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달새 세번 만나는 尹-기시다…관계 개선 '급속' 숨은 진의는
기사내용 요약
尹 잇단 방일에 日도 화답 필요…엄격한 안보환경도 감안
日정부 관계자 "방한에 큰 선물 가져올 거라는 기대감 커져"
기시다 주변 "이번 방한으로 한일관계 개선 더 가속화하고파"
[서울=뉴시스] 박준호 기자 =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7일 한국을 방문해 윤석열 대통령과 회담한다. 3월에는 일본에서 윤 대통령을 환대해 5월19~21일 히로시마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 정상회의(G7 히로시마 정상회의)에도 초청했다. 2개월 간 한일 정상이 3차례 만날 정도까지 급속히 관계가 개선된 배경에도 관심이 쏠린다.
7일 일본 언론에 따르면 2021년 10월 기시다 정권 출범 때 한일관계는 전후 최악이라는 말을 듣는 상황이었다. 총리가 아베 정권의 외무상 시절 진력했던 2015년 위안부 합의는 한국 측이 백지화했다. 한국 함정의 자위대기 레이더 조사 문제 등도 악재로 겹쳤다.
최대 현안은 강제징용 문제였다. 한국 대법원이 2018년 일본 기업에 배상을 명령했고, 일본 정부는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으로 완전하고 최종적으로 해결됐다는 입장을 취했다.
일본 집권당인 자민당 내에서는 안이하게 양보하면 2015년과 같은 일을 반복하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다. 기시다 총리도 취임 직후 한국의 문재인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적절한 대응을 강력히 요구한다고 요청했다.
그러다가 한일관계 개선을 중시했던 윤 대통령이 2022년 5월 한국 대통령에 취임한 것이 한일 관계 개선의 물꼬를 트는 큰 전기가 됐다. 양국 간 고위급 물밑 접촉에 이어 같은 해 11월에는 캄보디아에서 처음으로 기시다 총리와 윤 대통령이 정식으로 회담했다.
엄격한 안보 환경도 양국 관계의 복원을 뒷받침했다.
북한의 2022년 탄도미사일 발사는 역대 최다가 됐다. 중국은 대만에 대한 군사적 압력을 강화했고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침공했다. 동아시아에서 억지력을 높이려면 동시에 미국의 동맹국인 한일 양국의 안보협력이 중요한 국면으로 돌아섰다.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기시다 총리 주변에서는 "총리가 움직이면 관계부처도 한꺼번에 움직인다. 이번 방한으로 한일관계 개선을 더욱 가속화하고 싶다"는 말이 흘러나온다고 한다.
한일은 3월 정상회담 이후 안보대화 재개에 더해 4월에는 경제분야에서도 관계 개선 움직임이 시작됐다. 약 4년 만에 한국에 대한 수출 절차가 정상화됐고, 5월에는 약 7년 만에 한일 재무장관의 정식 회담이 성사돼 재정 및 금융정책에 대해 폭넓게 의견을 교환하는 '한일 재무대화'를 재개하기로 합의했다.
이번 정상회담에서는 이 같은 성과를 서로 확인할 전망이다. 5월 19~21일 히로시마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 정상회의(G7 정상회의)에 기시다 총리는 윤 대통령도 초청해 빈번한 회담이 거듭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으로는 한국 내에서 강제징용 문제에 대해 일본 측의 명확한 사과가 없다는 비판이 만만치 않아 방한을 계기로 기시다 총리의 대응을 촉구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이 때문에 기시다 총리의 "방한에는 '큰 선물'을 가져올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졌다"고 일본 정부 관계자가 아사히신문에 말했다.
일본 정부는 지난 3월 한국 정부가 강제징용 보상 문제 해법을 발표했을 때 기시다 총리가 "1998년 10월 발표된 '한일공동선언'을 포함해 역사인식에 관한 역대 내각의 입장을 전체적으로 계승하고 있다"고 표명했다.
인용한 '공동선언' 중에는 오부치 게이조 당시 총리가 식민지 지배에 대한 "통절한 반성과 진심어린 사죄"라는 표현이 담겨 있어 한국 정부의 요구에 일본 정부는 화답했다는 입장이었다. 총리관저 간부는 "일본 정부의 입장은 바꿀 수 없다"고 말했다. "그래서 안보와 경제에서 한일관계 개선에 따른 이점을 다시 한번 부각시킴으로써 한국 여론의 이해를 얻자는 것"이라고 니혼게이자이가 짚었다.
일본정부 고위 관계자는 "미래지향적이고 긍정적인 성과를 총리로부터 보여준다는 데 상당한 의미가 있다. 이제 과거에서 벗어나야 할 국면이라는 메시지"라고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말했다.
또 G7 히로시마 정상회의를 앞두고 셔틀외교 재개에 합의했음에도 불구하고 윤 대통령의 방일만 이어지지 않도록 했다는 배려도 깔려 있다는게 일본 언론들의 분석이다.
또 다른 큰 배경으로는 미국과의 관계도 간과할 수 없다.
미국 측이 G7 정상회의 기간 중 한미일 정상회담을 제안한 가운데 주최국인 일본으로서는 북한과 중국을 염두에 두고 안보 분야에서 한미 양국 정상이 4월 한미정상회담에서 어떤 협의를 했는지, 5월 한미일 정상회담 전에 살펴볼 필요도 있었다. 기시다 총리 주변에서는 "이번 방한에서는 한미일 공조와 인도태평양 과제가 양대 테마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윤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가 한일 관계 개선에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만 향후 전망을 낙관만은 할 수 없다고 일본 언론은 분석했다.
한미일 3국은 탄도미사일 발사 정보를 즉각 공유하는 구조 실현을 내걸고 지난 4월 방위당국 간 실무회담을 처음 개최했다. 이러한 고도의 안보 제휴(관계)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한일의 방위 당국 간의 신뢰 회복이 필수적이다.
기시다 정권의 내각 지지율은 4월 말 니혼게이자이신문사 여론조사에서 52%로 상승해 8개월 만에 50%대로 올라섰다. 이와 대조적으로 윤 정권에 대한 한국 여론은 대일 외교에서 양보를 거듭하고 있다는 비판이 만만치 않아 지지율이 저조하다.
니혼게이자이는 "(한국)국내 평가가 뒤따르지 않으면 양국 관계 복원을 위한 추진력이 떨어질 수 있다"며 "정상 간 솔직한 대화를 통해 안보와 경제에서의 한일 양국 협력의 중요성을 두 국민이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보도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pjh@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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