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혼 vs 미혼, 누가 더 건강하게 오래 살까?

성진규 2023. 5. 7.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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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의 미혼율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통계청이 발표한 '2022 통계로 보는 1인 가구'에 따르면, 2021년 기준 대한민국 1인 가구 716만 6,000가구 중 절반 이상인 50.3%가 미혼 가구로 나타났다. 또한,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국내 30대 남성의 미혼율은 50.8%, 30대 여성 미혼율은 33.6%로 드러났다. 5년 전인 2015년과 비교해 남성은 6.6%P(포인트) 여성은 5.5%P 늘어난 수치다. 결혼 적령기 연령대의 미혼율이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는 의미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기혼자가 미혼자보다 건강한 경우가 많다ㅣ출처: 게티이미지 뱅크

증가하는 국내 미혼율 원인은?

30대의 미혼율이 증가하는 이유로 '경제적 이유'를 가장 많이 꼽는다. 세계적인 경제 불황과 집값 폭등으로 인해 경제적인 여건이 마련되지 않아 결혼을 포기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혼자가 편해서' 결혼을 미루거나 포기한다는 사람도 많다.

2022년 동아일보가 취업 사이트 잡코리아에 의뢰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설문 참가자 30대 미혼 남녀 548명(남성 295명, 여성 253명) 중 남성의 45.8, 여성의 54.9%가 결혼 계획이 없다고 응답했다. 그리고, 그중 절반이 넘는 응답자(남성 54.1%, 여성 70.5%)가 "혼자가 좋아서 아직 결혼 계획이 없다"라고 말했다. 결혼 후 찾아오는 각종 의무와 책임이 부담스럽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아울러, 결혼을 필수라고 여기던 기성세대와는 다른 삶의 가치관과 스스로의 행복을 더 우선시하는 문화가 확산되면서 이러한 현상이 심화된 것으로 보인다.

미혼자 기혼자보다 수명 짧아

최근 한국을 포함한 일본, 영국 등 여러 선진국의 미혼율이 증가하면서 미혼과 건강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주목할 점은 대부분의 연구가 평균적으로 미혼자보다 기혼자가 더 건강하며, 더 오래산다고 말한다는 사실이다.

2022년 영국 통계청(Office for National Statistics)은 2010~2019년 영국 성인 사망자 5백만 명을 조사해 혼인 여부에 따른 사망률을 분석했다. 그 결과, 연령대와 성별에 상관없이 미혼자의 사망률이 기혼자의 사망률보다 2~3배가량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남성의 경우 이러한 현상이 두드러졌는데 미혼 남성의 사망률(10만 명 당 501명)은 기혼 남성의 사망률(10만 명당 166명)보다 3배 가량 높았다.

일본에서도 같은 해 비슷한 내용의 연구가 발표됐다. 2022년 일본 후생노동성(Ministry of Health, Labour and Welfare of Japan)이 발표한 '일본 인구동태조사'에 의하면, 미혼 남성의 수명이 기혼자에 비해 유독 짧은 것으로 나타났다. 분석에 의하면 일본 기혼 남성의 사망 연령 중앙값이 81.6세인 것에 비해 일본 미혼 남성의 사망 연령 중앙값은 67.2세이었다.

이러한 현상이 나타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미혼자는 기혼자와 비교해 안 좋은 생활습관을 갖고 있는 경우가 많다"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2021년 을지대학교 식품영양학과 백진경 교수가 이끄는 연구진은 국민건강영양조사에 참여한 20~30대 청년 5,325명의 건강 상태를 분석했다. 그 결과 혼자 사는 청년이 고혈압 등 만성질환에 걸릴 위험이 2인 이상 가구와 비교해서 약 1.4배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원인은 불규칙한 식습관과 흡연 등이었다.

또한, 미국 시카고 대학교(University of Chicago) 연구진이 50세 이상 미국인 9,100명을 대상으로 혼인 여부가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한 결과, 미혼자가 기혼자보다 심장병, 당뇨, 암 등 중증질환에 걸릴 위험이 20% 더 높았다. 당시 연구진은 "조사 결과 미혼자가 기혼자보다 음주·흡연을 하거나, 건강하지 않은 음식을 먹는 경우가 더 많았다"라고 말하며, "더불어, 기혼자는 미혼자와 비교해서 건강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며 정기검진을 통해 암과 같은 중증질환을 조기에 발견할 가능성이 더 높았다"라고 전했다. 덧붙여 "기혼자는 병들거나 몸이 아프면 배우자가 옆에서 챙겨줄 수 있으며, 필요한 경우 의료 기관에 더 신속하게 연락할 수 있기 때문에 이러한 현상이 나타는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성진규 하이닥 건강의학기자 hidoceditor@mcircle.bi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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