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회생, 산업이 답이다]<10>우동기 국가균형발전위원장
시그니처 정책은 ‘기회발전특구·교육자유특구’
“지방대학과 교육문제는 균형발전 정책의 핵심 어젠더”
“국가균형발전 정책이 50년 가까이 됐는데도 여전히 수도권 인구 비중이 50%를 넘습니다. 역대 정부의 정책 한계를 넘어서기 위해서는 ‘지방자치분권 및 지역균형발전에 관한 특별법(이하 지방시대위원회 설치법)’ 제정이 절실히 필요합니다.”
우동기 대통령 직속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위원장은 지난해 9월 취임 이후 줄곧 특별법에 근거한 ‘지방시대위원회’를 출범시키기 위해 물심양면으로 뛰고 있다. 자치분권과 균형발전 정책을 융합시켜 지방시대 종합계획 수립을 최우선 목표로 하고 있다. 역대 정부의 정책 실패를 보완하기 위한 극약처방이다.
우동기 위원장은 “1979년부터 시작된 여러 지역 불균형 개선 정책들이 예상과 달리 오히려 새로운 집적 효과를 만들어내면서 목표했던 성과를 내지 못했다”며 “그 한계의 원인은 지방정부가 아닌 중앙정부 중심으로 정책을 추진한 것이 문제였고, 윤석열 정부 지방시대는 ‘지방 주도적으로’ 중추적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고, 국민 모두가 ‘어디에 살든 차별없는 균등한 기회’를 누릴 수 있도록 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며 설명했다.
기회발전특구(산업)와 교육자유특구(교육)는 균형위가 추진하는 정책의 양대 기둥이다. 기회발전특구는 수도권 기업이 지역으로 투자·이전할 수 있도록 파격적인 세제지원과 규제특례 등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교육자유특구는 공교육 내에서 다양한 형태의 학교 교육이 제공될 수 ‘공교육 정상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교육감·대학총장을 지낸 우 위원장이 가장 애정을 가지고 추진하는 정책이다.
우 위원장은 “수도권에 인구를 집적시킨 큰 요인은 사실상 교육이었으나 역대 정부 가운데 교육 정책을 균형발전 정책으로 투입해 본 적이 없었다”며 교육자유특구의 성공적인 안착이 지역의 경쟁력과 직결될 것이라 확신했다. 하지만 ‘교육자유특구’에 야당이 반대하고 나서면서 특별법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 우 위원장은 “갈 길이 너무나 멀다”며 연신 아쉬움을 드러냈다. 다음은 일문일답.
대담=양종석 정치정책부 부장
-지방시대위원회 출범이 불투명해졌다
▲취임 이후 지방시대위원회를 출범시키기 위한 노력을 경주해 왔다. 지방 소멸 위기 경보가 점점 커지는데도 국회가 너무 안일하다. 국회의원의 출신 지역이 고루 섞인 상임위(행안위)에선 신속하게 처리됐는데, 비수도권 출신이 6명에 불과한 법사위에서 발목이 잡혀 있다. 상반기 출범을 목표로 했으나 알 수 없게 됐다.
-균형위의 세종시 이전은 어떤 의미로 볼 수 있는가.
▲지방시대위원회 설치법안이 아직 통과되지 않았지만, 국가균형발전위원회가 먼저 이전해 ‘지방시대’의 본을 보일 수 있게 됐다. 우선 균형위가 2003년 출범 후 20년 만에 서울을 떠나 세종시대를 맞이하게 되었다는 데에 큰 의의가 있다. 더불어 세종시에 위치한 유관부처들과 보다 긴밀한 정책 논의가 가능하게 됐다. 부처들 간의 상시 협의를 바탕으로 위원회 개최 등 절차적·행정적 사항에 있어서도 효율적인 운영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한다. 또 전국이 반경 3시간 이내 거리에 들어왔다. 지방분권, 균형발전을 실현할 구심점이 마련된 것이다.
-균형위원장 취임 이후 가장 집중했던 업무는 무엇인가.
▲지방시대위원회로 통합하는 과정에서 업무 공백이 생기지 않고, 정책 기획 및 이행이 적실성 있게 진행되도록 만전을 기하고 있다. 특히 지방대학 살리기와 교육혁신을 위한 교육자유특구 업무를 최우선적으로 추진해 왔다. 윤석열 대통령께서도 2023년 신년사에서 “교육개혁 없이는 지역 균형발전을 이루어 내기 어렵다”고 언급했다. 지방대학과 교육문제는 우리 균형발전 정책의 핵심 어젠더라 할 수 있다.
