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개미 4.2조 폭풍매수… 20대도 급증
연기금·보험보다 많이 매수
개인 올들어 13조 사들여
삼성證, 20대 채린이 96배
개인투자용 국채 곧 발행
주식처럼 채권 대중화 성큼
'국고 19-6'이 4개월 동안 자금을 1조5000억원 넘게 빨아들일 정도로 인기를 모으는 것은 시장에 풀린 마지막 저금리 장기채이기 때문이다.
출발은 지난해 말 발생한 레고랜드발 자금시장 경색이었다. 시중금리가 높아지면서 저금리 장기채에 대한 관심도 급증했다. 다만 제로금리 시대(2019~2020년)를 지나면서 시중에서 저금리 장기채 상품은 사실상 씨가 말랐다. 투자자들이 저금리 채권 중 유통량도 확보된 국고 19-6을 찾게 된 것도 이 때문이다. 최근 수개월간 거둔 시세차익을 기준으로 한 평가수익률은 쏠쏠한 편이다.
7일 한국거래소·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2019년 액면가 1만원으로 발행된 국고 19-6의 현재(5월 4일 기준) 유통시장 거래 가격은 7306원이다. 국고 19-6 가격은 지난해 10월 21일 시장의 긴축 공포가 극에 달했을 때 6040원까지 하락한 바 있다. 당시 저가에 매수했다면 현재 평가수익률은 21%다. 여기에 절세 효과도 있다. 금융투자소득세가 유예되면서 2025년까지는 채권 평가수익(시세차익)에 대해 비과세가 유지된다. 세 부담이 큰 자산가 입장에서 절세 효과까지 고려하면 체감 수익률은 더 높다. 채권에서 발생한 이자수익도 있다.
고액 자산가들을 중심으로 입소문이 돌면서 국고 19-6 투자 열풍이 발생했다. 한 증권사 프라이빗뱅커(PB)는 "지난해 증시가 조정을 겪으면서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길 원하는 고객이 많아졌다"며 "헤징(위험 회피) 차원에서 채권을 담길 원하는 사례가 많다"고 밝혔다. 또 다른 증권업계 관계자는 "향후 금리 인하, 경기 침체에 베팅하는 투자자들이 장기채 비중을 늘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최근 국채 투자자의 62%가 만기 20~30년물 장기채 투자자다. 국고 19-6과 같은 저금리 장기채는 시중금리가 내려가면 가격은 큰 폭으로 오르게 된다. 채권은 듀레이션(잔존만기)이 길수록 금리 수준에 따른 가격 변동폭이 크기 때문이다.
한 채권 투자자는 "채권은 현재 경제 상황에서는 매매차익을 노리는 것이 대부분"이라며 "장기적으로는 결국 금리가 하락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물채권은 만기까지 보유하게 되면 원금을 회수할 수 있어 주식 대비 안전자산이란 인식도 한몫했다.
증권업계에서는 국고 19-6의 인기 덕에 채권투자 대중화가 진행 중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금융투자협회 등에 따르면 올 들어 개인투자자들의 채권매수액은 13조원에 육박하고 있다. 특히 4월에만 채권을 4조2478억원어치 순매수하며 역대 최고치를 찍었다. 보험과 연기금의 채권투자액보다 많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올해 1~4월 국채를 매수한 고객이 증가한 비율은 전년 동기 대비 5881.1%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작년 증가율인 30.7%를 웃도는 수치다. 같은 기간 국채 판매액 증가율도 515.7%로 집계됐다. 20대 '채린이'들이 많이 늘었다. 20대 채권 고객은 올해 96배 증가했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올해 서울지역 매수 규모 상위 3개구(강남·서초·용산구)의 국채 매입액은 5700억원에 달한다"며 "고객 수와 판매액이 크게 성장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증권업계에서는 올해 하반기 발행될 개인투자용 국채가 채권투자 대중화를 더욱 가속할 것으로 보고 있다. 개인투자용 국채는 정부가 사전에 공고한 이자율에 만기 10~20년 장기물로 발행될 예정이다. 만기까지 보유하면 2억원 한도로 이자수익에 대해 분리과세(14%)를 적용받는다. 김명실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장기채 투자를 계획 중인 개인투자자라면 금리 혜택도 보고 금융소득종합과세도 피할 수 있는 개인투자용 국채 투자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차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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