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년만에 열린 英 대관식… 종교·여성·인종차별 지웠다

박양수 2023. 5. 7.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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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스 3세(74) 영국 국왕이 6일(현지시간) 대관식을 통해 영국과 14개 영연방 왕국의 군주가 됐음을 공식 선포했다.

대관식은 이날 오전 찰스 3세가 런던 버킹엄궁에서 커밀라 왕비와 함께 '다이아몬드 주빌리 마차'를 타고 대관식이 열리는 웨스트민스터 사원으로 향하는 '왕의 행렬'로 시작됐다.

대관식이 끝난 뒤 버킹엄궁으로 복귀하는 찰스 3세 부부가 260년 된 '황금마차'를 타고 등장할 때는 군중들이 환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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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호와 시위대 야유 속 대관식 치러
전통 지키며 현대화 추구…군주제 시대상 의식
엘리자베스 2세 때보다 검소하게 치러
종교적 다양성 배려, '영연방' 영토 인식도 변화
찰스 3세 영국 국왕의 대관식이 열린 6일(현지시간) 찰스 국왕과 커밀라 왕비가 버킹엄궁전에서 손을 흔들고 있다. [런던 AP=연합뉴스]
6일 영국 런던에서 대관식이 진행되는 동안 반군주제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EPA=연합뉴스]
보주와 홀을 든 찰스 3세. [로이터=연합뉴스]

찰스 3세(74) 영국 국왕이 6일(현지시간) 대관식을 통해 영국과 14개 영연방 왕국의 군주가 됐음을 공식 선포했다. 이로써 영국 국왕 중 가장 고령으로 즉위한 찰스 3세는 영국의 40번째 왕이 됐다.

대관식은 이날 오전 찰스 3세가 런던 버킹엄궁에서 커밀라 왕비와 함께 '다이아몬드 주빌리 마차'를 타고 대관식이 열리는 웨스트민스터 사원으로 향하는 '왕의 행렬'로 시작됐다.

영국 국교회 최고위 성직자인 저스틴 웰비 캔터베리 대주교가 집전한 대관식은 승인(Recognition), 서약(Oath), 성유의식(Anointing), 왕관 수여식(Investiture), 즉위(Enthronement) 순서로 진행됐다.

찰스 3세는 서약식에서 "하느님의 이름으로, 그의 본보기로서 나는 섬김받지 않고 섬기겠다"고 말했다. 성유 의식이 끝난 후 대주교는 성 에드워드 왕관을 찰스 3세의 머리 위에 얹었다. 대관식이 끝난 후, 즉위를 알리는 종이 울리고 예포가 발사됐다.

이번 대관식은 1953년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대관식 이후 70년 만에 치러졌다. 찰스 3세가 왕세자로 책봉된 이후 65년 만이다. 그런 만큼 유구한 전통의 틀을 유지하면서도, 예식 곳곳에 현대적인 가치를 반영하기 위한 시도가 있었다.

대관식에 가장 먼저 입장하는 성직자 행렬에는 영국 국교회 외에 유대인, 이슬람교도, 힌두교도, 불교도, 시크교도 지도자들이 초청됐다. 또한 대관식 역사상 처음으로 여성 사제가 참석했다. 찬송가는 영어 외에 웨일스어, 스코틀랜드어, 아일랜드어로도 불렸다. 찰스 3세가 대관식 선서에 "모든 믿음과 신앙을 가진 사람들이 자유롭게 살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대목을 추가한 것도 이전과 달라진 대목이다.

영국 통치 범위에 대한 인식도 바뀌었다. 찰스 3세는 이번에 "그레이트 브리튼 및 북아일랜드 연합왕국의 국민들, 그리고 당신의 다른 영역과 영토를 통치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엘리자베스 2세는 "그레이트 브리튼 및 북아일랜드 연합왕국(현 영국의 정식 국호)과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남아프리카연방, 파키스탄, 실론, 그리고 당신의 소유와 다른 영토를 통치할 것"이라고 서약했었다.

대관식 규모는 최근 좋지 않은 경제 상황을 감안해 선왕 때보다 축소됐다. 참석자 수는 2000명으로, 엘리자베스 2세 대관식 때의 8000명과 비교해 4분의 1 수준으로 줄였다.

대관식 행사에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대신 참석한 질 바이든 여사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 등 국가원수급 인사 100여명이 자리했다. 한국 정부를 대표해 한덕수 총리가 참석했다.트래펄가 광장에서 버킹엄궁으로 이어지는 더몰 거리는 대관식 행렬을 보기 위한 시민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대관식이 끝난 뒤 버킹엄궁으로 복귀하는 찰스 3세 부부가 260년 된 '황금마차'를 타고 등장할 때는 군중들이 환호했다. 찰스 3세의 할아버지인 조지 3세 국왕 재위 기간인 1762년 제작된 황금마차는 1831년부터 대관식 때마다 사용됐다.

군주제에 반대하는 시민단체 등의 시위도 있었다. 반군주제 단체인 '리퍼블릭' 회원 등 수백명은 찰스 3세의 행렬을 향해 '내 왕이 아니다(Not My King)'라고 적힌 노란색 깃발을 흔들었다. 시위대는 찰스 3세와 커밀라 왕비가 웨스트민스터 사원에 도착하자 야유를 보내기도 했다.

스코틀랜드 에든버러와 글래스고, 웨일스 카디프 등 다른 지역에서도 수백명의 시위 참가자들이 "군주제를 폐지하고 국민들을 먹여살려라"고 적힌 팻말을 들고 "왕정 타도"를 외쳤다. 박양수기자 ys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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