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관계, 외교의 디테일이 필요할 때[김광수의 中心잡기]

베이징=김광수 특파원 2023. 5. 7.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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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수록 얼어붙는 한중 관계로 중국에 있는 기업들과 한인들의 마음은 초조하다.

최근 한국과 중국 사이가 냉랭해지고 경제협력에 차질이 빚어지지 않을까 하는 위기감이 커지면서 중국 현지에서 사업하는 교민들은 걱정이 태산이다.

중국이 '제2의 사드 보복'에 나설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예나 지금이나 중국 측에서는 구체적으로 한중 관계를 거론하며 전과 다른 상황을 만들지 않을 게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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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일 협력에 한중관계 긴장감
경협 등 차질 빚어질까 우려 커져
'제2 사드사태' 선제적 방어 필요
양국 반감 녹여줄 외교력 보여줘야
[서울경제]

갈수록 얼어붙는 한중 관계로 중국에 있는 기업들과 한인들의 마음은 초조하다. 주재원이나 유학생과 달리 현지에서 사업을 하며 먹고사는 경우 특히 그렇다. 이들 상당수는 이미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사태를 겪었다. 당시의 트라우마는 여전히 남아 있다. 갑자기 중국 거래처와의 계약이 끊기고 진행되는 사업은 중단됐다. 한식당 등 한인들이 주로 오가는 상점에는 중국인의 발길이 끊기기도 했다. 밀착하는 한미일 정상외교에 혹여 한중 관계가 다시 악화되지는 않을까 걱정이 많다.

최근 한국과 중국 사이가 냉랭해지고 경제협력에 차질이 빚어지지 않을까 하는 위기감이 커지면서 중국 현지에서 사업하는 교민들은 걱정이 태산이다. 중국이 ‘제2의 사드 보복’에 나설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사업가 A 씨는 최근 추진하기로 했던 중국 측과의 사업이 무기한 연기됐다. 지금 양국 분위기가 좋지 않은 상황이라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하루아침에 계약을 날린 A 씨가 망연자실한 것도 잠시였다. 최근 분위기로 더 큰 피해가 나오지 않기를 걱정하는 마음이 더 커졌다.

최근 중국 상하이·칭다오 등 여러 지역의 한인들이 모인 단체 대화방에는 우리나라의 관세청에 해당하는 중국 해관총서가 한국산 수입품에 대한 화물 검사를 강화하라는 지시를 지역 세관에 명령했다는 글이 공유됐다. 통관 지연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진 가운데 ‘중국 내에서 대체 가능한 물품이면 수입이 보류된다’는 말도 떠돌았다.

주중 재외공관에서는 현황 파악에 나섰다. 구체적으로 발생한 사례는 없지만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한중 관계를 빌미로 비정상적인 통관 지연 사례를 경험하거나 유사한 동향을 인지한 경우를 찾는 중이다. 예나 지금이나 중국 측에서는 구체적으로 한중 관계를 거론하며 전과 다른 상황을 만들지 않을 게 분명하다. 중국은 사드 사태 이후 지금까지 사실상 유지되고 있는 이른바 ‘한한령(한류제한령)’도 여전히 실체가 없다고 주장한다. 관련 업계 종사자는 모두 거짓이라는 점을 알고 있다. 이전까지 문제가 없던 것이 문제가 되고 모든 게 달라졌기 때문이다. 멀쩡하게 수입되던 드라마는 심의를 받기 힘들어졌고 게임은 허가가 나지 않았다. 지난해부터 일부 드라마나 게임의 빗장이 풀렸지만 예전과는 확연히 다른 분위기다.

최근 한국과 중국의 긴장이 고조돼 중국이 모종의 조치를 취하더라도 중국은 철저히 자신들의 진짜 의도는 드러내지 않을 것이 분명하다. 그게 바로 중국이 보이고 싶은 ‘대국’의 면모이기 때문이다. 중국은 때로는 속 좁은 행동을 하면서도 겉으로는 평온한 척, 대수롭지 않은 것처럼 행동한다. 모든 면에서 티가 나는데도 말이다.

양국의 분위기는 최근 한미정상회담과 이어지는 한일정상회담,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등을 계기로 더 얼어붙을 가능성이 커졌다. 이런 상황에 중국 관영 매체가 윤석열 대통령의 방미 행보를 연이어 비판하자 대한민국 정부의 인내심도 바닥을 드러냈다.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계열사인 환구시보와 그 영문판인 글로벌타임스를 향해 주중 대한민국대사관이 이례적으로 공식 항의하고 이를 대외적으로 알렸다.

현지 매체에 항의 서한을 보내고 관련 사실을 공개한 것부터 주중 대사관의 고심이 느껴진다. 대체로 온라인상에서는 ‘할 말은 해야 했다’ ‘더 이상 참지 않고 잘했다’는 반응이 많다. 한중 간 외교안보와 경제 관계의 긴장감이 더해질수록 우리 기업과 교민들이 느끼는 불안감은 커질 수밖에 없다.

중요한 것은 지금부터다. 커지는 양국 국민들의 반감을 도화선 삼아 불길이 외교 관계로 번지지 않도록 잘 다스려야 한다. 외교의 근본이 분쟁을 해결하는 디테일에 있음을 보여주기를 바란다.

베이징=김광수 특파원 brigh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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