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과 회화는 수렴할까. 미술전문가 된 사진가

2023. 5. 7. 13:53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주관의 미술...앵글은 객관적일까
붓이 향하는 지점, 카메라가 보는 타겟
30년차 도광환 사진기자의 새 책, 눈길
미술-보자기(보는일,자신을,기억하는힘)

[헤럴드경제=함영훈 선임기자] 사진과 회화는 어떤 관계일까. 둘 다 이미지라는 공통점이 있다. 한때 회화가 사진을 대신한 때가 있었다.

신(神)의 그림만 그려야 하던 때, 사람과 자연의 아름다움을 정밀하게 묘사하는 것은 인본주의를 지향하는 일종의 저항이었다. 그때 사진과 미술의 기능은 거의 같았다.

그리고 뜻 모를 흉내내기식 추상화가 난무할 때, 또 한 번 극사실주의라는, 사진 같은 그림이 유행하기도 했다.

미술과 사진은 이제 만날 수 없는 곳까지 멀어진 것일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술은 작가의 주관적 표현을 통해 눈에 보이지 않는 것 까지 드러내려는 의지가 발전하면서 사실주의→인상주의→표현주의→입체파→추상화-아방가르드와 팝아트 등으로 나아갔고, 사진은 앵글 설정 만이 주관일 뿐, 줄곳 피사체를 있는 그대로 담아 대중에게 전달됐다.

사진과 미술 간 수렴이 있을 수 있을까. 산출 방법이 다르고, 사실주의 이후 크게 갈라진 미술과 사진 간의 접점이 있는지에 대한 의문은 여전하다.

아주 드물게, 사진기자가 미술을 탐구하는 일이 벌어졌다.

물론 입문 과정에서 사진가도 미술 기초를 배우기는 한다. 그러나 연합뉴스 사진기자 30년차인 도광환은 현장에서 보도사진 취재 업무에 매진하면서도 끊임없이 미술과 함께 했다.

미술에 대한 기초지식만을 갖고 있던 그는 2014년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미술과 재회한다. 레오나르도의 다빈치의 ‘최후의 만찬’을 관람한 뒤 부터, 마음 속에만 있던 열망이 일상으로 현신하면서, 틈만 나면 미술 관련 서적은 물론 미학, 문학, 철학 책들을 탐독했고, 심미안을 키워 나갔다.

그가 9년간 ‘본캐’ 만큼 알게된 ‘부캐’, 미술에 대해 책을 썼다. ‘미술-보자기 (보는 일, 자신을, 기억하는 힘)(자연경실, 384쪽)’이다. 사진기자가 풀어놓는 미술 이야기 보따리인 셈이다.

도광환 저, ‘미술-보자기 (보는 일, 자신을, 기억하는 힘)’(자연경실)

페이스북 담벼락 메모로 미술에 대해 그때 그때 기록한 것을, 기획기사 ‘미술이야기’로 연재했고, 이번에 책으로 집대성한 것이다. 여기서 보자기는 ‘보는 일, 자신을, 기억하는 힘’이라는 뜻이다. ‘나'를 찾아가는 미술이야기가 마치 보자기를 풀 듯 하나하나 펼쳐진다.

저자가 책에서 말하는 바는 미술사나 작가들의 화풍, 에피소드 등이 아니다. 작품마다 그가 느낀 사람들의 모습과 살아가는 이야기, 작가와 시대의 고민 등을 자신의 사유로 걸러 풀어나간 이야기다. 제목처럼 보자기에서 뭔가를 하나하나 꺼내듯이 톡톡 던지는 이야기들이다. 이야기는 사물의 본질로 향하는 길이다.

‘나는 누구인가’부터 시작해, ‘나를 둘러싼 사람들’, ‘나를 만든 정신과 물질’, ‘나와 예술적 사유’라는 대제목 아래 ‘자화상’, ‘가족’, ‘친구 및 이웃’, ‘엄마’, ‘여성’, ‘신화’, ‘종교’, ‘역사’, ‘도시’, ‘자연’, ‘상상’, ‘표현’, ‘최초’ 등으로 작품을 분류해 다시 117개의 소항목에서 222편의 작품들을 펼쳐 놓았다.

저자가 쓴 글들의 방향과 작품들이 가리키는 종착지는 결국 ‘나’다. ‘나에 대한 고찰’로부터 시작한 이야기는 ‘약속, 나를 찾는 일’로 끝난다.

‘여행자학교’ 강사이기도 한 도광환은 이 책 서문에서 “나는 평면에 그려진 그림과 조각의 입체미를 통해 날카로움과 부드러움으로 얽힌 세상과 인간을 알고, 그 속에 서린 차별을 지워나가면서 종국엔 ‘나’를 더 알고 싶다. 나는 내가 소중하게 간수하는 ‘예술의 힘’을 믿는다. 그건 ‘자유와 해방으로 향하는 출구를 가리키는 나침반’이다”라고 했다.

미술이 사물의 본질을 드러내기 위해 작가의 주관적 프레임을 이용하고 객관적 지지를 이끌어내면서 발전해왔듯이, 사진 역시, 드러내야 할 미소, 역동적이어야 할 나래짓 등 주관적 앵글을 찾아 다녔고, 이 역시 사물의 본질을 가장 표현주의적으로 전달하기 위함이었다.

도광환에 의해 쉽지 않은 작업, 미술과 사진의 수렴이 이뤄질지 궁금해진다. 당연히 사진과 미술 속엔 ‘나’, ‘너’, ‘우리’의 인생이 있고, 자연과 사회의 지속가능성이라는 테마가 있다.

abc@heraldcorp.com

Copyright © 헤럴드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