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든든한 인프라로 공익활동 시너지” 재단법인 동천 [법조 인사이트]
법무법인 태평양과 공조해 공익활동 활발
[파이낸셜뉴스] “사회적 약자를 위한 공익활동은 변호사라는 직업 자체가 갖고 있는 소명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에서 변호사의 공익활동은 선택이 아닌 의무다. 변호사법 제27조 1항에 따라 변호사는 연간 일정 시간 이상의 공익활동에 참여해야 한다. ‘재단법인 동천’은 국내 최대 로펌 중 하나로 꼽히는 법무법인 태평양이 지난 2009년 설립한 공익활동을 전담하는 법인이다. 설립 이후 난민, 탈북민, 아동 등 사회적 약자를 대변하면서 굵직한 사건들을 해결해 왔다. 파이낸셜뉴스는 직접 재단법인 동천의 강용현 이사장과 이희숙 상임 변호사를 만났다.
■난민 심사 문제제기해 55명 난민 구해
사회적 약자 관련된 사건은 많지 않아 제도상 허점이 많고, 판례도 거의 없는 경우가 많다. 이때문에 법조인들이 공익 소송에 나설 경우 바뀌는 사례도 많다. 돈을 바라고 뛰어드는 소송이 아니기 때문에 변호사 개개인의 사명감이 중요하다.
동천은 한때 위법하게 운영됐던 난민심사 과정을 문제삼아 제도를 보완시키는데 일조했다. 국가기관이 난민 여부를 심사하는 과정이 자의적이고 불투명했기 때문이다. 동천은 국가배상청구소송을 통해 과거 난민면접에서 면접자들이 진술하지 않은 내용들이 조서에 들어갔다는 주장을 제기해 승소했다. 이 사건이 우리나라의 국가배상 책임이 인정되면서 공론화되고, 법무부는 결국 55건의 난민 불인정 처분을 취소했다. 또 이후 난민 심사 과정 등을 기록하는 등 제도적 개선도 이어졌다.
강 이사장은 “법을 직접적으로 고치는 데는 많은 시간이 든다"면서 "국가배상청구소송 판례가 나옴으로써 불투명한 난민 면접 과정도 녹취 등 기록을 남기게 되는 등 행정적인 관행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무국적자 위기 처한 탈북자2세에 국적 찾아줘
동천은 무국적자가 될 뻔한 탈북자 2세에 대한 한국 국적도 되찾아줬다. 탈북자2세인 A씨는 어머니가 북한에서 탈출해 중국에서 태어났다. 이후 어머니는 공안에 붙잡혀 북송됐고, 이후 아버지는 새엄마와 재혼했다. A씨는 새엄마 함께 우리나라에 입국해 한국 국적을 받았지만 새엄마의 학대가 계속되자 친생자 관계 부존재 확인 소송을 내고 승소해 완전히 연을 끊었다. 하지만 승소와 함께 우리나라 국적이 말소돼 무국적자가 됐다. 이에 동천을 비롯한 A씨의 소송대리인단은 북한에 있는 친모를 상대로 한 친생자 관계 존재 확인 소송을 제기했고 지난달 20일 항소심에서 승소 판결을 받을 수 있었다. "북한에 있는 어머니를 상대로 친생자관계존재확인을 구하는 소송에서 승소한 것은 이 사건이 첫 사례다.
■”변호사 공익활동 위한 환경 만들어줘야”
직접 제도적 허점을 메꾸기 위한 입법 노력도 병행하고 있다. 동천은 최근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는 전세사기 및 깡통전세 문제 대응을 위해 시민단체들이 모여 출범한 '전세사기·깡통전세 시민사회대책위(대책위)에 법률자문을 제공 중이다. 대책위 출범 전 정책요구안과 최근 발의된 특별법 내용 등에 대해서 법률 관련 사항을 검토하기도 했다.
이희숙 변호사는 “앞서 탈북 청소년을 지원하는 학교에 대해서 국·공유 부지를 저렴하게 쓸 수 있는 제도 등에 대한 입법을 진행해 법안이 통과된 사례도 있다”며 “NPO 관련해서 기부금품법 개정 등 여러 가지 입법 운동을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강 이사장은 “변호사들이 모든 시간을 업무에만 쓰지는 않는다”며 “오히려 시간을 내서 공익활동을 하려고 해도 어디서 뭘 해야 할지 몰라서 못 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의지가 있다고 해서 변호사가 직접 공익 법률서비스를 원하는 수요를 찾아다니는 것도 쉽지 않은 노릇이다.
이는 동천이 상근변호사나 태평양 변호사 외의 변호사에게 관련 교육과 함께 법률서비스를 필요하는 기관과 매칭해주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게 된 배경이기도 하다. 동천NPO법센터는 일반 변호사들에게 NPO의 활동과 관련된 세미나를 개설하고, 이를 수료한 변호사들을 NPO와 1:1로 매칭시켜 준다. 동천NPO법센터가 일종의 플랫폼 역할을 수행하는 셈이다.
최근에는 사회적경제조직으로까지 그 분야를 넓혔다. 사회적경제조직은 대부분 영세하고 설립 초기인 단체가 많아 공익법률지원에 대한 수요가 많은 분야로 꼽힌다. 동천은 지난해 10월 사회적경제 법률지원단을 구성, 활동을 원하는 변호사들에게 관련 정보를 제공하고 사회적 경제조직과 매칭시켜 주는 활동을 진행 중이다.
■기부금 통해 태평양과 긴밀한 공조
강 이사장은 “동천은 태평양이 설립 당시부터 내세운 3대 핵심 가치 중 하나인 '가치경영'의 연장선 상에 있다"고 밝혔다. 수익성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공익사건을 전담하는 동천을 태평양이 적극 지원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실제로 동천의 한 해 예산은 약 10억원 정도인데, 이 중 8~9억원은 태평양의 법인 기부금이고 나머지는 태평양 변호사들의 개인 기부금이다. 태평양과 구성원들의 자력으로 운영되면서 동천은 공익활동의 자율성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이해관계로부터 자유롭기 위해 외부 기부금은 받지 않는다.
강 이사장은 “태평양의 지원을 통해 개인이 할 수 없는 대형 사건이나 방대한 해외 사례에 대한 스터디를 비교적 쉽게 할 수 있는 등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것이 강점”이라고 말했다.
이 변호사도 “실제로 중국법에 대한 분석과 연구가 필요한 탈북민 사건을 맡은 적이 있는데 태평양 북경사무소와 공조해서 결과적으로 사건을 잘 마무리한 적도 있다”고 덧붙였다.
강 이사장은 “동천 변호사들이 처음 일을 시작할 때 전문성이 부족해 어려움을 느끼는 경우도 있지만, 태평양의 전문성과 경륜을 갖춘 시니어 변호사들과 함께 사건을 해결해 나가면서 빠른 속도로 역량을 갖춘 변호사로 성장하게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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