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RA 0’ 동남아 최고의 투수...그게 라오스 선수라니 [헐크의 일기]

김동영 2023. 5. 7.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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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만수 전 SK 감독(왼쪽)과 라오스 국가대표팀 조. 사진제공 | 헐크파운데이션


[스포츠서울] 라오스 선수들과 함께 했던 지난 20일 동안 한국에서 라오스로, 다시 태국으로 이동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나도 이렇게 힘들고 지치는데 선수들도 많이 피곤하고 지쳤을 것이다. 다행히 선수들이 어려서 그런지 피곤하다는 이야기 없이 그 힘든 스케줄과 경기를 다 소화했다.

사실 제13회 동아시아컵 야구대회에 불참 한다고 오래전에 통보한 상태였다. 대한민국 정부에서 특별히 라오스 야구국가대표 선수들을 위해 모든 스케줄을 다 짜둔 상태였는데 중간에 태국으로 경기하러 간다는 것은 상식에 어긋나기 때문이다.

이렇게 강력하게 거절했는데 BFA측에서 이번에는 라오스가 꼭 참석을 해야 다음 대회에도 참가할 수 있다는 통보를 했다. 거기다가 라오스를 위해 한 게임을 뒤로 미뤘다. BFA 측에서 편의를 최대한 봐주었기 때문에 선수들이 많이 지치고 힘든 스케줄 임에도 불구하고 참석하기로 했다.

이번에 모든 대회를 다 끝내고 스태프가 모여 지난 일들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그동안 있었던 일들에 대해 이야기 나눴다. 이번 제13회 동아시아컵 야구대회에 참가하지 않았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큰 실수를 할 뻔했다.

물론 빡빡한 스케줄로 인해 모두가 힘든 상황이었지만 정말 잘 참석했다는 것이 스태프의 일괄적인 이야기였다. 물론 라오스→한국→라오스→태국으로 이동하는 스케줄은 철인이 아니면 좀처럼 견디기 힘들다.

이런 무모한 일정에도 젊은 선수들과 스태프가 지치지 않고 이번 대회를 잘 끝낼 수 있었다는 것은 우리들에게 큰 소득이었다. 거기다가 이런 큰 대회에서 라오스 국가대표 선수들이 2승 2패 했다는 것은 정말 대단하고 놀라운 일이다.

지날 3일 모든 경기를 다 끝내고 모처럼 편안한 마음으로 스태프, 선수들과 고기파티를 했다. 선수들과 함께 맛나게 저녁을 먹고 신나게 놀고 있는데 이준영 감독이 내게 와서는 놀라운 목소리로 이야기하는 것이다.

“감독님 라오스 국가대표 팀의 주장인 조 선수가 제13회 동아시아컵 야구대회에서 평균자책점 1위를 했습니다. 방금 BFA 사무국에서 연락이 왔습니다”고 했다.

모두가 거짓말이라며 믿지 않았다. 왜냐하면 야구한지 몇 년 되지도 않았고 또 팀이 5위인데 어떻게 평균자책점 1위가 가능하겠는가. 선수들도 믿지 않았다.

라오스 국가대표팀 조(왼쪽)와 이만수 전 SK 감독 . 사진제공 | 헐크파운데이션


BFA 사무국에서 라오스 조 투수가 평균자책점 0이라고 알려왔다. 당당하게 이번 대회에서 가장 잘 던진 투수가 됐다. 조 투수가 캄보디아 팀과 경기에서 7회까지 점수를 하나도 주지 않아서 평균자책점 1위에 올랐다. 파티하는 자리에서 다시 한번 팀의 주장인 조를 위해 모두가 축하의 말을 전했다.

조가 제13회 동아시아컵 야구대회에서 평균자책점 1위를 했다고 하니 갑자기 만감이 교차하는 느낌이다. 라오스에 야구 전파한지 벌써 10년이 되었다. 지난 10년 만에 이런 큰 대회에서 조가 당당하게 방어율 1위 했다는 것이 솔직히 믿어지지 않지만 또 한편으로는 너무 감사할 뿐이다.

처음 라오스로 야구 보급하러 갈 때만 해도 주위 사람들이 미쳤다고 이야기했다. 동남아에서는 야구 보급이 불가능하다고 했는데 어느덧 10년이 됐다.

라오스 국가대표 선수들을 이끌고 제13회 동아시아컵 야구대회에도 출전하고, 또 이 대회에 조 선수가 평균자책점 1위를 차지 했다니 누가 믿겠는가. 조는 포수도 했다가 팀이 어려우면 투수로 마운드에 올라가 씩씩하게 던지는 만능 야구 선수다.

조를 보면 꼭 옛날 내 중학교 시절이 떠오른다. 나도 중학교부터 야구를 시작할 때 맨처음 게임에 나갔던 자리가 우익수였다. 우익수 자리는 학년 중에서 가장 야구를 못하는 선수가 서 있는 위치였다. 결국 야구를 못해 한해 유급하고 중학교 3학년부터 정식 포수를 시작하게 되었다. 강한 어깨 때문에 당시 감독님은 나를 자주 투수로 마운드에 세웠다.

지금도 잊을 수가 없는 것이 중학교 3학년 시절 문교부장관기 전국대회에서 내가 포수와 투수를 번갈아 가면서 우승을 한 것이다. 당시 최우수 투수상을 받았다. 지금 생각하면 조도 나와 똑 같은 상황에서 야구를 하고 있다.

선수들과 일대일 면담을 하면서 조와 이야기 나누었다. 앞으로의 꿈을 물었더니 “훌륭한 포수가 되고 싶고, 또 좋은 지도자가 되고 싶다”고 했다.

선수들과 함께 했던 시간들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간다. 10년 만에 이런 대단한 상을 받게 된다는 것은 개인의 영광이자 라오스 야구의 영광이다. 앞으로 조가 어제 했던 이야기처럼 훌륭한 포수가 되고 좋은 지도자가 되길 응원한다.

이만수 전 SK 감독 · 헐크 파운데이션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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