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패트리엇으로 러 극초음속 미사일 첫 격추
봄철 대반격을 준비 중인 우크라이나군이 미국으로부터 제공받은 패트리엇 방공 미사일로 러시아가 무적이라고 자랑해온 극초음속 미사일을 격추하는 데 성공했다.
AP통신과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미콜라 올레슈추크 우크라이나 공군사령관은 6일(현지시간) 텔레그램을 통해 지난 4일 키이우 외곽 지역에서 패트리엇 방공 미사일을 이용해 러시아의 Kh-47 ‘킨잘’ 미사일을 격추했다고 말했다. 그는 “우크라이나인들과 함께 이 역사적인 사건을 축하하고 싶다”면서 “맞다. 우리는 ‘비교를 불허하는’ 킨잘을 격추시켰다”고 말했다.
NYT는 미국 고위 관리 3명이 이 같은 사실을 확인해줬다면서 “이는 푸틴 대통령이 절대 격추되지 않는다고 자랑한 러시아의 극초음속 미사일을 현재의 서방 방공 미사일 시스템으로 격추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첫 번째 증거”라고 지적했다.
러시아어로 ‘단검’이라는 뜻인 킨잘은 2018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공개한 6개의 차세대 무기 중 하나다. 푸틴 대통령은 당시 현존하는 세계의 어떤 방공 미사일 시스템으로도 최고 속도가 음속의 10배에 이르는 킨잘을 격추할 수 없다고 자랑한 바 있다.
패트리엇 미사일로 킨잘을 격추시킨 것이 사실이라면, 이는 봄철 대반격을 준비하는 우크라이나 입장에서 고무적인 소식이다. 봄철 대반격 이후 예상되는 러시아의 보복 공격으로 인한 피해를 줄일 수 있어서다. 러시아는 지난해 우크라이나의 반격으로 전세가 뒤집히자 킨잘과 순항미사일 등을 이용해 지난해 가을과 겨울 우크라이나의 전력 기반시설을 집중 공격한 바 있다. 이번에 우크라이나가 격추했다고 주장한 킨잘은 지난 3일 크렘린궁 상공에서 드론 두 대가 폭발하자 러시아가 이를 우크라이나의 푸틴 대통령 암살 시도로 보고 지난 4일 키이우 등에 보복 공습을 하는 과정에서 발사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이 제공한 첫 패트리엇 방공 미사일 시스템은 지난달 우크라이나에 도착했다. 패트리엇 방공 미사일 시스템을 운용할 우크라이나 군인들은 지난 3월 미국에서 10주간 훈련을 마쳤고 지금은 다른 군인들이 훈련을 받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서방의 군사 지원을 유지하기 위해 봄철 대반격에 성공해야 한다는 심한 압박감을 받고 있다고 NYT는 전했다. 우크라이나에 수십억달러의 군사 지원을 하고 있는 서방 국가들이 봄철 대반격의 성공 여부를 군사 지원의 유효성을 평가하는 시험장으로 삼고 있어서다. 봄철 대반격에 실패하면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지원에 대한 회의적인 목소리가 커지면서 서방의 지원이 급감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미국의 경우 내년 대선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이 재선에 실패하고 공화당 후보가 당선될 경우 군사 지원이 계속되리라고 장담할 수 없다.
반면 선거 등으로 인한 국내 정치적 압력에서 자유로운 푸틴 대통령은 서방의 이 같은 취약점을 겨냥해 장기전을 계획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싱크탱크 미국외교협회(CFR)의 토머스 그레이엄은 “2024년 미국에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누가 알겠나. 미국인들이 장기적으로 어느 편에 설지는 불분명하다”면서 “크렘린은 시간이 자기들 편이라고 믿을 것”이라고 말했다.
올렉시 레즈니코프 우크라이나 국방장관은 지난달 말 우크라이나 매체와 인터뷰에서 “우리 파트너와 우방국들 사이에서 반격에 대한 기대감이 과대평가되고 과열되고 있다”면서 “그것이 가장 큰 걱정거리”라고 말했다. 대규모 반격이 큰 성과를 내지 못할 경우에 대비해 미리 기대치를 낮추려는 의도가 깔린 발언으로 풀이된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군의 잔혹성을 강조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국방부는 6일 트위터를 통해 러시아군이 동부 격전지 바흐무트에서 대량살상 무기인 백린탄을 민간인 거주 지역에 사용했다며 도시가 불에 타는 영상을 공개했다. 백린탄은 화염을 이용해 공격하는 소이탄의 일종으로, 일단 불붙기 시작하면 끄기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제네바 협약에서는 연막용과 조명용으로만 사용이 허용돼 있다.
BBC는 이와 관련해 소이탄의 일종이 사용된 것으로 보이지만 백린 사용 여부까지는 알 수 없다고 전했다.
정원식 기자 bachwsik@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빗속에 모인 시민들···‘윤석열 퇴진·김건희 특검’ 촉구 대규모 집회
- 트럼프에 올라탄 머스크의 ‘우주 질주’…인류에게 약일까 독일까
- 최현욱, 키덜트 소품 자랑하다 ‘전라노출’···빛삭했으나 확산
- 사라진 돌잔치 대신인가?…‘젠더리빌’ 파티 유행
- “나도 있다”…‘이재명 대 한동훈’ 구도 흔드는 경쟁자들
- 제주 제2공항 수천 필지 들여다보니…짙게 드리워진 투기의 그림자
- 말로는 탈북자 위한다며…‘북 가족 송금’은 수사해놓고 왜 나 몰라라
- 경기 안산 6층 상가 건물서 화재…모텔 투숙객 등 52명 구조
- [산업이지] 한국에서 이런 게임이? 지스타에서 읽은 트렌드
- [주간경향이 만난 초선] (10)“이재명 방탄? 민주당은 항상 민생이 최우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