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의 동남아게임 개최는 '중국과 강철 혈맹' 확인 기회? [박종현의 아세안 코너]

박종현 2023. 5. 7.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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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년 만에 SEA게임 개최
관람·방송중계 모두 무료
“7월 총선에 호재로 작용”
무에타이 명칭 변경 반발

동남아 국가들은 4년마다 열리는 아시안게임이나 올림픽에서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고 있다. 여러 종목에서 세계 스포츠강국과 격차가 크기 때문이다. 우승을 노리거나 세계적 기록 달성을 목표로 삼는 것은 언감생심이다. 동남아 국가들만 모아 놓았을 때는 다르다.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회원국 10개국과 동티모르 등 11개국은 2년마다 모여 동남아시안게임(SEA Games)에 참가한다.

동남아시안게임이 열리고 있는 캄보디아 프놈펜 소재 모로독 테코 국립경기장에 참가국 국기들이 게양돼 있다. 프놈펜=AFP연합뉴스
◆캄보디아 첫 개최…무료 관람

올해 동남아시안게임은 5일(현지시간) 캄보디아에서 개막했다. 올해 대회는 32회로 17일까지 열흘 넘게 이어진다. 개막식은 수도인 프놈펜의 모로독 테코 국립경기장에서 열렸다. 주경기장인 모로독 테코 국립경기장은 중국 기업들이 건설했다. 캄보디아의 동남아시안게임 주최는 대회가 시작된 지 64년만에 처음이다. 코로나19로 2021년 대회는 연기됐다가 지난해 베트남에서 개최됐다.

개막식은 선수들의 퍼레이드와 선서, 개막식 선언, 불꽃쇼 등으로 이뤄졌다. 훈센 총리는 “스포츠는 평화 속에서 살고, 그 평화는 모두를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캄보디아 국왕을 대신해 제32회 동남아시안 게임 개막을 선포한다”고 밝혔다.

5일 캄보디아 프놈펜 국립경기장에서 32회 동남아시안게임 개막식 행사가 펼쳐지고 있다. 프놈펜=신화통신·연합뉴스
이번 대회는 ‘스포츠, 평화 속에 살다’라는 캐치프레이즈 아래 36개 종목에 걸쳐 펼쳐지고 있다. 대회 조직위에 따르면 종목에는 수영과 축구, 배드민턴과 함께 캄보디아 전통무예인 ‘쿤 보카토르’도 포함됐다. 쿤 보카토르의 공식종복 방침에 태국이 반발하며, 이 종목에 대해서 참가를 보이콧하기도 했다. 쿤 보카토르가 태국의 전통무예 종목인 무에타이의 이름만 바꾼 것이라는 게 태국의 주장이었다. 이번 대회 참가 선수와 코치들은 1만890명의 선수와 코치 등이 대회에 참가하고 있다.

훈센 정부는 이번 대회 성공을 위해 적극적으로 움직였다. 각국 선수와 코치 등 대표단에게 비용을 받지 않겠다는 제안을 했으며, 경기 관람 티켓을 모두 무료로 배포하고 있다. 대회를 앞두고 학교들에는 휴교령을 내렸다.

관람 무료화 조치에 따라 일부 게임엔 ‘무료 티켓’ 부족 문제를 야기하기도 했다. 캄보디아 정부의 방침 공개 이후 개·폐막식과 축구 등 인기 종목의 무료 관람 티켓 구하기가 힘들어진 것이다. 훈센 총리는 이같은 소식에 공식 개막일 이틀 전인 3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티켓 확보가 어렵게 되자 팬들 사이에 비판이 비등하고 있는데, 모든 팬들의 수요에 부응하기는 힘들다”고 밝혔다. 그는 “국립경기장만 하더라도 수용 인원은 3만~4만 명이지만 관람을 원하는 이들은 30만~50만 명에 달하고, 개막식 관람 수용 인원은 6만~7만 명이지만 50만 명이 현장관람을 원했다”며 이같이 설명했다.

훈센 캄보디아 총리 부부가 5일 프놈펜 국립경기장에서 개최된 동남아시안게임 개막식에서 성화를 들고 있다. 프놈펜=로이터·연합뉴스
◆동남아시안게임과 훈센 정부의 기대

동남아시안게임은 큰 대회다. 훈센 총리는 5일 모로독 테코 경기장에서 6만 관람객을 앞에 두고 개막식을 직접 주재하면서 대회 성공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캄보디아는 독립 이후 지속된 국내 정치 불안정 등 때문에 국제 스포츠대회를 개최한 적이 없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동남아시안게임은 훈센 정부로서는 국가 안정과 지역의 열망을 보여줄 대회로 인식될 수 있다. 훈센 정부가 성공적으로 대회를 개최하면 7월 총선의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대회는 관광산업 부흥 효과도 가져올 것으로 전망된다. 기념품 등 캄보디아에서 생산된 제품 소비도 늘어날 것으로 캄보디아 정부는 기대했다. 프놈펜타임스에 따르면 ‘한고장 한상품 운동’(OVOP)을 통해 캄보디아 최대 민족인 크메르족과 관련된 47개 상품들이 4일부터 16일까지 주경기장 모로독 테크 국립경기장에서 전시되고 있다.

캄보디아 정부는 자국 방송사는 물론 모든 참가국 방송사에 생방송 경기 중계권을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캄디아 관광부는 “방송중계권 무료 조치 등은 동남아시안게임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라며 “이같은 조치는 장기적으로 관광 분야 등 캄보디아에 이익을 가져다 줄 것”이라고 기대했다. 통콘 관광부 장관은 기자회견에서 “동남아시안게임은 스포츠는 물론 코로나19 이후 캄보디아 관광산업 부흥을 가져올 것”이라고 밝혔다. 외국인 관광객 기대치는 대회 기간에 400만 명이라고 밝혔다. 올해 1분기에 캄보디아를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은 120만 명이었다.

캄보디아 무용수들이 5일 프놈펜에서 열린 동남아시안게임 개막식에서 전통의례를 선보이고 있다. 프놈펜=AP연합뉴스
◆캄보디아를 향한 중국의 후원

캄보디아는 아세안 회원국 가운데 중국의 영향을 비교적 많이 받는 나라다. 중국의 자장에 있는 나라다. 중국은 이번 대회 개막경기장으로 활용된 주경기장 건설에도 기여했다. 주경기장 건설비용은 1억6000만 달러(약 2123억 원)에 달했다. 중국은 동남아시안게임에 선수단을 파견하지 않았지만, 자국 기업의 설계와 시공으로 완성된 주경기장을 통해 국가 브랜드를 확인시킬 수 있었다.

캄보디아 정부는 이번 대회를 위해 1억1800만 달러(약 1566억 원)를 지출했다고 밝혔다. 중국의 지원으로 이뤄진 모로독 데코 국립경기장 건설비용은 제외한 수치이다. 이번 주경기장 건설비용이 전체 비용의 절반을 훌쩍 넘은 점을 감안하면, 중국의 이번 대회 기여를 짐작해 볼 수 있다.

훈센 총리는 중국과의 관계를 ‘철통같은 동맹’이라고 표현했다. 다른 각료들도 대회 개막을 전후해 중국에 감사의 뜻을 피력했다. 떼어 반 국방부 장관은 “동남아시안게임 개·폐막식을 지원하고, 우리 코치와 선수들의 훈련에 도움을 준 중국 정부에 캄보디아 정부를 대표해 사의를 표한다”고 밝혔다. 캄보디아는 지난해 9월 선수단 160명을 중국에 파견해 동남아시안게임을 준비했다.

박종현 기자 bali@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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