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개방 1년] ② 개방 2년차, 청사진 본격 추진…콘텐츠 채워 랜드마크로
오디오 해설 등 관람 환경 개선…문화재 조사 등 후속 과제도
(서울=연합뉴스) 이은정 기자 = 7일 오전 청와대 헬기장이 어린이들이 뛰어노는 대형 놀이터로 변신했다.
이번 연휴 기간 모처럼 비가 그치자 헬기장에 조성된 볼풀장과 블록놀이·그림 그리기·책 읽기 존에서는 아이들이 취향대로 공간을 골라 놀이를 즐겼다.
그 주변에 마련된 페이스페인팅, 피에로 풍선 아트 존에도 부모와 아이들이 줄을 길게 늘어섰다. 얼굴에 귀여운 고양이 수염을 그린 아이, 키다리 피에로가 만든 강아지 풍선을 손에 쥔 아이는 엄마 아빠를 향해 환하게 웃었다.
'청와대 웃음꽃이 피었습니다'란 제목으로 진행된 이번 행사는 지난 5일에 이어 어린이날 특별 프로그램으로 열렸다.
서울 은평구에 사는 이영주·이근원 부부(39)는 "어린이날 비가 와서 야외로 나가지 못했는데, 청와대 놀이터 정보를 접하고 두 아이와 함께 왔다"며 "아이들이 청와대에는 관심이 별로 없는데, 놀이 공간이 마련되니 함께 즐길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이벤트를 진행한 행사 관계자 김모(30) 씨는 "영유아부터 초등학생까지 놀이터를 찾고 있다"며 지난 5일에는 우천으로 춘추관과 여민관 실내에서 포토존, 서커스, 인형극 등을 진행해 3천명이 방문했다"고 했다.
전시·공연·탐방 기획하고 스토리 발굴…관저 내부 공개도 구상
지난 1년 사이 권력의 심장부였던 청와대의 풍경은 이렇게 바뀌었다. 국민의 접근이 제한됐던 청와대가 개방된 지 오는 10일로 1년.
지난 한 해 정부는 청와대의 상징적인 건축물과 수려한 자연경관을 공개하면서 구체적인 운영 방안을 마련하는 데 주력했다. 청와대의 역사성을 보존하는 동시에 관람객을 꾸준히 유입할 콘텐츠를 개발해야 하는 과제가 제시됐기 때문이다.
지난 3월 31일 자로 청와대 관리 주체가 된 문화체육관광부는 청와대를 역사문화자연 콘텐츠가 결합한 복합문화공간으로 꾸미는 방안을 내놓았다.
대통령 역사, 문화예술, 문화재, 수목 등 네 가지 핵심 콘텐츠를 활용한 전시·공연·탐방 프로그램을 기획해 청와대 관람의 흥미를 높이기로 했다.
지난달부터 '푸른 계절의 향연'이란 제목으로 춘추관, 대정원, 소정원, 헬기장 등지에서 2개월간의 문화예술 행사를 열고 있다.
이달에도 어린이날 기념행사를 시작으로 무용, 오페라, 전통연희 등을 선보인다.
본관 대정원에는 오는 10일 열릴 개방 1주년 특별음악회를 위한 특설 무대 설치가 한창이었다.
대통령 역사와 관련해선 다음 달께 본관(세종실·충무실)을 중심으로 역대 대통령의 삶과 철학을 담은 특별 전시를 마련할 예정이다. 현재 내부 관람이 제한되는 관저의 비어있는 공간을 우리 전통 공예품으로 꾸며 하반기에 공개하는 방안도 구상하고 있다.
청와대 일원의 대통령 기념식수 35그루를 포함해 5만여 그루의 정원을 감상하도록 스토리를 발굴하고 해설 프로그램을 운영할 계획이다.
