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윤 대통령·오바마에게 대접한 사케는

이성식 2023. 5. 7.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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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 대통령-기시다 만찬 사케를 마시다술을 좋아하는 지인들과 만나면 종종 술 자체가 주인공이 되는 자리가 있습니다.

지난 3월 윤석열 대통령이 일본을 방문했을 당시 기시다 일 총리가 대접한 술로 언론에 보도된 바로 그 술이었습니다.

◇ "일본 히로시마 명주황실에서도 즐겨 찾는 술"기시다 총리가 이 술을 택한 이유는 본인이 사케 애호가인 동시에 자신의 고향이자 지역구인 히로시마 술을 소개하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전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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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 방일 시 기시다 총리 지역구 사케 대접
과거 아베 전 총리도 오바마 전 대통령에게 같은 양조장 술 권해
"백 마디 외교 수사보다 강력한 메시지 전달"
◇ 윤 대통령-기시다 만찬 사케를 마시다

술을 좋아하는 지인들과 만나면 종종 술 자체가 주인공이 되는 자리가 있습니다. 개인적인 멘토 중에 와인과 위스키부터 소주와 맥주, 사케까지 주종을 가리지 않고 좋아하시는 애주가 한 분이 계십니다. BYOB(bring your own bottle)이라고 불리는, 각자 술을 한 병씩 가져와 마시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지난달 모임의 주인공이 된 술은 멘토께서 일본에서 구해오신 가모쓰루 쏘우카쿠(賀茂鶴 双鶴)였습니다. 지난 3월 윤석열 대통령이 일본을 방문했을 당시 기시다 일 총리가 대접한 술로 언론에 보도된 바로 그 술이었습니다.
賀茂鶴 双鶴, 개인 촬영
반가운 마음에 한 잔씩 마시며 감상을 나누다 보니, 애주가들에게 그 술의 스토리처럼 좋은 안주는 없다는 생각까지 들었습니다. 개인적으로 가모쓰루 쏘우카쿠는 드라이하면서 바디감도 있어 음식과 곁들여 마시는 술로 제격이라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 "일본 히로시마 명주…황실에서도 즐겨 찾는 술"

기시다 총리가 이 술을 택한 이유는 본인이 사케 애호가인 동시에 자신의 고향이자 지역구인 히로시마 술을 소개하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전해집니다. 가모쓰루 양조는 히로시마의 대표적인 양조장으로 꼽힙니다.
賀茂鶴 양조장 공식 홈페이지

황창호 세계주류 팀장은 "일본의 3대 술 명산지 사이조의 양조장 중 가장 대중적인 가모쓰루는 히로시마의 자연환경에 따른 연수 양조법으로 빚어내어 섬세한 향기와 맛의 조화가 좋은 식중주로 적합한 다이긴죠슈가 유명하다"며 "메이지 시절부터 선진 양조 방식 도입과 대중화와 품질을 동시에 만족시켜 일본 황실에서도 즐겨 찾는 술로 인정 받고 있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이 양조장에 대해 검색을 해보니 가장 눈에 띄는 점은 지난 2014년 오바마 당시 미국 대통령이 방일했을 때 아베 총리도 가모쓰루 양조장에서 제조한 술을 대접했다는 사실입니다.
두 사람은 일본의 살아있는 전설로 불리는 오노 지로 상의 스키야바시지로를 방문했는데요. 이곳에서 두 정상이 스시와 함께 마신 술이 바로 가모쓰루의 다이긴죠 금박주라는 술이었습니다.

벚꽃 문양의 식용금이 두 개 들어 있는 180mL 용량의 술입니다.

賀茂鶴 양조장 공식 홈페이지

일본에는 각 지역에서 소규모로 생산되는 지역 사케 양조장의 숫자가 수백 개를 넘는 것으로 전해지는데 한국과 미국의 두 정상에게 대접한 사케가 한 곳에서 생산됐다는 점이 흥미롭습니다.

◇ 술의 외교학…백 마디 말보다 많은 메시지

정상회담에서 어떤 음식을 먹는지 또는 술을 마시는지 주목하는 이유는 때로는 이것이 백 마디 외교적인 수사보다 더 강렬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마잉주 전 대만 총통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2015.11.7
2015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마잉주 대만 총통이 싱가포르에서 회동했을 때 과연 두 정상이 어떤 술을 마실지에도 큰 관심이 쏠렸습니다. 시 주석은 구이저우의 마오타이를 가져왔고, 마 주석은 1990년산 금문고량주를 가져와 시 주석에게 선물로 챙겨 보냈다고 합니다. 이 일로 인해서 금문 고량주는 '양안 화해의 술'이라는 타이틀을 얻게 됩니다.
포옹하는 프랑스-독일 정상 2021.11.4
지난해 11월 프랑스 대통령 에마뉘엘 마크롱은 정계 은퇴를 앞둔 독일 총리 앙겔라 메르켈을 아예 프랑스 와인의 대표적인 산지인 부르고뉴로 초청했습니다. 통상 이런 자리는 파리 엘리제궁에서 만찬이 열렸는데, 이번에는 아예 와이너리에서 만찬이 진행됐습니다. 당시 두 병의 와인이 서빙됐는데 화이트와인은 ‘Saint-Aubin 1er cru Le Charmois 2015’, 레드와인은 ‘Nuits-Saint-Georges 1er cru 2014 du Domaine Gavignet’였습니다. 극진한 만찬이 끝난 뒤 마크롱은 "프랑스와 독일의 관계, 그리고 오늘의 유럽은 당신의 헌신과 결단, 때로는 인내와 경청할 줄 아는 능력 덕분에 가능했다"며 "언제나 우리의 친구로 남아달라"고 말했습니다. 눈시울이 붉어진 메르켈은 마크롱에게 포옹으로 답했습니다.
◇ 전 정부와 확연히 다른 대일 기조…두 정상은 어떤 술 마실까

멀리 해외 사례를 찾아볼 것도 없습니다. 지난 3월 윤석열 대통령의 방일 당시 두 정상은 한일 화합을 상징하자며 일본 맥주와 한국 소주로 '폭탄주'를 만들어 건배했습니다. 불과 몇 년 전 문재인 정부는 방한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만찬에 '독도 새우' 요리를 제공해 큰 파문이 일었습니다. 일본은 외교적 결례라며 강하게 항의했던 것으로 전해집니다. 두 정권의 일본에 대해 상반된 태도를 상징적으로 볼 수 있는 장면이 아닐까 싶습니다.

몇 시간 뒤 열리는 한일 정상회담에서 두 정상은 어떤 음식과 술을 나눌지 자못 궁금해지는 시간입니다.

[이성식 기자 mods@m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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