-현재 대한민국의 균형발전지수는 몇 점 정도로 평가할 수 있나.
▲대한민국의 균형발전 정책은 박정희 정부 이후 지속적으로 추진되었지만, 2019년부터 수도권 인구 비중이 50%를 초과하는 등 인구·경제·삶의 질 측면에서 수도권 집중과 지역간 격차 확대가 지속되고 있다. 2021년에는 전국 226개 중 89개가 인구소멸지역 지정되기도 했다. 정말 위기의식을 가져야 한다. 특히 비수도권 청년층의 수도권 이동이 수도권 인구집중을 심화시키고 있다. 대한민국의 균형발전 점수를 정확히 몇점이라고 산정하기는 쉽지 않지만, 주요 선진국의 수도권 집중도를 고려하면 합격점으로 보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예컨대 우리나라는 GDP, 일자리의 수도권 집중도가 주요 선진국에 비해 현저하게 높은 수준이다. 이에 따라 균형위는 자치분권의 확대, 교육자유특구·기회발전특구 등 시그니처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제2차 공공기관 지방이전 등을 통해 균형발전을 적극 추진하려 한다.
-심화되는 수도권 집중화 근본 대책은 무엇이라 보나
▲윤석열 정부는 ‘대한민국 어디서나 살기 좋은 지방시대’를 국정목표로 채택할 만큼 수도권 문제를 절박하게 인식하고 있다. 역대 정부가 경제적 논리와 효율성 측면으로 균형발전에 접근한 것과는 다르게 윤석열 정부는 균형발전과 지방 분권의 문제를 자유와 공정이라는 문제로 ‘가치적인 접근’을 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경제적 효율성을 중요시했지만 국민들의 ‘같은 행복권’을 추구하고 있다. 앞으로 지방시대의 중심에는 ‘지방정부’가 있을 것이며 이러한 정부의 강력한 의지를 바탕으로 우리 위원회에서도 역할을 다할 예정이다. 미국에서는 10년간 기업이 지역에 투자하면 소득세를 감면해 준다. 기회발전특구는 이러한 파격적 세제지원와 거침없는 규제특례를 제공하고, 기업들이 받은 혜택을 지방에 재투자하도록 유인을 제공하는 새로운 플랫폼이다.
교육자유특구는 다양하고 창의적인 교육활동을 유연하게 도입할 수 있는 미래형 교육제도로 교육을 통해 국가균형발전을 추구하고 저출산 고령화 문제를 해소하고자 하는 정책이다. 특히 지역이 중심이 되어 지역발전을 이끌 우수 인재를 육성하려면 특구 내 다양한 모델을 발굴·지원해야 한다. 이를 위해 규제 완화, 재정사업 등 특례 지원방안을 다각도로 검토하고, 교육청·지자체·대학 등 지역 교육을 책임지는 여러 주체들과의 협력방안을 만들어야 한다. 지역의 교육역량을 강화하고, 대학 및 산업과 연계함으로써 인재양성부터 정주까지 지역발전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여러 지자체를 방문했다. 가장 많이 들은 요구사항은 무엇인가.
▲지역에서는 가속화되는 저출산·고령화와 수도권 쏠림현상으로 지역이 소멸될 수 있다는 강한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다. 이러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과거 중앙정부 주도의 경제성장 정책에서 벗어나, 지방이 중심이 되어 분권성장과 균형발전을 추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지방의 환경을 가장 잘 아는 지방정부가 자율적으로 정책을 수립·추진할 수 있도록 권한을 강화할 것 요구하고 있다. 자치입법권, 자치조직권, 자치재정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고, 나아가 ‘지방분권국가’을 헌법에 천명하고 법제화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또한 지역 산업육성과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 조속한 공공기관 이전과 함께, 기회발전특구 등을 통해 지역이 스스로 기업을 유치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러한 사항들이 효과적으로 추진될 수 있도록 지방시대위원회가 조속히 출범해 자치분권과 균형발전의 컨트롤타워로서 중추적 역할을 해 줄 것을 기대하고 있다.
