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합원 양도금지 풀리자 강동 재건축 거래 쑥

이석희 기자(khthae@mk.co.kr) 2023. 5. 7.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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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3구·용산구 제외하곤
조합원 지위 양도제한 풀려
지난해 1건 거래 삼익가든
올해들어 벌써 8건 거래돼
강동구 집값 40주만에 반등
서울 강동구 명일동 삼익그린2차 전경.

지난 7일 방문한 서울 강동구 명일동. 지하철 5호선 명일역을 끼고 있는 이 일대는 1980년대 초중반 지어진 아파트 단지가 즐비해 재건축 사업이 한창이다. 집값이 왕성히 오르던 2020년부터 2021년 초까지만 해도 재건축 기대감에 조합원 지분 거래가 활발했지만, 2021년 상반기 복수의 재건축 단지에서 조합 설립이 완료되면서 거래가 뚝 끊겼다. 강동구 같은 투기과열지구는 조합 설립 이후 즉시 조합원 지위 양도가 금지되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 때문이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단지별로 거래량이 한 건에 그치거나 아예 없는 곳도 있었다.

그러다 지난 1월 3일부터 분위기가 확 달라졌다. 정부가 1·3대책의 일환으로 서울 강남3구(강남·서초·송파)와 용산구를 제외한 전국을 규제지역에서 해제했기 때문이다. 이에 조합 설립이 완료된 재건축 단지도 거래가 자유로워지면서 부동산 침체기를 뚫고 거래 건수가 늘고 있다.

2021년 7월 조합 설립 인가를 받은 명일삼익가든아파트는 지난 한 해 통틀어 거래량이 단 1건에 그쳤다. 10년 이상 보유하고 5년 이상 거주한 1주택자이거나 생업, 해외 체류 등 법이 예외적으로 지위 양도를 허용한 거래 사례였다.

그러나 지난 1월 3일부터 이날까지 약 4개월 만에 벌써 8건의 거래가 성사됐다. 비슷한 시기 조합이 설립된 삼익그린2차아파트 역시 지난 한 해 거래량이 1건에 그쳤지만 올해 들어서만 6건이 거래됐다. 이 외에 조합 설립을 완료한 명일동 삼익파크, 길동 우성 등이 이번 규제지역 해제의 수혜를 입어 8개월 내지 길게는 2년5개월 만에 거래가 성사되기도 했다.

다만 가격은 정점보다는 많이 떨어진 수준이다. 삼익가든 전용면적 82㎡는 지난달 14일 10억원에 거래됐는데 2021년 최고가였던 14억8000만원 대비 5억원 가까이 하락한 금액이다. 삼익그린2차 전용면적 42㎡도 지난 19일 8억원에 거래됐는데 최고가 대비 3억원 떨어진 가격이다.

두 건 모두 직전 거래와 시차는 2년 이상이다. 인근 중개사는 "규제지역에서 해제되면서 매물이 늘어났고 매도자들이 급매로 내놓은 물건 위주로 거래가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난해 하락기를 거치면서 시세는 내려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며 "매도를 원했던 이들에게는 규제 완화로 퇴로가 열린 것"이라고 덧붙였다.

매수자 입장에선 규제 완화와 함께 인근 신축단지 거래량이 늘어나고 가격이 소폭 상승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고 중개사들은 설명했다. 명일동 소재 중개업소 관계자는 "고덕그라시움, 고덕아르테온, 래미안솔베뉴 등 신축 대단지 급매가 빠지고 호가도 오르다보니 이보단 저렴한 재건축 단지로 눈을 돌린 매수 문의가 많았다"고 전했다.

실제로 고덕그라시움 전용면적 84㎡는 지난해 말과 올해 초 13억~14억원대 거래가 이뤄졌지만 지난달엔 15억원대를 회복했다. 고덕아르테온, 래미안솔베뉴 등도 급매가 소진되면서 실거래 가격이 소폭 상승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강동구 아파트 매매 가격 변동률은 지난해 6월 둘째 주부터 40주 연속 내리막을 기록하다 지난 3월 셋째 주 하락을 멈췄다. 최근 3주간 변동률도 -0.01%에서 +0.01%를 오가며 보합세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주택공급 공백을 막기 위해 추가적인 재건축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에 따른 불확실성 때문에 사업에 속도가 나지 않는 단지가 많다"며 "규제지역 해제로 거래 제한이 풀린 곳도 노후 아파트에서 장기간 거주하길 꺼려 매도에 나선 이들이 다수였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3기 신도시 입주가 예정된 2026년 이후엔 또다시 공급 부족이 고개를 들 것"이라며 "정비사업을 통한 공급 확대를 위해 지난해 발표한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완화법을 조속히 통과시켜야 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석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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