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한령인데... 중국이 한국 영화 수출국 깜짝 1위 한 사연

양승준 2023. 5. 7. 1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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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한령'(한류 제한령)으로 5년 넘게 K콘텐츠에 빗장을 걸고 있는 중국이 한국 영화 최대 수출국으로 떠올랐다.

코로나 팬데믹까지 겹쳐 한국 영화의 중국 수출 시장이 더욱 꽁꽁 얼어붙을 것이란 업계의 예상과 상반되는 결과가 나온 것이다.

전통적으로 한국 영화 소비 강국이었던 중국은 한한령 이후 현지 극장에 걸리는 한국 영화가 줄면서 2019년에는 한국 영화 중국 수출액은 국가별 기준 7위까지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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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한국 영화 수입 중국이 1위... 
한한령 전인 2016년 대비 80% 증가
극장에 걸리는 영화 준 대신 리메이크로 반사이익
K팝 음반 수출도 한한령 전 대비 5배 증가... 
방송 시장은 수출 반토막 '직격탄'
드라마 '술꾼도시여자들'은 중국에서 영화로 만들어진다. 티빙 제공

'한한령'(한류 제한령)으로 5년 넘게 K콘텐츠에 빗장을 걸고 있는 중국이 한국 영화 최대 수출국으로 떠올랐다. 수출 규모는 한한령이 본격화하기 전인 2016년 대비 80% 이상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코로나 팬데믹까지 겹쳐 한국 영화의 중국 수출 시장이 더욱 꽁꽁 얼어붙을 것이란 업계의 예상과 상반되는 결과가 나온 것이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올해 1분기에 낸 콘텐츠 산업 통계에 따르면 한국 영화의 중국 수출액은 2021년 기준 839만 달러로 국가별 수출액 1위였다. 2019년(117만 달러), 2020년(244만 달러)과 비교하면 많게는 7배가량 뛰었다. 한국 영화 리메이크 판권 수출 증가가 이런 '이변'을 견인한 것으로 분석된다. 배우 탕웨이가 출연하고 김태용 감독이 연출한 '원더랜드'(2019) 등이 2021년 높은 가격으로 현지에 판권이 팔린 게 컸다. 당시 중국에선 중화권 배우가 출연한 한국 영화 리메이크 유행이 크게 일었다. 2021년 개봉한 중국판 '너의 결혼식'이 7억 위안이 넘는 수익을 낸 게 대표적 사례다.

전통적으로 한국 영화 소비 강국이었던 중국은 한한령 이후 현지 극장에 걸리는 한국 영화가 줄면서 2019년에는 한국 영화 중국 수출액은 국가별 기준 7위까지 떨어졌다. 대신 리메이크 수요가 많아지면서 한국 영화 수출액이 한한령 이전 수준으로 돌아왔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국내에서 신드롬을 일으켰던 드라마 '술꾼도시여자들'(2021)도 중국에서 영화로 만들어진다. 중국 완다그룹이 원작 만화 지식재산권(IP)을 갖고 있는 국내 출판사인 위즈덤하우스에 판권을 사 이르면 올해 개봉을 목표로 제작에 돌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영화뿐 아니라 K팝 음반 수출도 상승했다.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K팝 음반은 중국에서 5,132만 달러어치가 팔렸다. 일본(8,402만 달러)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은 K팝 음반 수입량으로, 2016년(1,078만 달러)과 비교해 약 5배 증가했다. 한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에 대한 보복 조치로 2017년부터 중국 정부는 K콘텐츠 유통을 규제하고 있지만 정작 중국 젊은 세대는 문화 상품의 국적을 따지지 않고 K팝을 활발히 소비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영화, K팝과 달리 방송 시장은 한한령의 직격탄을 맞았다. 2021년 한국 방송 프로그램의 중국 수출액은 3,410만 달러로 2016년(7,817만 달러)과 비교해 반토막이 났다. 2017년부터 2021년까지 한국 드라마뿐 아니라 예능이 중국에서 단 한 편도 TV와 OTT에 공개되지 못한 여파로 보인다. 하지만 지난해 1월 '사임당, 빛의 일기'를 시작으로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 '이태원 클라쓰' 등 16개 작품이 줄줄이 현지 TV와 OTT에 풀리면서 2022년 방송 프로그램 중국 수출액은 반등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다만 드라마와 달리 예능은 2017년 이후 현지에 프로그램이 통째로 팔린 사례가 없고 포맷 수출에 대한 수요도 예전만 못해 반등을 낙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윤호진 한국콘텐츠진흥원 베이징비즈니스센터장은 한국일보에 이메일을 통해 "해외 드라마의 경우 사전에 대본을 심의받고 방영 이후 사후 심의를 받는데 예능은 심의 관련 절차 안내 고지조차 제대로 안 돼 아예 심의를 넣지 못하고 있다"며 "한국 예능의 포맷 계약은 수면 아래에서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지만 수요가 많이 떨어진 상황"이라고 전했다.

양승준 기자 come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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