-각 시도별로 기업투자유치 등 경쟁적인 산업육성 계획을 세우고 있다. 위원회 차원의 콘트롤도 필요해 보이는데.
▲각 시도는 주체성과 자율성을 가진 하나의 지방정부로서 정책을 기획하고 추진하며, 그 과정에서의 지방정부간 협력과 경쟁은 성과 극대화를 위한 자연스러운 과정이다. 다만 중복 투자 등 국가 전체 차원에서의 비효율성이 발생하지 않도록 중앙정부는 예비타당성조사, 산업입지정책심의 등을 통해 이를 조정하고 있다. 우리 위원회도 균형발전특별법 제22조에 의거 지역혁신 클러스터, 지역발전투자협약, 국가혁신융복합단지 등 주요 산업정책에 대한 심의를 하고 있다. 특히 위원회는 현재 시도 발전계획, 부처의 부문별 발전계획, 초광역계획이 포함된 균형발전 5개년 계획을 준비 중이며 통합법안이 제정되면 자치분권을 포함한 ‘지방시대 종합계획’을 수립할 예정이다. 지방정부와 중앙정부를 이을 가교이자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최근 에너지 요금 차등화 등 지역 인구와 인프라 격차에 따라 지역별로 다른 대우가 있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최근 생산지역과 소비지역의 차이에 따른 전력원가를 반영하자는 지역별 차등 전기요금제를 도입하자는 주장이 오랜 기간 제기되어 왔다. 지역별로 전기요금을 차등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근거를 담은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 법사위 계류 중이다. 전력공급에 소요되는 비용을 합리적으로 반영하는 지역별 차등 전기요금제의 도입 필요성은 분명히 있으나, 시행에 앞서 여러 가지 선결과제가 존재한다. 송전비용 뿐 아니라 발전, 판매 등 각종 비용을 반영한 정확한 원가 산출이 필요하며, 지역별 합리적 구분 기분 마련 및 지역별 요금차이에 따른 사회적 합의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 따라서 발전소 주변 지역으로 이전하여 전력계통 부담완화에 기여하는 기업이나, 계통에 여유가 있는 지역에 시범적으로 적용하거나, 지방투자촉진을 위한 기회발전특구 등 소규모 특정지역에 우선 적용하고 그 효과를 분석해 향후 단계적으로 확대 시행하는 방안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지역균형발전에 있어 우리나라가 가지고 있는 경쟁력은 무엇인가. 지역균형발전 미래에 대한 희망의 메세지 부탁드린다.
▲균형발전 이슈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점이다. 그간 여러 정권에서 지역균형발전을 위한 다양한 정책들을 시도해 왔으나, 여전히 지역성장 거점 조성, 지역 정주여건 개선 등에는 한계가 있다. 윤석열 정부의 지방정책 기조는 어디에 사느냐에 따라 교육, 문화, 경제, 복지 등 우리 삶의 많은 부분에서 차별받지 않는 공정과 분권, 자유와 정의를 강조한다. 우리 정부의 핵심 목표이기도 한 ‘대한민국 어디서나 살기 좋은 지방시대’의 실현이 균형발전정책의 비전이며, 이를 위해 균형위는 지역균형발전에 있어 경쟁력이 있는 지역 브랜드 정책을 발굴·구현해 진정한 지방시대의 초석을 다질 것이다. 특히 기회발전특구, 교육자유특구 등을 활성화해 기업과 학교가 자발적으로 이전하려는 여건을 조성하고, 지방이 당면한 현안에 대해 구체적인 지원방안을 지방정부와 함께 마련해 나갈 계획이다.
◇우동기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위원장은
대구고, 영남대 행정학과를 졸업하고 일본 츠쿠바대학(Univ. of Tsukuba)에서 사회과학 박사, 미국 볼주립대학교에서 인문학 명예박사 학위를 받았다. 첫 직장으로 지금의 국토연구원인 국토개발연구원에서 책임연구원으로 지내면서 수도권정비계획법 초안을 만들었다. 이후 영남대학교 행정학과 교수극 거쳐 총장 자리에 올랐으며, 대구가톨릭대학교 총장, 대구시 교육감 등을 역임했다. 제20대 대통령취임식 준비위원회 부위원장을 맡았으며, 현재 대통령 직속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성현희 기자 sunghh@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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