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가치 제고 나선 4대 금융지주…연중 이어질까?
작년보다 두배 많은 충당금 쌓고도 낸 '호실적' 배경
2분기부터 '위기' 본격화…주주가치 제고 지속여부 관심
4대 금융지주들이 일제히 주주가치 제고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분기배당, 자사주 매입 및 소각 등에 적극 나서면서다.
4대 금융지주가 주주가치 제고에 속도를 낼 수 있었던 배경에는 금융당국이 그간 주문했던대로 손실흡수 능력을 강화하면서도 양호한 실적을 낸 것이 배경이 됐다는 분석이다.
다만 이같은 주주환원 정책이 연내 이어질지에 대해서는 물음표가 뒤따른다. 금융시장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계속해서 커지고 있어 배당여력 확보를 위한 이익잉여금을 충당금으로 전입하는 규모가 늘어날 것이란 이유에서다.
4대 금융지주, 주주가치 제고 속도
7일 금융권에 따르면 4대 금융지주중 KB금융지주, 신한금융지주, 하나금융지주 등 3곳이 분기배당에 나선다. KB금융지주는 주당 510원, 신한금융지주는 주당 525원, 하나금융지주는 주당 600원의 분기 배당에 나선다고 밝혔다.
분기배당뿐만 아니다. 이들 금융지주는 올해 1분기중 모두 자사주 매입 및 소각에 나서면서 주주가치 제고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이와 관련 신한금융지주는 지난 1분기 실적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15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 및 소각에 나서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앞서서는 KB금융지주가 3000억원 규모, 하나금융지주가 15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 및 소각에 나섰다.
분기배당을 정관에 명시하지 않아 분기배당 대열에 합류하지 못한 우리금융지주 역시 100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소각하기로 하면서 주주가치 제고에 나섰다.
아울러 우리금융 역시 올해 2분기중 분기배당에 나설 수 있도록 정관을 바꾸는 등 향후에는 4대 금융지주가 모두 분기배당에 나설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이와 관련 이성욱 우리금융 재무 부사장(CFO)는 1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 콜에 참석해 "2분기부터 배당 수준 등을 이사회에서 논의해 확정하겠다"라고 말했다.
4대 금융, 주주가치 제고 여력 어디서 나왔나
4대 금융지주가 올해 1분기 주주가치 제고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었던 데에는 올해 1분기에도 실적 성장세가 이어졌기 때문이다.
올해 1분기 4대 금융지주가 벌어들인 순익은 4조8991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4조5870억원과 비교해 6.6%늘어난 수준이다. 특히 올해 1분기 실적은 대규모 충당금을 적립하면서도 달성한 성적표라는 점이 주주가치 제고에 나설 수 있었던 핵심요인으로 꼽힌다.
금융지주는 계열사들이 벌어들인 순익중 이익잉여금을 향후 부실에 대응하기 위한 차원에서 충당금으로 적립한다. 충당금 재원이 이익잉여금에서 나오는 만큼 적립규모가 늘어날 수록 순익규모는 줄어드는 구조다.
올해 1분기 4대 금융지주가 추가로 적립한 충당금 규모는 1조7338억원 수준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동기 대비 두 배 이상 많은 충당금을 쌓았다. 지난해 1분기와 비교해 충당금으로 두 배 많은 비용을 쓰고도 순익 규모가 늘었다는 얘기다.
핵심은 금융당국이 그간 꾸준히 '손실흡수 능력 강화'를 금융지주들에게 주문해 왔다는 점이다. 그간 금융당국은 향후 금융시장 불확실성이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금융지주들에게 충당금 적립 규모를 늘릴 것을 주문했다.
결과적으로 올해 1분기 4대 금융지주는 충당금 적립 규모를 늘리면서 금융당국의 주문에도 호응하고도 지난해 대비 양호한 실적을 기록했다. 1분기 주주가치 제고에 나설 수 있었던 이유다.
주주가치 제고, 연중 내내 가능할까
금융지주들은 연초 일제히 입을 모아 주주환원율 목표치를 최대 35%로 수준으로 제시했다. 지난해 기준 4대 금융지주의 주주환원율을 살펴보면 KB금융지주 33%, 신한금융지주 30%, 하나금융지주 27%, 우리금융지주 26%다.
따라서 4대 금융지주 모두 지난해 보다는 주주환원율을 끌어올리는 것이 애초 목표였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주당 배당금액을 높히거나 지속적인 자사주 매입 및 소각에 나설 수 밖에 없다.
다만 금융권에서는 주주들이 환호했던 1분기와 달리 2분기부터는 올초와 같이 적극적인 주주가치 제고 활동에 나서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있다.
금융당국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시장금리 인상과 이로인한 부실채권의 증가 등으로 인해 '방파제' 역할을 해야하는 금융회사가 더욱더 많은 충당금을 적립해야 한다는 기조를 이어나가고 있다.
당장 금융당국은 조만간 경기대응완충자본 추가 적립의무 부과, 특별대손준비금 적립요구권 도입 등 금융지주 핵심계열사인 은행의 '손실흡수 능력' 추가 강화를 위한 제도개선을 준비하고 있다.
이와 동시에 경기침체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코로나19 시기 금융회사가 중심이 돼 풀었던 막대한 규모의 대출채권 부실 가능성이 커진다는 점은 은행의 수익성 악화로도 직결될 수 있다.
즉 실적성장세가 둔화되면서 충당금은 더 적립해야하는, 1분기와 정반대의 상황이 나타날 수 있다는 얘기다.
한 금융지주 관계자는 "2분기부터는 더욱 경기가 녹록지 않을 것으로 분석되는 만큼 배당여력이 감소할 가능성이 있다"라며 "상황을 지켜봐야 하겠지만 주주환원율을 끌어올리는 것이 쉽지는 않을 것으로 보이며 정책방향에 따라 지난해 대비 하락할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경남 (lkn@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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