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전세사기’여파에···고가 아파트 몰린 강남3구, ‘이것’ 늘었다
전국적으로 ‘전세사기’ ‘깡통전세’ 피해가 잇따르는 가운데 서울에서 집값이 가장 비싼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의 ‘전세권설정등기’ 비율이 서울 전체의 30%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서울지역 전세권설정등기 3건 중 1건이 ‘강남 3구’에서 이뤄진 셈이다. 전세권설정등기때는 수수료가 발생하지만 강남3구 세입자들은 수수료를 내더라도 고가의 전세보증금을 확실히 보장받는 쪽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전세권을 설정하면 집주인이 전세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할 경우 해당주택을 임의경매로 바로 넘길 수 있다.
반면 이사나갈 때 전세보증금을 받지 못해 임대로 거주하던 집에 ‘채무있음’을 설정하는 임차권설정등기의 비중은 강남구가 서울 전체의 10%에 불과했다. 전세권설정이 집주인의 보증금 반환을 압박했을 개연성이 커보인다.
7일 경향신문이 법원 등기정보광장 자료를 분석한 결과 올해 1~4월 강남3구에서 이뤄진 전세권 설정등기는 1065건으로 서울 전체(3459건)의 30.7%를 차지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28.4%)보다 2.3%포인트 높아진 것이다.
구별로는 강남구가 442건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서초구 312건, 송파구 311건 등 상위3곳에 강남 3구가 이름 올렸다. 뒤이어 용산구 261건, 영등포구 213건, 마포구 204건 순으로 고가의 아파트가 몰려있는 지역을 중심으로 전세권설정등기가 활발했다.
전세권설정등기란 세입자가 전세보증금을 지급하고 집주인의 집을 점유하고 있다는 것을 명시한 등기로 ‘등기부사항전부증명서’에는 ‘A가 해당 집의 임차인이다’라고 기록된다. 대항력면에서는 전입신고 후 확정일자를 받는 것과 동일한 효력을 갖지만, 보증금 미반환 사고가 발생했을 경우 임차인이 별도의 소송절차 없이 해당 집을 임의경매로 넘길 수 있다. 반면 확정일자는 세입자가 법원에 보증금반환청구소송을 제기해 승소해야 경매로 넘길 수 있다.
다만 전세권설정은 집주인의 인감증명을 갖고 동복지센터를 방문해야 하는 등 집주인의 동의를 받아야해 집주인들이 꺼리는 데다 전입신고만 해도 받을 수 있는 확정일자와 달리 등기설정에 비용이 들어 세입자도 꺼렸다.
예를 들어 전세보증금이 10억원일 경우 ‘10억원×0.24%(등록세·지방교육세)’를 계산한 값인 240만원에 수수료 1만5000원까지 총 241만5000원이 들어간다. 통상 법무사에게 맡기는 비용까지 합할 경우 270만~280만원 가량의 전세권설정등기 비용을 지출해야 하는 셈이다.
전세권설정등기는 절차가 까다롭고 비용도 많이 들지만 효과는 확실했다. 최근 몇 년 사이 임차권 등기명령 신청건수가 급증한 서울 강서구, 인천 미추홀구·부평구·서구·남동구, 경기 부천시와 달리 강남3구는 임차권 등기명령 신청건수가 상대적으로 적었다. 전세보증금을 받지 못하는 사례가 상대적으로 적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올해 1~4월 강남3구의 임차권등기명령 신청건수는 389건으로, 서울 전체 임차권등기명령 신청건수(3831건)의 10.1%에 그쳤다. 같은 기간 강서구(941건)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임차권등기명령은 임차인이 임대차계약만료 후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고 있을 때 등기부등본에 ‘돌려받지 못한 보증금이 있음’을 표시하는 것으로, 임차권을 설정하면 세입자가 거주하던 집에서 이사를 나가더라도 미반환 전세보증금을 우선적으로 받을 수 있는 권리가 유지된다. 지난해 10월 ‘빌라왕’ 사망사건 이후 빌라 임차인들이 자신의 보증금을 보호하기 위한 하나의 필수수단으로 자리잡고 있다.
전세권설정등기 비율 높은 강남·서초·송파
이병찬 법무사는 “전입신고 후 확정일자를 받는 방식이나, 전세권설정등기를 하는 방식이나 대항력면에서는 큰 차이가 없다”면서 “다만 전세사기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상대적으로 고가의 보증금을 끼고 있는 집들이 전세권설정등기를 통해 보호장치를 마련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류인하 기자 ach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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