문체부는 지난해 청와대 대정원에서 개방 특집 KBS '열린음악회'와 춘추관에서 장애예술인 특별전과 문학 특별전을 열었지만, 본격적인 프로그램을 가동하진 못했다. 일단 공간의 원형 유지·관리에 중심을 뒀고 콘텐츠 기획에 드는 시간도 필요했기 때문이라고 문체부는 설명했다.
이날 현장에서 만난 관람객 가운데도 역사적인 건물의 내부 콘텐츠와 공간에 대한 설명이 부족해 아쉽다는 목소리가 있었다.
외할머니, 어머니와 함께 온 강윤슬(36) 씨는 "조경은 훌륭하지만 역대 대통령이 집무하고 생활한 모습을 만나고 싶었는데 건물 내부가 비어있어 아쉬웠다"며 "해외의 유서 깊은 건축물처럼 공간을 재현하고 도슨트(전시해설 서비스)도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문체부는 콘텐츠 밀도를 높이면서 관람 환경을 개선해나갈 예정이다.
문체부 관계자는 "해설 프로그램 운영과 함께 전시에서 QR코드를 이용해 오디오 해설을 들을 수 있도록 하고, 당일 관람이 가능하도록 예약 방식에도 변화를 줄 예정"이라며 "화장실도 관저 인근 관리동 하나를 리모델링해 마련하는 등 각종 체크리스트를 보완하겠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영빈관과 상춘재가 대통령실 국빈 행사에 쓰이고 일부 공간이 행사 준비로 관람이 제한된다는 지적도 있었다.
이 관계자는 "행사 준비와 콘텐츠 보강을 위해 일부 불가피한 제한이 있을 수 있다"며 영빈관은 외교 행사에 쓰이는 공간이 해결돼야 활용이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올 들어 외국인 관광객 증가"…일대 도보 코스 등 관광상품 개발
문체부는 청와대를 복합문화공간으로 꾸미고 이 일대를 북악산, 경복궁, 서촌, 북촌, 박물관 등 주요 명소와 연계해 'K-관광 랜드마크'로 조성할 방침이다.
박보균 문체부 장관은 지난달 청와대 대정원에서 열린 선포식에서 "세계인의 버킷리스트로 만들어 나가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를 위해 조선왕실 체험, 서촌 문화산책, 아트 로드 등을 주제로 한 10개의 테마별 도보 관광코스를 소개했다.
이들 코스에는 왕과 왕비의 옷을 입고 왕실의 하루를 경험하고, 한국 근현대 건축 거장의 대표 건축물을 감상하고, 윤동주 시인의 발자취를 따라가 보는 식의 스토리텔링을 더했다.
최종 개발이 완료되면 국가별·세대별 단체 관광상품으로도 발전시켜 내외국인 관광객 유치에 힘쓴다는 계획이다.
코로나19 상황 완화로 입국 제한이 풀리고 계절적 요인이 맞물리면서 올해 들어 외국인 관광객은 늘어나는 추세다.
문체부에 따르면 외국인 관람객 수는 2월 4천65명, 3월 6천790명, 4월 1만1천487명으로 집계됐다.
외국인·장애인·65세 이상은 1일 1천명 한도에서 사전 예약 없이 현장 발권이 가능한데, 4월 한 달 기준 외국인 비중은 50%였으며 지난달 30일엔 현장 등록 입장객 1천606명 중 외국인이 60%(957명)를 차지했다.
문체부는 개방 2년 차를 맞아 청와대 안팎에 그린 청사진을 구체화하는 데 힘을 실을 예정이다.
다만, 이 일대의 문화재 조사·연구 등 유산 보존을 위한 과제도 남아있다.
최근 종료된 대통령실 청와대관리활용자문단 보고서는 '역사성과 상징성의 보존과 구현', '정체성과 품격에 맞는 지속 가능한 콘텐츠 제공' 등에 청와대 보존·관리·활용의 기본원칙을 뒀다.
문체부는 대통령실, 문화재청과의 협력으로 후속 과제를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mim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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