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FD 불공정거래’ 3년 전부터 감지했던 거래소···예방할 순 없었나
한국거래소가 ‘SG증권발 주가 폭락 사태’의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되고 있는 차액결제거래(CFD)의 부작용을 이미 3년 전부터 감지하고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당국은 한국거래소의 이상거래 탐지 기능도 강화하는 등 뒤늦게 CFD 제도 개선에 나서고 있다.
7일 한국거래소(거래소)에 따르면 거래소 시장감시위원회는 지난 2020년 11월 “CFD를 이용한 불공정거래 여부를 집중심리하겠다”는 내용이 담긴 보도자료를 발간했다.
당시 거래소는 “익명성이라는 CFD상품 특성상 불공정거래에 활용될 개연성이 있어 대응방안을 마련”했다면서 ”프라이빗뱅킹(PB)계좌의 이상거래 혐의판단시 관련 CFD계좌 분석 방법, 회원사 심리자료 징구 방법 등 불공정거래 심리매뉴얼을 마련하여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거래소는 “CFD는 손익정산을 위한 일부 증거금 납입만으로 주식거래가 가능하기 때문에 높은 레버리지 거래가 가능하고, 투자자는 실제 주식을 보유하지 않으므로 양도소득세·지분공시의무 등 규제 회피 수단으로도 활용되고 있다”면서 “최근 이러한 익명성을 악용한 미공개정보이용, 시세조종 등 불공정거래 개연성 및 사례가 적발되고 있어 집중 심리가 필요”하다며 취지를 설명하기도 했다.
거래소가 이상신호를 감지한 2020년 말에는 CFD로 거래된 주식이 1조5000억원(2020년 10월)을 넘어 사상 최대규모를 기록하는 등 CFD의 계좌 및 거래대금이 급증하고 있었다.
CFD 거래가 늘어나자 그에 따른 부작용도 함께 드러났다. 당시 ‘슈퍼개미(대규모 거래를 하는 개인투자자)’로 알려진 한 유명 유튜버는 CFD계좌로 미리 사둔 주식을 자신의 유튜브 방송 등에서 매수하라고 추천했다는 의혹에 휩싸이기도 했다. 또 특정 종목들은 CFD거래를 대행하는 외국계 증권사의 반대매매로 인해 주가가 하루에 5%이상 급락하는 현상이 관측되기도 했다. 반대매매란 증거금이 부족한 CFD계좌를 청산하기 위해 증권사가 투자자의 주식을 강제로 매도해 대출금을 회수하는 것을 말한다. 반대매매가 이뤄지면 시장에 매도 물량이 쏟아지기 때문에 주가가 추가하락하는 원인이 될 수 있다.
당시 거래소는 구체적인 불공정사례를 소개하기도 했다. 거래소는 보도자료를 통해 “A사 주식을 대량 보유한 甲은 A사 주가가 하락하자 주가고정을 위한 시세조종성 주문 제출 과정에서 시세조종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높은 레버리지 거래가 가능한 CFD거래를 이용”했다고 밝혔다.
2019년 11월 금융당국이 개인 전문투자자 지정 요건을 완화한 이후 CFD 시장은 지속적으로 팽창해왔다. 2020년 말 4조8000억원이던 CFD 잔액은 2021년 말 기준 5조4000억원으로 1년 만에 약 13.1%(6000억원) 급증했고 같은 기간 개인 전문투자자 수도 1만1626명에서 2만4365명으로 2배 이상 늘어났다. 금융감독원은 ‘2022년 자본시장 위험 분석보고서’를 통해 “증권사의 공격적인 영업으로 CFD 시장 과열 우려가 있고 주가 변동성 확대 시 CFD 거래의 레버리지 효과 등으로 투자자 손실 발생 소지가 있다”면서 “주가 변동성이 확대될 경우 CFD 거래의 레버리지 효과 등으로 투자자 손실 폭이 일반 주식 투자 대비 증가할 소지가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때문에 금융당국이 발 빠르게 CFD 제도 개선에 나섰다면 이번 주가 폭락 사태의 피해를 줄일 수 있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증권사들이 한국거래소 거래정보저장소(TR)에 △개시담보금액 및 비율 △유지담보금액 및 비율 △반대매매 기준금액 및 비율 등 CFD 관련한 의무보고항목을 밝히도록 한 2022년부터라도 CFD 실거래 당사자를 파악할 수 있도록 조치했다면 기관투자자가 대량 유입된 것처럼 보이는 ‘착시’ 현상을 예방할 수 있었다는 금융투자업계의 의견도 있다.
지난 2021년 개설 이후 약 469만건의 거래정보를 수집해온 TR은 국내외 은행·증권·보험·자산운용사 등 275사가 이용자로 등록해 장외파생 거래정보 보고의무를 이행하고 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CFD도 장외파생상품 TR에 포함되도록 하겠다고 했는데 기능상으로는 작동이 되고 있더라도 실제 보고를 제대로 받고 있는지, 그리고 시장 감시할 때 활용하고 있는지 점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만 한 금융당국 관계자는 “이번 시세조종이 장기간에 걸쳐서 이루어졌고 거래물량도 많지 않아서 기존 이상탐지 시스템으로는 한계가 있었다”고 말했다.
권정혁 기자 kjh0516@kyunghyang.com, 유희곤 기자 hul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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