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년 만에 재도입 의무공개매수, 공정위 기업결합 심사 이후로 유예
정부가 25년 만에 다시 도입하려는 지문인수 인수·합병(M&A) 시 의무공개매수제도의 매수 시점을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 심사 이후로 유예하기로 했다. 인수자가 개인투자자의 지분을 추가로 인수한 이후 경쟁당국이 기업결합을 허용하지 않으면 기업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업계 의견을 받아들였다.
금융위원회는 7일 이런 내용을 담은 ‘기업 M&A 지원방안’을 발표하고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및 시행령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의무공개매수제도는 지분인수 M&A로 상장사 주식 25% 이상을 보유하게 되는 최대주주가 피인수기업의 일반주주 보유 지분도 매수하도록 하는 제도이다. 매수 가격은 경영권 프리미엄이 반영된 지배주주의 지분 매입 가격과 같고 물량은 경영권 변경 지분을 포함한 50%+1주이다.
정부는 1997년 1월 옛 증권거래법을 개정해 의무공개매수제도를 도입했으나 기업 구조조정을 지연시킨다는 우려와 국제통화기금(IMF)의 요구 등으로 1998년 2월 폐지했다. 윤석열 정부는 지난해 5월 10대 국정과제에서 M&A 시 일반주주 보호 방안을 포함하고 제도 개선을 추진했다.
금융위는 지난해 12월 의무공개매수 제도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는데 이번 방안에는 매수 시점을 공정위의 기업결합 심사 이후로 완화하는 내용을 추가했다.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과 시행령은 자산총액이나 매출액이 3000억원 이상인 회사가 자산총액 또는 매출액이 300억원 이상인 회사 지분을 20%(상장사는 15%) 이상 소유할 경우 공정위에 신고하도록 하고 있다. 기업결합일로부터 30일 이내에 하는 사후신고가 원칙이지만 자산 2조원 이상 대규모 회사 등의 기업결합일 때는 합병계약을 체결한 후 신고(사전신고)해야 한다. 신고기간 전이라도 기업결합이 경쟁을 실질적으로 제한하는지 공정위에 심사해달라고 요청할 수도 있다.
공정위는 30일 이내에 심사결과를 통지해야 하고 90일 범위에서 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기업결합이 승인되지 않으면 개인투자자 주식을 매수한 기업이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업계 의견을 반영했다”고 말했다.
이렇게 되면 기업으로서는 의무매수 물량이 줄어들 수 있고 일반투자자는 공개매수와 장내매도를 선택할 수 있다.
예컨대 A사가 B사와 B사 지분 30%를 매수하는 주식 인수 계약을 체결했다면 A사는 최대 20%+1주의 주식을 의무공개매수해야 한다. 인수 계획을 발표한 시점에 B사 주식 가격이 주당 2만원, A사가 경영권 프리미엄을 반영해 매입하기로 가격이 주당 2만1000원이고, 공정위 기업결합심사가 끝난 후 B사 주가가 2만2000원까지 올랐다면 개인투자자는 공개매수에 응하는 것보다 직접 주식을 매각하는 게 더 이익이다. 주가가 2만1000원보다 아래라면 A사에 매수 청구를 하면 된다.
김우찬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는 “개인투자자로서는 기업결합 심사가 끝난 시점의 시가와 최대주주의 인수 가격을 비교해 매수청구권을 행사할지 장내 매도할지를 선택하면 된다”고 말했다.
금융위는 기업 구조조정 등 정책 목적상 필요성이 인정될 때는 인수 회사가 의무공개매수 제도를 적용하지 않기로 했다. 산업은행이 대우조선해양 지분을 한화그룹에 매각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유희곤 기자 hul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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