셔틀외교 약속 후 50일만에...기시다 "尹, 우리 지금 만나"

김경민 2023. 5. 7.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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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19일 G7 회의 앞서 안보 협력 강화
현충원 참배 시작으로 셔틀 외교 신호탄
과거사 문제보다 경제, 안보 미래 현안에 집중 전망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부인 기시다 유코 여사가 7일 방한 첫 일정으로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을 참배하며 묵념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도쿄=김경민 특파원】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7일 한국을 방문해 한일 정상회담을 진행하는 것과 관련 일본 주요 언론들은 '셔틀 외교'(양 정상이 번갈아가며 방문) 복원으로 한일 관계가 정상화되고 있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특히 이날 한일 셔틀 외교 재개는 기시다 총리가 먼저 제안해 조기 성사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매체들은 한일 양국이 과거 역사 인식에 대한 합의보다 반도체, 국제정세 등 경제·안보 현안 중심의 실리적 논의에 집중할 것으로 내다봤다.
말 나오고 50일만에 방한 "기시다가 고집"

마이니치신문은 양국 정상이 합의한 셔틀 외교 재개를 기시다 총리가 조기에 실현시킨 것은 한일 관계를 개선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마이니치는 "한일 관계가 지난 3월 윤석열 대통령의 방일 이후 정상화되고 있다"며 지난달 한일 양국의 외교·국방당국의 국장급 대화인 '한일 안보정책협의회'가 5년 만에 재개되고, 일본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수출심사우대) 국가로 재지정하는 절차에 착수했다고 보도했다.

아사히신문도 기시다 총리의 방한은 지난달 26일 한미 정상회담 직후 일본 측에서 타진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아사히는 "일본 정부로서는 이른 시일 내 방한함으로써 한미 정상회담을 토대로 한일 간에도 안보협력을 강화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산케이신문 역시 "양 정상이 셔틀 외교 재개에 합의한 지 50일 만에 조기 방한이 성사됐다"면서 "일본 정부에선 올 여름 방한이 유력하게 거론됐지만 윤 대통령이 이달 19일 히로시마에서 개최되는 주요 7개국 정상회의(G7) 참석을 위해 일본을 찾기 때문에 기시다 총리가 조기 방한을 고집했다"고 했다.

마이니치는 윤 대통령이 국내 여론의 반발을 무릅쓰고 일본을 방문해 강제징용 해법을 제시한 데 대해 일본이 '성의 있는 호응'을 보여야 한다는 지적이 기시다 총리의 조기 방안을 이끌어냈다고 강조했다.

마이니치는 "기시다 총리가 3월 한일 정상회담에서 1998년 한일공동선언을 포함해 역사 인식에 관한 역대 일본 정권의 입장을 계승한다고 표명했으나 직접적인 사과나 반성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며 "더불어민주당과 시민단체는 '굴욕 외교'라고 윤 대통령을 흔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마이니치는 "한국에서는 윤 대통령이 리스크를 감수하며 한일 관계 개선을 보인 만큼 일본도 역사 문제를 양보해 윤 대통령을 뒷받침해 주길 바란다는 목소리도 나온다"고 덧붙였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7일 방한 첫 일정으로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을 참배한 후 방명록에 서명했다. 사진공동취재단

현충원 참배로 일정 시작, 안보 협력 메시지

기시다 총리는 이날 오전 일본 정부 전용기로 도쿄 하네다 공항을 출발해 성남 서울공항에 도착했다. 그는 전용기에서 내려 장호진 외교부 1차관과 아이보시 고이치 주한 일본대사, 윤덕민 주일 한국대사, 서민정 외교부 아시아태평양국장 등의 영접을 받았다.

기시다 총리는 서울 동작동 국립현충원 참배로 첫 일정을 소화했다. 일본 현직 총리가 현충원을 방문한 것은 2011년 10월 당시 한국을 방문한 노다 요시히코 총리 이후 약 12년 만이다.

기시다 총리는 현충원 입장 중 '국기에 대한 경례' 구호에 태극기를 향해 허리를 숙였다. 현충탑에 도착한 기시다 총리는 부인 기시다 유코 여사와 함께 나란히 서서 분향했다.

기시다 총리의 현충원 참배는 한국 역사에 대한 존경의 의미라고 일본 측은 설명했다. 교도통신은 "한국을 방문한 외국 정상이 이 묘지를 참배하는 것은 관례"라며 "기시다 총리로선 셔틀 외교를 재개한다는 자세를 한국 측에 보여주려는 목적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일각에서는 현충원에 묻힌 순국선열의 대부분은 6·25전쟁 전사자라는 점에서 한일 안보 협력을 강화하려는 의도가 있다는 해석도 나왔다.

처음 현충원을 방문해 참배한 일본 총리는 2006년에 방한한 아베 신조다. 2009년 한국을 방문한 아소 다로 전 총리도 현충원을 방문해 헌화, 참배했다. 2010년 방한한 하토야마 유키오 전 총리는 대전현충원을 찾아가 참배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의 정상회담이 열리는 7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한미동맹강화국민운동본부 회원이 기시다 총리의 방한을 환영하며 태극기와 일장기를 흔들고 있다. 연합뉴스

과거사 보다는 '먹고 사는 문제'부터
기시다 총리는 공항으로 출발 전 관저에서 취재진에게 "지난 3월 열린 한일 정상회담에서 셔틀 외교 재개를 확인했고, 저도 조속히 한국을 방문한다"며 "윤 대통령과 신뢰관계를 바탕으로 솔직한 의견을 교환하겠다"고 밝혔다.

기시다 총리는 "3월 이후 재무, 방위를 비롯해 다양한 수준에서 대화가 시작됐다"며 "이러한 흐름을 한층 발전시킬 것"이라고 한일 정상회담에 대한 의욕을 보였다.

G7 정상회의에 윤 대통령을 초청한 것과 관련해 기시다 총리는 "국제정세, 지역정세 등에 대해서도 의견을 교환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했다.

아울러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해법에 대해선 "한일 간의 다양한 과제에 대해 솔직하게 의견을 교환하고 싶다"면서 구체적은 언급은 자제했다.

산케이는 기시다 총리의 이번 방한에 대해 "역사 인식은 주요 의제로 하지 않고, 북한 대응이나 경제안보 강화 등 양국 공통의 실리에 초점을 맞춘다"고 규정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반도체 공급망 협력 등 경제안보 등 각종 현안에 진전이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닛케이는 "한국 경제의 뼈대인 반도체 산업은 미중 대립에 농락당하기 쉽다"면서 "전략물자를 특정 국가에 의존하지 않는 체제를 만들기 위해 일본과 손을 잡고 액화천연가스(LNG)를 비롯한 에너지 조달을 제휴하려는 구상도 있다"고 전했다.

한편 1박 2일의 일정으로 한국을 방문한 기시다 총리는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윤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한 후 공동 기자회견을 진행한다. 8일에는 한일의원연맹, 한국 경제단체와 면담을 하고, 오후 12시 15분 서울공항에서 일본으로 돌아간다.

윤 대통령 취임 후 한일 정상회담 개최는 지난해 9월 미국 뉴욕 유엔총회 약식회담, 지난해 11월 아세안 정상회의(캄보디아 프놈펜) 계기의 회담, 지난 3월 윤 대통령 방일 회담에 이어 네번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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