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티는 태영호·김재원···‘징계 수위’ 골치 아픈 국민의힘

조문희 기자 2023. 5. 7.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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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화’로 물의를 빚은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오른쪽)과 태영호 최고위원이 1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위에서 굳은 표정을 짓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국민의힘 지도부가 잇단 설화로 논란이 된 김재원·태영호 최고위원 처리 문제로 7일 골머리를 앓고 있다. 중징계는 당사자 반발이 우려되고, 경징계는 총선에 앞서 중도층 이탈로 이어질 수 있다. 자진사퇴 주장이 당내에 떠올랐지만 두 최고위원은 외려 강하게 ‘버티기’ 중이다.

경향신문의 취재 결과 국민의힘 중앙윤리위원회는 오는 8일 오후 회의에서 두 최고위원 소명을 청취한 뒤 곧바로 징계 양정을 마칠 가능성이 높다. 한 지도부 인사는 “두 최고위원 징계를 신속히 이끌어내지 못하면 김기현 대표 리더십에 타격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다른 지도부 인사는 “(두 최고위원) 발언은 엎질러진 물이고, 윤리위가 추가 조사를 하거나 수사기관의 수사를 기다릴 것이 없다”고 했다.

태 최고위원의 경우 윤리위가 지난 3일 예정에 없던 2차 회의를 열어 이른바 ‘공천 개입 녹취록’을 기존 징계 안건에 병합해 심리하기로 의결한 만큼, 내일 결론을 내기에는 논의할 여유가 없다는 분석도 있다. 하지만 늦어도 당 지도부와 소속 의원들의 광주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 참석 이전 시점까지는 징계 수위를 결정할 거란 전망이 다수다.

징계 수위를 놓고는 지도부 속내가 복잡한 분위기다. 두 최고위원의 설화를 향한 비판 여론을 감안하면 ‘당원권 정지 1년’ 수준의 중징계가 불가피하다는 것이 당내 중론이다. 하지만 이는 사실상 내년 총선 공천을 사실상 봉쇄하는 조치다. 정치적 생명이 걸린 만큼 당사자 반발이 커질 수 있다. 자칫 당 내홍으로 이어지면 총선을 앞둔 지도부에게는 큰 부담이다.

반면 당원권 정지 3~6개월 징계는 지도부가 두 최고위원의 설화를 가볍게 여긴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다. 둘의 공천 직전 복귀를 지도부가 허용하는 것처럼 비치기 때문이다. 야당에 공격 빌미를 주는 것은 물론, ‘솜방망이 징계’ 비판 여론으로 중도층 지지세를 꺾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이준석 전 대표가 ‘양두구육’ ‘신군부’ 등 발언으로 1년 이상 중징계를 받은 전력도 두 최고위원의 징계 양정을 고민스럽게 한다.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비판이 제기되기 쉽다는 것이다. 당내에선 “두 최고위원의 자진 사퇴가 가장 깔끔하다”는 말이 나온다.

정작 두 최고위원은 ‘버티기’ 모드다. 태 최고위원은 녹취 유출 등과 관련해 보좌직원을 경찰 고발하겠다며 보도자료를 배포했고,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일부 보도에 반박 메시지를 냈다. 앞서 태 최고위원은 지난 3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태영호 죽이기에 의연하게 맞서겠다”고 밝힌 바 있다. ‘공천 개입 녹취록’은 물론, ‘쪼개기 후원’ 등 자신을 향한 의혹은 하나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김 최고위원은 SNS에 자신에 대한 ‘징계 반대 탄원’ 동참 링크를 공유했다.

두 최고위원 입장에서 자진사퇴의 유인이 크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비판 여론이 심화한 이상 사퇴 대가로 공천 등 보상을 약속받기 어렵다는 것이다. ‘극우’ 평가는 받지만, 당내 엄연히 존재하는 목소리를 낸 것인데 징계까지 이어졌다며 ‘피해자’ 연하는 전략이 정치적 자산 형성에 차라리 용이할 수 있다. 태 최고위원은 앞서 ‘김구는 김일성에 이용당한 것’ 발언으로 논란이 일자 “역사 문제에 대해 소신대로 말한 것”이라며 방어 논리를 편 바 있다. 김·태 최고위원에 대해 당내에서는 ‘징계하지 말라’는 취지의 성명 및 탄원이 나왔다.

당 최고위 회의는 오는 8일 열리지 않는다. 유상범 수석대변인은 “(같은날) 윤리위가 예정된 상황에서, 징계절차 등과 관련한 오해나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라고 불개최 사유를 설명했다. 김 대표와 윤재옥 원내대표 등 지도부는 그날 오전 9시 국회에서 열리는 당 정책위원회 주관 ‘윤석열 대통령 취임 1주년 기념 사진전’에 참석할 예정이다. 앞서 김 대표는 두 최고위원에 대한 징계 절차가 개시된 직후인 지난 4일 목요일에도 최고위를 열지 않았다. 통상 최고위는 매주 월·목요일 개최된다.

김 대표는 최고위를 열지 않는 것은 ‘일정 때문’이라고 설명하지만, 내용상 두 최고위원을 향한 ‘거취 압박’이라는 해석이 당내에서 힘을 얻고 있다. 공식 당 회의에 논란 당사자들이 참석하는 모습이 부적절하게 비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과거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는 류여해 당시 최고위원 징계를 앞두고 약 2주간 최고위를 좀체 열지 않은 채 SNS에 개인 메시지만 올려 ‘페북 최고위’란 비판을 들은 바 있다.

조문희 기자 moon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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