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델 히스토리] 수입차 시장의 시작을 알린 세이블, 머큐리 세이블 모델 히스토리
최근 국내 수입 자동차 시장을 살펴보면 독일 브랜드들의 성장이 시선을 끈다. 그러나 과거에는 미국 브랜드들의 차량들이 활약을 하며 소비자들의 이목을 끈 시절도 있었다.
이러한 과거의 흐름에서 돋보이는 차량이 상당히 많다. 포드 그룹의 프리미엄 브랜드 ‘머큐리’가 선보인 대형 세단, 세이블 역시 이러한 차량 중 하나다. 특히 세이블은 기아차를 통해 판매되며, 판매 1위를 달성한 이력도 있는 차량이다.
과연 세이블은 어떤 역사와 이야기를 품고 있을까?
1986-1991 // 미국과 대한민국 모두에서 피어난 초대 세이블
초대 머큐리는 하나의 자동차 그룹이 여러 브랜드들 운영하던 당대의 미국 자동차 시장의 기조를 반영한 차량이다. 실제 세이블을 선보인 브랜드, ‘머큐리’는 포드 그룹의 고급 브랜드이며 세이블 역시 당대 포드가 선보인 대형 세단 ‘토러스’의 리배징, 리터치 모델이다.
차량에 사용된 플랫폼은 토러스와 같이 DN5으로 낙점됐고 개발 단계부터 토러스와 많은 부분을 공유하면서도 조금 더 긴 휠베이스로 여유를 더했다. 여기에 프론트 그릴의 라이트 바를 비롯해 여러 디테일 등이 외형과 실내에 적용되어 도로 위에서의 시선을 집중시켰다.
차체 구조는 세단 사양이 기본이었지만 차량의 활용도를 높이고자 하는 이들을 위한 스테이션 왜선 모델도 마련됐다. 트림 구성은 기본 모델과 상위 모델, 그리고 일부 특별 사양 등이 등장해 소비자들의 관심을 집중시켰다.
보닛 아래의 파워트레인은 2.5L 가솔린 엔진과 V6 3.0L 가솔린 엔진, 그리고 에섹스 V6 3.8L 등이 마련되었고 수동 변속기가 제공된 토러스와 달리 자동 변속기만 마련되어 보다 쾌적하고 안정적인 주행 질감을 누릴 수 있도록 했다.
다만 세이블의 포지션은 시장에 따라 사뭇 다른 모습을 보였다. 미국에서는 포드 토러스와 제대로 구분되어 ‘고급스러운 세단’의 포지션을 구축했지만 멕시코 및 일부 국가에서는 포드 ‘토러스’로 판매되는 경우도 있었다.
한편 세이블은 국내 소비자들에게도 무척 익숙한 차량이다. 지난 1989년, 기아차를 통해 세이블이 판매되었다. 당대 판매 가격이 2,750만원으로 국산 차량 대비 무척 비싼 차량이었지만 ‘고급 세단’을 원하는 국내 소비자들의 많은 관심을 받았다.
1991-1995 // 한층 세련된 스타일로 거듭난 대형 세단, 2세대 세이블
1991년 데뷔한 2세대 세이블은 기술적인 ‘세대 교체’를 기준으로 본다면 완전한 세대 교체라기 보다는 ‘큰 범위의 부분 변경’ 모델이라 할 수 있다. 실제 차체 구조는 물론, 파워트레인 구성 등에서도 이전의 세이블과 큰 차이가 없다.
대신 시각적인 부분에서는 많은 변화를 이뤄냈다. 실제 헤드라이트는 물론이고 보닛 라인, 그리고 차체의 전체적인 실루엣이 한층 슬림해지며 더욱 세련된 세단의 매력을 드러냈다. 더불어 이러한 모습은 비슷 시기에 데뷔한 기아 세피아와 유사했다.
전체적인 개선 작업을 거친 덕에 실내 공간 및 편의사양도 개선되어 소비자들의 좋은 평가를 받았고,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도 기아차의 판매 네트워크를 활용해 지속적인 판매를 이어갈 수 있었다. 특히 1994년과 1995년, 수입차 시장 판매 1위를 기록했다.
2세대 세이블은 기아차가 판매, 서비스를 담당했으나 이후 포드세일즈서비스코리아(포드코리아)가 출범하며 관련된 업무 및 서비스 등을 이관했다. 그리고 모든 권한을 전해 받은 포드코리아는 이후 주력 세단을 ‘포드 토러스’로 전환하기로 결정했다.
1996-1999 // 점점 좁아지는 입지의 머큐리, 그리고 3세대 세이블
3세대 세이블은 앞선 2세대와는 사뭇 다른 모습으로 소비자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곡선, 유선형의 구성을 앞세운 모습은 포드 브랜드의 신형 토러스와 동일한 것이다. 참고로 이러한 모습은 이후 4세대도 이어졌다.
