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역사 굴곡의 흔적…기시다 정치 기반 ‘히로시마’ 노학자가 변두리 전시관에 편지 보낸 사연
달천철장 전시장 벽면에 걸린 편지는 시오미 히로시(潮見浩) 히로시마대학 문학부 명예교수의 ‘달천철장 철광산 보존에 관한 요청서’다. 히로시마대학은 기시다 총리의 지역구인 히로시마를 대표하는 대학이다. 기시다 가문은 이 히로시마를 기반으로 3대째 정치가를 배출한 명문이다. 기시다 총리는 지역구를 찾으면 수시로 이 히로시마대학을 찾아 학자들을 만난다.
일본어로 된 편지글엔 “달천철장은 한국 뿐만 아니라 중국, 일본을 포함한 동아시아 세계에서 고대국가 형성기의 철 생산과 유통을 고찰하는 데 매우 귀중한 유적군이다. 부디 울산시 도시계획 추진과 공존할 수 있는 방법으로 보존해주시길 진심을 담아 부탁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공경하여 사뢴다는 뜻의 경백(敬白), 삼가 아뢴다는 근계(謹啓) 등 조심스럽고, 공손한 단어가 자주 등장한다. 편지는 달천철장을 보존해 달라는 일본인 학자 등의 서명부와 함께 왔다. 비슷한 내용의 편지가 두 차례 왔다고 한다. 달천철장 전시관 관계자는 “일본 타타라연구회가 고대 철의 성분을 분석했더니 비소 성분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달천철장에서 생산된 철만 가진 특징이다. 전 세계적으로도 유래가 없다고 한다”고 설명했다. 일본인 학자들이 편지에 서명까지 보내며 달천철장 보존에 관심을 가진 이유이기도 하다.
달천철장은 고대 영남지역 최대 철 생산지였다. 그 존재는 ‘세종실록 지리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달천철장에서 세공(해마다 지방에서 나라에 바치던 공물)으로 생철 1만2500근을 바쳤다는 기록이 있다. ‘세종실록지리지’에서 철장이 있었다고 언급된 경주, 안동, 영덕, 합천 등지에서 바친 철 중 가장 많은 양이다.
울산=이보람 기자 bora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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