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굴 내리지?”…선발 자원 7명 SSG의 ‘행복한 고민’

배재흥 기자 2023. 5. 7. 1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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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0일 두산전에서 투구하는 박종훈. SSG 구단 제공



“못 던지면 빠져요.”

SSG의 우완 잠수함 박종훈(32)은 6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키움과 원정 경기에 선발 등판해 7이닝 4피안타 6탈삼진 3사사구 1실점 역투로 팀에 2-1 승리를 안겼다.

리그 최고의 투수로 평가받는 키움 안우진(7이닝 2실점)과 선발 맞대결에서 거둔 승리이기 때문에 박종훈 개인과 SSG 모두에 값진 결과였다.

기분 좋은 첫 승리를 수확한 박종훈은 경기 뒤에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못 던지면 (선발 로테이션에서) 빠진다”며 팀내 치열한 선발 경쟁을 언급했다. 프로에서 1000이닝을 넘게 던진 베테랑 투수가 던진 농담이었지만, 마냥 우스갯소리는 아니었다.

박종훈은 지난달 13일 삼성전과 19일 KT전 2경기에서 13실점(12자책)한 뒤,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된 적이 있다. 박종훈의 컨디션 회복을 도우려는 조치였지만, 그의 공백을 대체할 선발 자원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SSG는 외국인 투수 애니 로메로가 개막 전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한 상황에서도, 임시로나마 맥카티, 김광현, 오원석, 박종훈, 문승원, 송영진으로 꾸린 ‘6선발 체제’를 가동할 만큼 선발 자원이 풍부하다. 현재는 지난 2일 KT전에서 3.1이닝 7실점으로 부진한 문승원이 2군으로 내려간 상태다.

새로운 외국인 투수 로에니스 엘리아스가 곧 팀에 합류하면 선발진의 자리는 더 좁아진다. 변수가 없는 한 선발 3자리는 맥카티, 엘리아스, 김광현의 차지다. 나머지 2자리를 놓고 오원석, 박종훈, 문승원, 송영진의 경합이 불가피하다.

물론, 김원형 SSG 감독은 루키 송영진의 보직을 불펜으로 변경하겠다고 앞서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육성을 목적으로 3번의 선발 등판에서 2승을 올리며 시즌 평균자책 1.93을 기록 중인 송영진을 당장 선발 로테이션에서 제외하긴 어렵다.

7일 키움과 경기 전에 만난 김원형 SSG 감독은 팀 내 선발 투수들이 스스로 경쟁심을 가지는 것을 긍정적으로 여겼다.

김원형 감독은 “로메로가 이탈하고, 영진이가 좋은 활약을 하면서 종훈이가 선발 로테이션에서 빠지는 일도 생긴 것이지 경쟁을 염두에 둔 것은 아니”라면서도 “스스로 경쟁심을 느낀 것 같은데, 앞으로도 자극을 많이 줘야겠다”고 미소를 지었다.

김 감독은 이어 “승원이가 지금 2군에 가 있긴 하지만, 엘리아스가 오면 선발 자원 7명이 생긴다. 단지 육성을 위해 영진이를 내리는 결정은 하지 않으려고 한다”며 “2021년에 선발 투수가 없어 굉장히 힘들었는데, 지금은 선발 자원이 많아 ‘행복한 고민’을 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고척 | 배재흥 기자 he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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