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0야드 장타로 ‘괴물 홀’ 무력화 시킨 ‘괴물 장타자’ … 정찬민 “PGA 선수 보다 더 가면 더 갔지 꿀리지 않아”
선두를 달리던 정찬민(24)이 티샷을 하자마자 갑자기 오른팔을 번쩍 들어 올렸다. 샷이 잘못 맞아 오른쪽으로 가고 있다는 의미다. 페어웨이 오른쪽은 공을 칠 수 없는 나무 숲이라 자칫 위기를 맞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의 공은 오른쪽이기는 했지만 다행히 페어웨이에 떨어졌다.
놀라운 것은 공이 페어웨이 중앙을 가로 지르는 벙커를 훌쩍 넘었다는 사실이다. 다른 선수들은 티샷이 잘 맞아도 이 벙커를 넘길 수 없어 좀 더 짧은 왼쪽 벙커를 넘기는 공략을 한다. 완전히 차원이 다른 장타력을 과시한 것이다.
전체적으로 내리막 경사이기는 하지만 전장 535야드의 이 홀에서 대략 400야드 내외 거리를 보냈다.
대부분 두 번째 샷을 하는데 롱 아이언을 잡아야 하지만 정찬민에게는 이날 46도 웨지면 충분했다. 정찬민은 2m 버디 기회를 잡았지만 아쉽게 이 퍼팅을 성공하지는 못했다.
올해 2개 대회 통계이기는 하지만 341.05야드를 날려 장타 랭킹 5위에 올라 있다. 하지만 정찬민이 국내 남자골퍼들 중 가장 멀리 친다는 데 이의를 다는 선수는 없다.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 드라이브샷 거리 통계를 내기 시작한 2008년 이래 장타왕 최고 기록 주인공이 바로 정찬민이다. 작년 평균 317.11야드를 날린 정찬민은 역대 최장타 기록으로 1위에 올랐다.
이번 주 정찬민은 차원이 다른 스코어 카드를 적어 냈다. 첫날 이글 1개, 버디 7개, 보기 1개로 8언더파 63타를 친 데 이어 2라운드에서는 버디 6개, 더블보기 1개, 보기 1개로 3언더파 68타를 쳤다. 이날 보기 없이 이글 1개, 버디 3개로 5언더파 66타를 기록한 정찬민은 54홀 합계 16언더파 197타로 이정환과 아마추어 송민혁을 6타 차로 따돌리고 우승했다.
국내 골프대회가 열리는 코스 중 가장 어려운 ‘클로징 3 홀’에서 그가 보여준 경기력도 급이 달랐다.
사흘 동안 버디 2개에 파 7개를 기록했고 보기 이상은 없었다. 특히 마의 홀로 꼽히는 16번 홀에서는 모두 파를 기록했다. 파만 해도 감지덕지하는 홀이지만 버디를 못 잡아서 아쉬워했던 유일한 선수가 바로 정찬민이었다. 파5홀을 파4홀로 변경한 이 홀의 작년 4라운드 평균 타수는 4.58타나 됐다.
미국프로골프(PGA) 2부 투어인 콘페리 투어 대회에도 출전한 적이 있는 정찬민은 자신의 장타력에 대해 “(PGA 투어 선수들 보다) 더 가면 더 갔지, 꿀리지는 않는 것 같다”고 자신했다.
정찬민은 이 대회전까지만 해도 장타력 외에는 크게 주목을 받던 선수는 아니었다. 올해 출전한 2개 대회 모두 50위권이었고 작년 톱10 횟수도 두 번에 불과했다.
하지만 이번 대회에서 특급 스타로 떠오른 정찬민이 앞으로 어떤 행보를 할지 잔뜩 기대를 모은다.
오태식기자(ots@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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