서 결코 용납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통령실 앞 경찰이 설치한 차단벽을 사이에 두고 바로 옆에서는 보수 성향 단체인 한미동맹강화국민운동본부가 기시다 총리를 환영하는 '맞불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손팻말과 함께 태극기와 일장기, 성조기를 들고 흔들었다. 또 다른 보수 성향 단체인 신자유연대는 이날 기시다 총리가 묵는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 앞에서, 위안부법폐지국민행동은 종로구 일본대사관 정문 앞에서 각각 환영 집회를 열었다.

전날인 6일에는 진보 성향의 시민단체 촛불승리전환행동이 오후 5시께부터 서울시청 앞에서 기시다 총리 방한과 윤석열 정부의 외교정책을 비판하는 집회를 열었다. 해당 집회에는 주최 측 추산 5000여 명이 참석했다. 민중민주당 소속 약 40명도 6일 오후 종로구 광화문 KT 건물 앞에서 평화의소녀상 앞까지 행진하며 기시다 총리 방한에 반대했다.

[서동철 기자 / 김희래 기자 / 박홍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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