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보성·하동 차(茶), 뭐가 어떻게 달라요? [푸드360]
[헤럴드경제=김희량 기자] 하동을 비롯해 보성, 제주 등 차 재배지들은 바쁜 5월을 보내고 있습니다. 지난달부터 전국 차(茶) 재배지가 분주한 ‘수확 시즌’이 시작됐기 때문인데요. 여러분은 국내 차 재배지가 지역별로 어떤 차이가 있는지 알고 계시나요? 김종철 하동녹차연구소 책임연구원(박사)와 함께 국내 차 재배지별 특성을 알아봤습니다.
우선 우리가 흔히 말하는 녹차는 홍차, 우롱차들 모두 같은 종류의 나무(멜리아 시넨시스, Camellia Sinensis)에서 나오는 차랍니다. 제다(製茶) 방식에 따라서 맛과 색이 다른 차들이 만들어지는데요. 제다 방식에 따라서 차는 녹차, 홍차, 백차, 황차, 청차, 흑차 등 6가지로 크게 분류됩니다. 즉, 하동에 있는 차 나무에서 수확된 찻잎을 어떻게 제조하느냐에 따라 홍차도, 녹차도 나올 수 있는 겁니다. 실제 하동에서는 녹차 이외에도 홍차류에 해당하는 ‘잭살차’가 생산된답니다.
같은 차 나무라도 품종이 다양한데요, 이 품종에 따라 맛도 약간씩 차이가 납니다. 김 박사는 “하동 지역에서는 재래종이, 보성은 재래종과 혼합종, 제주는 야부기다·후슌 등 일본 종이 많이 심겨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흔히 야생차로 알려진 재래종 차는 맛이 다양하고 풍부하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대신 단일 품종에서 생산된 제주 차는 일정한 맛을 낼 수 있는 강점이 있죠. 김 박사는 “같은 녹차라도 하동 차를 드시다 보성, 제주 걸 맛보면 ‘맛이 싱겁다’라고 느끼실 수도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한국의 주요 차 재배지로는 전라도 보성, 경남 하동, 제주가 크게 알려져 있는데요. 국가통계포털(2019년)에 따르면 지역별 차 재배 면적은 전라남도(1271ha), 경남(884ha), 제주(592ha) 순으로 파악됩니다. 한국에서는 차의 유래에 대해 여러 설이 있지만 〈삼국사기〉에서 신라 흥덕왕 3년(828년) 대렴공이 차씨를 들여와 지리산 하동 쌍계사 일원에 처음으로 차나무를 심었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이를 근거로 하동은 차의 시배지로 알려져 있습니다. 반면 보성에서는 서기 369년 당시 복홀군(보성의 옛 지명)이 마한에서 백제로 통합될 때 차를 이용했다는 보성군사의 기록을 들며 1600년의 재배 역사를 가졌다고 말합니다.
국내 녹차 재배는 9세기경 경상도와 전라도에서도 시작됐지만 지금과 같은 대량 생산이 시작된 것은 일제 강점기 이후입니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에 따르면 1940년 일본인들이 보성다원에 대규모 차밭을 조성했는데 당시 일본 차종인 야부기다와 인도산 차종인 베니오마레가 심겼다고 합니다. 차나무는 날씨가 따뜻하고 연평균 1500㎜ 이상 비가 와야 합니다. 보성의 강수량은 연평균 1400㎜로 약간 부족하지만 대륙성 기후와 해양성기후가 교차하며 안개가 자주 발생합니다. 1969년 농어민소득증애 특별사업이 진행되며 전남 보성을 중심으로 대규모 녹차 산업이 발달했습니다.
하동은 지리산 자락의 높은 고도를 자랑하는데요. 밤낮 기온 차가 크고 산악 지대 특성상 물빠짐이 좋다고 합니다. 차 나무가 무조건 햇빛을 많이 쬐는 것보다 적당한 햇빛을 받는 게 중요하다고 하는데요. 높은 고도는 안개 등으로 적절히 햇빛을 가려준다고 합니다. 하동은 평지가 적어 보성, 제주처럼 기계식 재배를 하는 게 어렵습니다.
제주는 차 재배의 역사는 짧지만 기후 측면에서 한국에서 가장 유리한 조건을 갖고 있습니다. 남부에 위치에 따뜻한 날씨를 유지할 수 있어 아열대 기후를 갖고 때문인데요.
제주에서는 아모레퍼시픽의 창업자인 서성환 서대회장이 1979년 황무지를 차밭으로 만들기 시작하며 차 재배지로 본격적으로 거듭나게 됐습니다. 오설록은 이후 100만 평 규모의 유기농 차밭을 일구며 제주 차를 알리는 대표 브랜드가 되었죠. 제주는 바닷바람이 사계절 내내 불어 대기 순환이 잘 되고 안개도 많이 생성된다는 강점도 가지고 있습니다. 제주의 토양은 역시 물빠짐이 좋은 화산토입니다. 하동과 보성도 모두 배수가 잘 되는 식양토, 자갈이 많은 양질의 토양을 각각 갖고 있습니다.
사람마다 좋아하는 커피가 다르듯 좋아하는 차 맛도 다양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다면 지역과 무관하게 보편적인 관점에서 좋은 품질의 차는 어떻게 구분할까요? 기본적으로 ‘품질이 좋다’고 평가받는 차들은 떫은 맛이 오래 지속되지 않습니다. 차를 우리는 시간도 중요합니다. 김 박사는 “티백 차가 맛이 떨어진다는 인식이 있는데 오래 우릴 때 그렇다”면서 “15초 내외로 짧게 우리거나 짧은 시간에 몇 번 물에 흔들어 마시는 것도 방법”이라고 알려줬습니다.
재배 시기도 맛에 영향을 줍니다. 전통녹차의 경우 수확 시기에 따라 우전, 세작, 중작 등 다양한 종류를 갖고 있습니다. 24절기 중 6번째인 곡우에 딴 찻잎으로 만든 우전의 경우 목 넘김이 부드럽고 순한 맛이 특징입니다. 김 박사는 “쓴맛이 잠깐 느껴져도 이후 단맛과 감칠맛이 뒤따라 오는데 이때 목 넘김이 특히 매끄럽다”고 설명했습니다.
hop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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