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도 못 견딘 ‘스페인 4월의 폭염’···기후변화 없이는 불가능했다
지난달 말, 스페인 남서부 도시인 세비야에서 기온이 40도 안팎으로 치솟았다. 현지 한 조류 구조 단체는 지난 26일(현지 시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폭염 와중에 마차를 끌던 말이 쓰러져 아스팔트 바닥에 누워 있는 영상을 올렸다.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세비야에서 마차를 끌던 말 한 마리가 죽고, 다른 한 마리는 쓰러졌다. 현지 경찰은 더운 날씨에 말이 탈수로 죽은 것으로 보고 마차 주인의 동물 학대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올해 스페인, 포르투갈, 모로코, 알제리 등 서지중해 인근 국가에는 4월 말임에도 7~8월에나 올 폭염이 나타났다. 스페인에서는 38.8도, 포르투갈에서는 36.9도, 모로코 41도, 알제리도 40도를 넘기는 기온을 보였다. 폭염의 영향으로 스페인 마드리드시 등에서는 애초 계획보다 폭염 대책을 한 달 앞당겨 시행했다. 응급실로 오는 온열질환자를 모니터링하고, 폭염 취약계층의 상황도 살폈다. 스페인 기상청은 폭염의 이유로 “강한 햇빛과 함께 아프리카에서 매우 온난하고 건조한 기단이 점진적으로 진입하는 것”을 들었다.
기후과학자들은 스페인 기상청과 다른 원인을 지목했다. 영국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대, 네덜란드 기상청(KNMI), 프랑스 기후환경과학연구소(LSCE), 국립과학연구센터(IPSL), 미국 프린스턴 대학교 등이 모인 기후과학자 협력체 세계기상원인분석(WWA)이 지난 5일 낸 분석을 보면, 지난 4월 말 서지중해 지역의 폭염은 ‘기후변화’ 없이는 불가능했다. WWA의 목적은 극한 기상 현상이 발생했을 때, 그 현상이 인간이 만든 기후변화에 얼마나 영향을 받았는지를 분석해 각국 정부, 언론에 신속히 알리는 것이다.
현재 기후에도 400년 빈도…기후변화로 100배 발생확률 커져
과학자들은 인간이 원인인 기후변화로 서지중해 지역의 평균 기온이 1.2도 상승했다고 보고, 온난화가 일어나기 전과 후의 폭염 양상을 분석했다.
분석을 보면, 서부 지중해의 지난달 말 폭염은 현재 기후에서 400년에 한 번꼴로 나올 정도로 이례적이다. 3일 평균 온도를 기준으로 볼 때 특정한 해에 올해와 같은 폭염이 나타날 확률이 0.25%라는 의미다.
과학자들은 기후변화가 일어나기 전과 비교해, 이런 폭염이 발생할 가능성이 ‘최소 100배’ 증가했다고 봤다. 기후변화가 없었다면 이번 서지중해 폭염같은 날씨가 나타날 확률은 ‘최대 4만 년에 한 번 정도’에 그쳤을 것이란 의미다. 연구진은 “인간이 유발한 기후변화 없이는 이런 폭염이 발생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말혔다. 기후변화가 없었다면 0.25% 확률로 나올 수 있는 폭염의 기온도 2도 이상 더 낮았을 것으로 분석했다.
연구진은 산업화 이전보다 이 지역의 평균 기온이 ‘2도’ 오른다면 비슷한 빈도의 폭염의 기온은 1도 더 오를 수 있다고 봤다. 그나마 ‘보수적’ 추정이다. 연구에 사용된 기후 예측 모델의 추정보다, 실제 현실에서 발생하는 폭염이 더 극심하다. 연구는 “기후 예측 모델과 실제 관측 모두 폭염 빈도와 강도가 심하게 증가하지만, 변화 폭은 기후 예측 모델에서 더 낮다”라며 “서유럽에서는 모든 기후 모델에서 추정하는 것보다 더 극단적인 폭염이 현실에서 나타나고 있다”라고 말했다.
“기후변화 적응 정책 서둘러야”
이른 시기에 찾아오는 폭염은 더 위험할 수 있다. 아직 선풍기, 에어컨 등 냉방 기구를 준비하지 못한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특히, 도시 지역에 폭염 취약계층이 더 많다. 스페인의 한 연구에 따르면 도시 지역의 폭염 취약성은 농촌 지역보다 6배 더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진은 기후변화 적응 정책을 위해 각국 정부가 시급히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연구는 ‘폭염’ 적응 정책의 예시로 하루 중 가장 더운 시간에는 열에 노출되는 것을 피할 수 있도록 하고, 누구나 냉방 기구를 쓸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들었다. 이를 위해서는 폭염 때 늘어나는 전력 수요를 감당할 수 있도록 하는 에너지 공급 체계를 갖춰야 한다고도 봤다.
강한들 기자 handl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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