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통법 폐지에 찬성하는 3가지 이유[김현아의 IT세상읽기]
시대적 소명 다해..보완으로 또 덧칠은 안돼
①유통점 추가지원금 상향해도 공시대로 주라는 건 여전
②코로나 겪으면서 온라인 구매 습관..가격비교 편해져
③생태계 변화..LG전자 철수, 오프라인 유통점 감소, 알뜰폰 활성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오는 6월 통신시장 경쟁촉진 정책방안을 발표하면서 ‘단통법(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 개선 방안을 담기로 했습니다.
폐지될지, 대폭 규제가 축소될지 정해지지는 않았지만, 상당히 큰 폭의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아이폰6 대란이 불러온 단통법
2014년 10월 1일 시행된 단통법은 휴대폰 지원금 공시제와 부당한 이용자 차별 금지를 통해 ‘호갱님(어수룩해서 속이기 쉬운 손님)’을 없애자는 취지가 있었습니다.
같은 해 2월, 애플 아이폰6 출시 때 추운 새벽부터 수 백미터 줄까지 서는 일이 발생하자, 박근혜 대통령 시절 미래창조과학부와 방송통신위원회는 당시 여당이었던 조해진 의원을 통해 ‘단통법’을 만들었죠. 소비자에게 정확한 상거래 정보를 제공한다는 취지였습니다.
정부발 가격 통제 비판으로 부침 겪어
하지만, 이후 정부발 단말기 가격 통제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면서 ‘단통법’은 여러 차례 부침을 겪었습니다.
지원금 상한제는 폐지됐고, 지원금에 상응하는 요금할인(25% 선택약정 요금할인)이 도입됐으며, 지금은 유통점이 줄 수 있는 추가 지원금을 현재 15%에서 30%로 늘리자는 계획도 추진 중입니다.
그런데, 저는 더 이상 단통법에 덧칠하지 말고 유예 기간을 두더라도 ‘단통법을 폐지’하는 길만이 가계통신비 부담을 낮추는 방안이 될 것으로 확신합니다.
①단통법 손봐도 경쟁제한 핵심은 변하지 않아
어떤 보완책을 써도 ①‘이통사가 모든 이용자에게 일주일 단위로 공시한 대로 일률적인 지원금을 주도록’하는 단통법의 본질은 변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설사, 단통법 내에서 번호이동의 경우 지원금을 더 주도록 허용하거나 추가 지원금의 폭을 확대해도 ‘공시한 대로 똑같이 주라’는 핵심은 여전하죠. 이런 구조로는 휴대폰 유통 시장에서 가격 경쟁을 일으키기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②팬데믹이후 온라인 가격 비교 수월해져
두 번 째는 ②코로나 19 팬데믹을 겪으면서 익숙해진 온라인 구매 습관 때문입니다.
단통법이 폐지되면 과거 아이폰6 때 동대문에서 긴 줄을 서는 일이 반복되지 않겠느냐 걱정할 수 있지만, 인터넷 검색으로 싼 가격 정보를 얻는 사람만 유리하게 되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도 있겠지만, 10년 전보다 온라인 유통 플랫폼이 늘었고 이를 활용하는 국민의 능력도 훨씬 나아졌다고 생각합니다.
즉, 정부가 지원금을 통제해 휴대폰 가격을 좌우하지 않아도, 과거보다 다양한 유통 플레이어들이 있어 휴대폰 가격 정보를 비교하고 비대면으로 구매하는 일이 편해진 겁니다.
③휴대폰 산업 생태계도 단통법과 안맞아
마지막은 ③휴대폰 산업 생태계의 변화 때문입니다.
LG전자의 스마트폰 사업 철수 이후 국내 스마트폰 시장의 플레이어는 삼성과 애플로 줄어든 반면, 출고가 인하는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일본은 삼성, 애플외에도 샤프, 소니, 오포 등이 3% 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지만, 우리는 다릅니다. 그렇다면, 유통경쟁을 활성화해 단말기 가격을 낮춰야 한다고 봅니다.
또, 단통법 폐지 시 통신사 지원금에 기댔던 기존 휴대폰 유통점의 줄폐업 우려도 코로나를 겪으면서 줄어들었다고 생각합니다. 2년 이상 진행된 감염병 사태로 많은 휴대폰 유통점(대리점·판매점)들이 구조조정된 상황이죠.
2017년 박홍근 의원(더불어민주당)이 단통법을 폐지하고 ‘단말기 완전 자급제법안(통신과 단말기 유통 분리법)’을 발의했을 땐, 중소 휴대폰 유통점 말살이라는 우려가 컸지만, 지금은 예전보다 진정됐다고 생각합니다.
여기에 별도의 오프라인 유통점을 두지 않고 온라인으로 유심(USIM·가입자식별모듈)가입하는 알뜰폰은 자급제폰과 함께 하면 시너지가 커집니다. 통신3사의 일반 요금제보다 30%이상 저렴한 다이렉트 요금제(온라인 가입 요금제)도 자급제폰과 시너지가 크다고 할 수 있죠.
단통법 규제 권한을 가진 방송통신위원회 입장에선 즉각적인 법안 폐기가 아쉬울 수 있습니다. 단통법과 연계된 25% 약정할인이 갑자기 사라지는 아니냐는 걱정도 있는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단계적 보완으론 100만 원이 넘는 최신 스마트폰 가격을 절대 떨어뜨릴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수차례 보완했지만 달라진 게 거의 없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휴대폰 유통 골목상권에 대한 배려와, 25% 선택약정할인 유지를 전제로 단통법은 폐지돼야 합니다. 시대적인 소명을 다한 법안이기 때문입니다.
김현아 (chaos@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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