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월요일] 추억의 힘으로

허연 기자(praha@mk.co.kr) 2023. 5. 7.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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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릎이 아픈데도 조금은 절룩거리면서

50분을 걸었다

무슨 힘으로?

추억의 힘으로

원추리가 아침노을을 이야기하고

능소화가 여름 이야기를 줄줄이 타고 오르며

저녁노을의 극점에서

숨을 몰아쉬는

원추리 한 송이 손에 쥐었는데 가슴에서 피어나고

능소화 주황빛 손길은

덮은 생의 그늘을 찬란하게 살아 나르게 하고

- 신달자 '원추리와 능소화의 힘으로' 중

추억은 정말 힘이 세다. 아픈 무릎을 감내하면서 무려 50분을 걷게 하니 말이다.

능소화와 원추리가 품고 있는 여름 이야기들을 읽어내며 시인은 자신의 생을 추억한다. 때로는 슬펐고, 때로는 찬란했을 그 생을 돌아본다.

이런저런 운명을 다 끌어안고 살아왔을 나이 든 시인의 외출 풍경이 그려진다. 시인은 여전히 상큼하고 귀엽다. 올여름도 그럴 것이다.

감각이 놀라운 시다. 자꾸만 읽게 된다. "무슨 힘으로? 추억의 힘으로."

[허연 문화선임기자(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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