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단 군벌, 본격적인 휴전 회담 돌입…‘완전한 종전’ 가능성은 희박

사우디 제다서 정부군-RSF 대표단 만나
로이터 “인도적 차원의 휴전만 논의될 것”
수도 하르툼선 일반인의 구조 활동 주목

수단 정부군과 준군사조직 신속지원군(RSF) 대표단이 사우디아라비아에 도착한 6일(현지시간) 수단 수도 하르툼에서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AFP연합뉴스

무력 충돌을 이어가고 있는 수단 정부군과 준군사조직 신속지원군(RSF)이 7일(현지시간) 본격적인 휴전 회담에 돌입했다.

하지만 양측에서 누구를 대표자로 내세웠는지, 언제까지 대화가 진행되는지 등 대부분 정보가 감춰진 ‘밀실 협상’인 데다가 정부군과 RSF 모두 종전엔 난색을 보여 사태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AP통신에 따르면 정부군과 RSF 대표단은 이날 사우디아라비아 제다에 마련된 협상 테이블에 마주 앉았다. 미국과 사우디, 아랍에미리트(UAE) 등 국제사회가 끈질기게 양측을 설득했고, 전날 정부군과 RSF 대표단이 사우디에 도착하며 지난달 15일 내전 발발 이후 첫 대면이 성사됐다.

다만 국제사회가 요구하는 완전한 종전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미국과 사우디 당국은 전날 “수단 국민의 고통을 덜어줄 휴전과 분쟁 종식을 위한 대화에 적극적으로 참여해달라”고 촉구했지만, 로이터통신은 “인도적 차원의 휴전에 대해서만 논의될 것”이라며 “전쟁을 끝내기 위한 협상은 절대로 없다는 뜻을 양측이 분명하게 밝혔다”고 전했다.

RSF 수장인 모하메드 함단 다갈로 사령관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글에서 “확고한 휴전을 확립하고 인도주의적 통로를 만들기 위한 노력을 환영한다”고 밝혔을 뿐 종전 가능성은 언급하지 않았다. 볼케르 페르테스 유엔 수단 특사 또한 “첫 번째 접촉이라는 사실을 고려해야 한다”며 “회담이 구체적이기보다는 탐색전 성격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신 수단 현지 의료시설 확충과 민간인 대피 통로 개설 등이 주요 의제로 다뤄질 전망이다.

뉴욕타임스(NYT)는 회담과 관련된 모든 정보가 차단됐다는 점, 지금까지 여러 차례 휴전에 합의했지만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는 점을 들어 기대만큼의 성과가 없을 것으로 전망했다. 실제로 양측 대표단이 사우디에 도착한 이후에도 수도 하르툼에선 전투기 공격 등으로 인한 화염이 치솟았다.

수단 수도 하르툼에서 외교관과 유엔 직원 등 60명을 구한 사미 알가다(왼쪽)와 하산 티브와의 모습. 트위터 캡처

한편 군벌 간 신경전이 거세지는 가운데 펼쳐진 일반 시민들의 구조 활동이 주목받고 있다. NYT는 이날 수단 아프리카국제대 재학생인 하산 티브와와 사미 알가다의 사연을 소개했다. NYT에 따르면 이들은 학비를 벌기 위해 대사관과 유엔 사무소가 밀집한 일명 ‘하르툼 K2’ 지역에서 택시 운전을 부업으로 해왔다.

K2 지역은 RSF가 장악한 곳으로 지난달 군벌이 충돌하자 군인들은 대사관과 유엔 사무소 직원들 집에 총격을 가하며 위협했다. 티브와와 알가다는 총탄을 뚫고 집에 갇힌 외교관, 유엔 직원들을 택시에 태워 안전지대로 대피시켰다. NYT는 이들이 구한 사람만 60명에 달했고, 어떤 대가도 요구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특히 탄자니아 출신인 티브와는 2017년부터 수단에서 유학 생활을 했는데, 수단의 치안을 불안하게 생각하는 부모님에게 “알제리에서 공부하고 있다”며 선의의 거짓말을 했다. 그는 NYT와의 인터뷰에서 “고향에 갈 돈이 없어 부모님께 ‘사실 수단에 머물고 있다’는 말씀을 자연스럽게 드리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익명을 요청한 유엔 관계자는 “그들에게 어울리는 유일한 단어는 바로 ‘영웅’이다”라며 “각 정부가 위험에 처한 직원들을 구출하지 못하고 있을 때 이들은 위험을 무릅쓰고 달려와 줬다”고 말했다.

손우성 기자 applepie@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