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법 막판 중재냐, 尹 2번째 거부권이냐

민주당-국민의힘 입장차 여전
尹대통령 연이은 거부권 부담

지난 3일 경기도 수원시 더불어민주당 경기도당 앞에서 경기도의사회 관계자들이 간호조무사협회, 응급구조사협회 등과 함께 간호법·의료법 제·개정 규탄 집회를 하는 모습. 연합뉴스.

국회를 통과한 간호법 제정안이 정부로 이송되면서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 후 두 번째 법률안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할지 여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민주당과 국민의힘의 입장차가 뚜렷하지만 연이은 대통령 거부권 행사가 부담스러운 만큼 여당이 재협상에 나설 수 있어 극적인 타협 가능성도 없지 않다.

7일 정치권 안팎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국민의힘은 지난달 27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간호법 제정안과 관련해 절충안에 대해 합의만 된다면 정부로 이송된 법안을 중지시키고 새 개정안을 본회의에서 통과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원론적인 입장이지만 간호법 통과에 반대하며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건의하겠다던 강경한 입장에서 한발 물러선 모양새다.

지난 4일 정부로 이송된 간호법안의 공포 혹은 재의요구 시한은 오는 19일이다. 오는 16일 국무회의에 상정될 가능성이 큰 만큼, 그 전에 여론 수렴 및 직역 간 물밑 중재 협의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의 이런 물밑 중재 움직임은 간호사·의사·간호조무사 등 첨예한 직역 간 갈등이 첨예화 할 경우 정부·여당이 불리하다는 판단 때문으로 풀이된다. 또 지난달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대해 한 차례 거부권을 행사했기 때문에 재차 거부권을 행사하는 데 따른 정치적 부담도 적지 않다. 윤 대통령 입장에서는 간호법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더라도 야당 단독으로 본회의에 부의한 방송법 개정안, 노란봉투법 등 거부권 행사 여부를 검토해야 할 법안이 쌓여간다. 이런 상황에서 윤재옥 원내대표가 재협상에 성공할 경우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5월 국회에서 '여야 협치'를 하는 모습도 보일 수 있다.

다만 민주당은 본회의를 통과한 법안에 대해서는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시 재의결을 위해 노력한다는 기조여서, 순탄하게 재협상 테이블이 마련될지는 미지수다. 민주당 입장에서는 국민의힘이 중재를 통해 여야 합의로 법안을 통과하고 싶다면 본회의 통과 전에 노력을 기울였어야 하지만, 국민의힘이 강경 기조로 일관해놓고 이제와서 절충안을 마련하는 것은 보여주기식 퍼포먼스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여기에 자신들의 입장을 강하게 관철시키고 싶어하는 의료계 각 직역들도 여야 협상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의사·간호조무사 단체는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을 시, 간호사 단체는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시 총파업에 돌입하겠다고 각각 예고한 상태다.

간호법의 최대 쟁점은 '지역사회' 문구다. 의사는 간호사가 지역사회에서 단독개원할 가능성을, 응급구조사 등 소수직역들은 간호사가 간호법을 통해 의료기관 밖으로 영역을 확장하면 다른 직역의 업무가 침해될 소지가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하지만 간호사들은 그렇지 않다고 반박하고 있어 사실상 지역간 중재를 기대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임재섭기자 yj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