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인상 종료에 베팅한 개미들···채권 순매수 4조 웃돌며 ‘역대 최대’
개인 투자자 채권 순매수 금액이 지난달 처음으로 4조원을 넘기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4%대 은행 정기예금 상품이 잇따라 사라지고 2차전지주를 제외한 주식시장 침체가 길어지는 가운데 금리인상이 끝나간다는 기대감이 커지면서 개인투자자들이 채권시장으로 몰려 들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7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4월 개인 투자자의 채권 순매수 규모는 4조5526억원으로 집계됐다.
통계 작성 이래 개인 투자자의 월별 순매수가 4조원대에 이른 건 이번이 처음이다. 4월 개인의 순매수 규모는 은행(19조5602억원), 외국인(9조1708억원), 자산운용사(8조6418억원) 다음으로 컸다. 채권시장에서 전통적으로 ‘큰손’이라 불리는 보험(2조7천948억원)이나 연기금(2조6천53억원)의 순매수 규모를 한참 웃돌았다.
시장에서는 보험 등 일부 기관의 경우 최근 가동되기 시작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주단의 사업장 정상화 과정에서 각종 리스크가 발생할 수 있는 만큼 채권 매수 시점을 미룬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개인은 금리 인상 국면이 끝물이라는 시장의 관측에 따라 비교적 조금이라도 높은 수익률을 얻기 위해 채권시장으로 눈을 돌린 것으로 보인다.
김은기 삼성증권 수석연구위원은 “국내 크레딧 시장의 아킬레스건인 부동산 PF 우려가 여전히 진행형이고 한전채 및 주택저당증권(MBS) 발행이 1분기에 크게 증가했으며, 2분기 은행채 발행 확대 등 초우량 AAA등급 발행 증가에 따른 수급 부담에 대한 우려도 크다”면서 “하반기 채권시장의 안정화 여부는 상반기 추진되는 정부의 선제적인 부동산 PF 리스크 관리 방안의 성공 여부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반면 개인투자자들은 그간 미국을 중심으로 이어져 온 금리 인상 기조가 막바지에 이르렀다고 보고 이 경우 채권 수익률이 높아질 수 있다는 기대감에 채권 매수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개인 투자자의 순매수 상위 20개 종목군 가운데 국고채 20년물과 30년물이 차지하는 비중(61.7%)이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20년 이상 초장기물에 자금이 몰렸다는 건 그만큼 장기적으로 금리가 하락(채권 가격은 상승)할 것이라고 기대하는 투자 수요가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김지만 삼성증권 연구원은 “최근 한국을 비롯한 주요국들이 금리 인상 기조를 종료할 것이란 신호가 나오면서 개인들의 채권투자 매수세를 자극하고 있다”며 “낮아진 은행 예금 금리보다 높은 금리 매력, 또는 중장기적으로 (채권 가격이 오를 때 팔아 얻는) 자본차익을 기대하는 개인 매수세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경기침체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금리인상 종료만 믿고 채권투자에 나서는데 대한 우려도 나온다. 특히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는 여전히 물가가 높다고 보고 있어 금리인하 시점이 한참 뒤로 늦춰질 개연성도 있다.
안예하 키움증권 연구원은 “(금리) 추가 인상이 제한될 것이라는 점과 점차 고금리의 여파로 인한 경기 하강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점 등은 결국 장기적으로 금리 하락을 예상하게 만드는 요인”이라면서 “유로존과 영국의 추가 긴축 우려에 따라 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경우 (채권) 분할매수로 접근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말했다.
권정혁 기자 kjh0516@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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