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전기차 주행거리 늘려라”…SK이노 연구소, 차세대 윤활유 개발 사활

정유정 기자(utoori@mk.co.kr) 2023. 5. 7.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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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윤활유 시장 연평균 29% 성장
모터·기어 관리 역할 모두 해야
완성차 업체 맞춤형 제품 개발 중
충전기·데이터센터용으로 확대
대전 유성구 SK이노베이션 환경과학기술원에서 윤활유 시료를 넣은 실차 평가가 진행되고 있다. <SK이노베이션>
대전 유성구에 있는 SK이노베이션 환경과학기술원. 연구소 한 곳에 마련된 ‘실차 평가실’에 현대차의 아이오닉5가 놓여 있었다. 배터리를 100% 충전한 이 차량 운전석에는 사람 대신 운전 로봇이 탑승해 실험을 준비 중이었다. 윤활유 시료로 주행거리가 얼마나 향상되는지 평가하기 위해서다.

지난 3일 찾은 환경과학기술원에선 눈코 뜰 새 없이 윤활유 실험이 계속되고 있었다. 전기차 대중화 시대를 맞으면서 SK이노베이션의 윤활유 자회사 SK엔무브는 ‘전비’ 증가를 위한 윤활유 개발에 사활을 걸고 있다. 전비는 전기차의 에너지 소비 효율을 나타내는 지표로 내연기관차의 연비에 대응하는 개념이다.

김학묵 SK이노베이션 전동화기술 태스크 PL은 “고성능 배터리를 개발하려면 비용이 많이 든다”며 “윤활유만 차별화해도 주행거리가 굉장히 달라진다는 점에 중점을 두고 연구를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전기차 윤활유는 모터의 과부하를 막는 것과 동시에 기어가 매끄럽게 돌아가도록 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내연기관 윤활유가 엔진유와 기어유로 나뉘는 점과는 대조된다. 이에 따라 전기차 윤활유 개발 과정에서는 모터 냉각과 기어 마찰 저감 기능 등을 모두 시험해야 한다.

대전 유성구 SK이노베이션 환경과학기술원에서 연구원이 저온에서 윤활유의 점도를 측정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
SK이노베이션은 완성차 업체와 활발히 협업해 전기차 윤활유를 개발하고 있다. 연구소 관계자는 “초기에는 자제 제품을 개발했는데 최근에는 고객사 요청에 따른 맞춤형 제품을 연구하기에도 벅찬 상황”이라고 말했다.

시장조사업체 BIS 리서치에 따르면 전 세계 전기차 윤활유 시장 규모는 2031년 174억달러(약 23조원)로 확대될 전망이다. 연평균 29% 수준으로 성장하는 셈이다. 이에 따라 SK이노베이션은 완성차 업체 수준으로 실증 평가 시스템을 도입했다. 고객사의 요구사항을 충족하는 제품 개발에 매진하기 위해서다.

이날 물성 연구실에선 윤활유 시료의 점도, 열 특성을 측정하는 실험이 진행되고 있었다. 전기차 모터의 주 소재인 구리 부식을 막기 위한 시험도 이뤄졌다. 150도가 넘는 윤활유 시료에 구리 동판을 담갔지만, 부식되지 않은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대전 유성구 SK이노베이션 환경과학기술원에 있는 ‘PT 다이나모미터’ 장비. 윤활유 시료가 모터의 회전 속도, 출력, 발열을 얼마나 개선하는지 측정한다. <SK이노베이션>
물성 검증이 완료되면 실증 실험실에서 모터 냉각과 기어 마찰 저감, 배터리 열 관리 성능을 종합적으로 평가한다. 연구원들은 ‘PT 다이나모미터’라는 장비를 통해 윤활유 시료가 모터와 감속기어의 회전 속도와 출력, 발열을 얼마나 개선하는지 측정했다. 이들은 전기차 내부와 같이 전기 에너지가 교류에서 직류로 변환되는 환경을 실험실에 구현하고 모터를 구동했다. ‘스핀로스 평가’ 장비를 통해 윤활유가 전기차 모터와 감속기어의 회전량 손실을 얼마나 줄이는지도 측정했다. 윤활유의 기어 보호 성능을 평가하는 ‘FZG’ 장비를 이용한 실험도 진행됐다. 윤활유 시료를 넣은 후 일부러 기어 간 하중을 세게 가해 기어의 마모 흔적을 평가하는 방식이다.
대전 유성구 SK이노베이션 환경과학기술원에 있는 ‘스핀로스 평가’ 장비. 윤활유 시료가 전기차 모터의 회전량 손실을 얼마나 줄이는지 측정했다. <SK이노베이션>
SK이노베이션은 전기차뿐 아니라 전기차 배터리, 전기차 충전기, 데이터센터용 액침 냉각 윤활유도 연구하고 있다. 기존에는 기계의 열을 식히기 위해 자연풍·에어컨을 활용한 공랭, 물이 흐르는 관을 설치하는 수랭 등 간접 냉각 방식이 사용됐다. 이와 달리 윤활유를 이용하면 직접 냉각이 가능하다. 윤활유에 불필요하게 흐르는 전기를 차단하는 절연성이 있기 때문이다. SK이노베이션은 이달 중 국내 한 통신사의 데이터센터에 냉각 윤활유 공급을 앞두고 있다. 국내 전기차 급속 충전기 업체와도 협업해 전기차 충전기용 윤활유를 개발 중이다.
대전 유성구 SK이노베이션 환경과학기술원에 있는 ‘FZG’ 장비. 윤활유 시료를 넣은 후 기어 간 하중을 세게 가해 기어의 마모 흔적을 평가한다. <SK이노베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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