3세대 세이블은 끝이 좁아지는 프론트 엔드, 그리고 원형의 헤드라이트 및 독특한 루프 라인은 세이블 외에도 여러 ‘포드 그룹’ 차량에 적용되어 당대의 ‘그룹의 디자인 기조’를 고스란히 드러낸다. 더불어 ‘라이트 바’ 역시 곡선으로 적용됐다.
기술적인 부분에서도 발전을 이뤄냈다. 실제 시대의 변화에 맞춰 DN101 플랫폼을 기반으로 개발되었으며 세단과 스테이션 왜건, 두 종류의 차체 구조를 계승했다. 여기에 보닛 아래에는 V6 3.0L 엔진과 4단 변속기, 전륜구동이 조합됐다.
다만 데뷔 초기의 기대와 달리 시장에서의 판매는 조금씩 하락했다. 이에 머큐리는 엔트리 사양인 G 트림, 그리고 옵션 및 가격 조정 등을 통해 가격 경쟁력 등을 높이는 정책을 펼쳤지만 전반적인 흐름을 바꾸진 못했다.
2000-2005 // 더욱 유려하게, 여유롭게 4세대 세이블
포드 그룹 내에서 경쟁력이 점점 약화되고 있는 상황이었지만 머큐리는 브랜드의 행보를 이어갔다. 이러한 흐름은 4세대 세이블에서도 그대로 확인할 수 있다.
세대 교체를 거치며 새로운 플랫폼인 D186을 기반으로 개발되었고, 차량의 체격은 기존의 세이블과 큰 차이가 없었다. 다만 디자인에 있어서는 일부 요소들이 개선, 변형 되어 존재감을 조금 더 강조한 모습이다.
특히 헤드라이트가 더욱 커졌을 뿐 아니라 실내 공간을 보다 쾌적하게 구성하기 위한 전용의 루프 라인 및 구성 등이 더해졌다. 다만 ‘기능 개선’과 별개로 시각적인 만족감에서는 호불호가 갈릴 수 밖에 없었다.
실내 공간과 구성 등은 형제 모델인 토러스(포드)와 컨티넨탈(링컨) 등과 유사한 모습이었지만 일부 기능 및 편의 사양의 차이를 두며 ‘세이블의 매력’을 구축했다. 참고로 차체 구조는 세단과 스테이션 왜건이 제공됐다.
보닛 아래에는 V6 3.0L 발칸 엔진과 V6 3.0L 듀라텍 엔진이 자리했고, 4단 자동 변속기와 전륜구동의 레이아웃이 일상의 여유를 제공했다. 다만 성능 및 운동 성능 등에 있어서는 뛰어난 수준은 아니었다.
2008~2009 // 가까워진 머큐리의 종말, 그리고 5세대 세이블
2005년, 머큐리는 4세대 세이블의 뒤를 잇는 차량으로 ‘5세대 세이블’이 아닌 몬테이고와 밀란을 선보였다. 그러나 시장에서의 반응은 그리 좋지 못했고, 결국 머큐리는 2008년부터 다시 세이블을 시장에 선보였다.
세이블의 이름이 짧은 공백 끝에 부활해 소비자들의 관심을 더할 듯 헀지만 몬테이고의 부분 변경에 ‘이름만 바꾼 것’이 전부였다. 게다가 밀란 같은 경우는 차량의 체격이 작아 ‘대형 세단’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기도 했다.
5세대 세이블은 직선이 강조된 몬테이고, 그리고 포드 포러스 등과 동일한 디자인을 앞세웠다. 조금 무뚝뚝할지 몰라도 이전보다 볼륨감이 도드라지며 대형 세단의 여유가 한층 강조된 모습이다.
더불어 실내 공간에서도 직선적인 연출이 적극 채용되어 더욱 넉넉하고 개방감 넓은 대형 세단의 매력을 누릴 수 있도록 했다. 다만 소재와 연출에 있어서는 그리 탁월한 편은 아니었다.
보닛 아래에는 V6 3.5L 듀아텍 엔진이 탑재됐고, 아이신 사에서 공급한 6단 자동 변속기가 전륜구동(혹은 AWD) 시스템과 합을 이뤘다. 이를 통해 안정적이면서도 보다 쾌적한 주행 성능을 누릴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시장에서의 실적은 만족스럽지 못했고, 결국 포드그룹은 2009년 세이블을 단종시키며 ‘세이블의 이름’을 지웠다. 더불어 머큐리 역시 20211년 브랜드 폐지로 인해 더이상 만날 수 없는 브랜드가 되었다.
모클 김학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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