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개방 1년] ① 74년 만에 열린 권력 중심지…342만명 찾았다
준비 부족·실효성 지적도…"역사·문화적 가치 토대로 한 세부 계획 필요"
[※ 편집자 주 = 2022년 5월 10일 윤석열 정부가 출범하면서 국민에게 문을 활짝 연 청와대가 곧 개방 1주년을 맞습니다. 오랜 기간 권력의 핵심 공간으로 여겨져 온 청와대가 전면 개방되자 국민 관심은 뜨거웠습니다. 연합뉴스는 개방 1년을 맞아 그간의 과정과 개방 의미, 향후 계획 등을 정리한 기사 2꼭지를 송고합니다.]
(서울=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사진으로 봤을 때는 엄청나게 커 보이더니 막상 그렇지 않네?", "그래도 대통령이 있던 곳이잖아. 얼마나 좋겠어."
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와대. 정문을 지나 본관 방향으로 걷던 한 중년 부부는 사진을 찍으며 말했다.
청와대 경내를 표시한 지도를 손에 든 이들은 "가을쯤 날씨가 좋을 때 다시 오면 좋겠네"라고 했다.
어린이날부터 이어진 사흘 연휴의 마지막 날, 청와대 일대는 이른 아침부터 관람객으로 북적이는 모습이었다.
오전 9시가 조금 지났을 무렵 관광객을 태운 버스가 속속 도착하면서 정문 앞에는 입장을 기다리는 행렬이 길게 줄을 서기도 했다.
관람객들은 청와대 권역에 들어서자 푸른 기와가 잘 보이도록 기념사진을 찍느라 바빴다. 중국인 단체 관광객 약 30명은 가이드의 설명을 들으며 청와대 곳곳을 둘러본 뒤 '인증샷'(인증 사진)을 남겼다.
경남 거제에서 온 윤상만(67) 씨는 "청와대가 개방된 이후에 처음 왔는데 생각했던 것보다는 화려하지 않아 놀랐다"며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꼭 한번 봐야겠다 싶었다"고 말했다.
관람객을 안내하던 한 직원은 "보통 하루에 1만5천명까지 관람객이 오기도 하는데 오늘은 중간 정도"라고 전했다.
경복궁 후원에서 경무대, 청와대까지…尹정부 출범 후 시민 품으로
청와대가 국민의 품으로 돌아온 지 이달 10일로 꼭 1년이 된다.
우리 역사에서 청와대는 아무나 갈 수 없는 곳이었다. 1948년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최고 권력자들이 사실상 전유해온 이곳은 '권력의 중심지', '권력의 핵심 공간'으로 여겨졌다.
청와대라는 말 자체가 대통령과 그 권력을 상징하는 하나의 고유명사이기도 했다.
그러나 2022년 5월 10일 윤석열 정부가 출범하면서 청와대는 오래도록 닫힌 문을 활짝 열었다.
대통령 집무실이 용산으로 이전하면서 지난 74년간 이어져 온 '청와대 시대'는 막을 내렸고 주요 건물과 그 부근 일대가 전면 개방됐다.
청와대 일대는 고려시대부터 조선, 대한제국 등에 이르기까지 우리 역사의 중요한 공간이었다.
고려 남경의 이궁(離宮·왕궁 밖 별궁)이 있었다고 하며 조선시대에는 경복궁 후원으로 쓰였다. 대한제국으로부터 국권을 빼앗은 일제는 경복궁 후원 건물들을 허물고 총독 관저를 짓기도 했다.
미군정 시기를 거쳐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에도 최고 권력자들은 이 공간을 활용했다.
이승만 초대 대통령 때는 명칭을 '경무대'라고 했으나, 윤보선 전 대통령이 입주하면서 '청와대'로 개칭됐다. 본관, 관저, 영빈관 등은 모두 1970년대 이후 건립됐다. 이승만 전 대통령부터 문재인 전 대통령까지, 청와대를 거쳐 간 대통령은 모두 12명에 이른다.
경복궁·광화문 이어지는 '명소'로…개방 초기부터 관심 '집중'
오랜 기간 일반인의 출입이 엄격히 통제된 청와대의 문이 열리자 반응은 뜨거웠다.
일대가 개방되면서 조선시대 한양의 주산이었던 백악산(북악산)부터 청와대, 경복궁, 광화문 앞길인 세종대로, 숭례문으로 이어지는 역사적 중심축을 이제는 도보로 여행할 수 있게 됐다.
무엇보다 최고 권력의 공간이 어떻게 돼 있는지 궁금해하는 호기심도 컸다.
청와대 개방 첫날에는 하루 관람 신청이 약 3.5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할 정도로 관심이 쏠렸다.
국빈 만찬 등을 위한 공식 행사장으로 사용됐던 영빈관, 기자회견 장소와 기자실로 쓰였던 춘추관, 대통령 가족이 거주하는 공간인 관저 등이 하나둘 공개되면서 관람객들의 발길은 이어졌다.
청와대 개방 후 한 달간 다녀간 누적 관람객 수는 77만7천242명으로, 4대 궁궐 중 하나인 창덕궁의 2021년 연간 관람객 수(64만3천549명)를 뛰어넘었다.
이후 43일 만에 100만명, 145일 만에 200만명을 차례로 돌파하며 인기 있는 관광 명소로 등극했다.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지난 5일 기준 청와대 누적 관람객 수는 약 342만명을 넘어섰다.
문체부 관계자는 "당초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예상한 연간 300만명을 넘긴 수치"라며 "계절적 요인으로 1월에는 10만명대까지 관람객 수가 감소하기도 했으나 4월에는 23만명대를 회복했다"고 설명했다.
'준비 부족' 지적 속 후유증도…청와대 권역 정밀 조사도 필요
청와대 개방 취지에는 대부분 공감했으나, '후유증'도 만만치 않았다.
일각에서는 역사적으로, 또 정치적으로도 큰 의미가 있는 청와대를 보여주기 위한 준비가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영빈관, 상춘재 등이 주요 행사에 계속 쓰이면서 실효성 논란도 제기됐다.
워낙 관심이 크다 보니 예기치 못한 문제도 곳곳에서 불거졌다.
일례로 청와대에서 촬영된 한 패션 화보는 '파격적'인 포즈와 장소의 적절성을 두고 찬반 의견이 맞섰고, 국내 한 가구업체가 청와대에서 찍은 영상은 '상업적 활용' 비판이 일었다.
지난해 청와대 권역을 포함해 경복궁 후원 일대에서 이뤄진 연구 조사 내용도 고민할 지점으로 남아있다.
문화재청이 사단법인 한국건축역사학회 등에 의뢰해 조사한 결과, 청와대 권역 내 총 8곳에서 고려와 조선 시대 것으로 추정되는 기와 조각 등이 발견돼 정밀 조사가 필요한 상황이다.
지난 1년간 개방에 따른 효과는 어느 정도 거둔 만큼, 앞으로가 더 중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특히 청와대가 갖는 역사성을 잘 살리면서도 차별화된 콘텐츠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다.
건축역사학자인 안창모 경기대 교수는 "청와대에 대한 국민적 호기심은 어느 정도 충족됐다"며 "이제는 청와대가 갖는 역사·문화적 가치를 판단해서 어떻게 제대로 활용할지 차분하게 세부 방안을 고민할 시점"이라고 제언했다.
ye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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