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용병들 “우크라서 10일 철수”…정부와 갈등 커진다
국내에선 유명 작가 겨냥 폭발 사고 발생
러시아, 안팎에서 점점 궁지에 몰려
그동안 우크라이나 동부 전선에서 격전을 담당해온 용병집단 바그너(와그너)그룹이 무기 공급 부족을 내세워 이 지역에서 병력을 빼겠다고 주장하며 러시아 국방부와 갈등이 커지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미국이 제공한 패트리엇 방공 시스템으로 러시아의 극초음속 미사일 ‘킨잘’을 처음 격추시켰다고 주장했다.
바그너그룹의 설립자 예브게니 프리고진은 6일(현지시각) 러시아 국방부로부터 무기 공급이 되지 않아 전투가 불가능한 상황에 놓이게 됐다고 밝혔다고 <로이터> 통신 등이 전했다. 그는 이날 텔레그램을 통해 공개한 음성 메시지에서 “오늘 현재, 충분한 물량의 무기가 공급되지 않고 있다”며 “더 많은 병력을 죽음으로 몰아가게 될 것이기 때문에 10일부터 부대 철수를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주 핵심 교두보인 바흐무트시 점령을 위한 러시아군의 선봉대 역할을 해왔다. 프리고진은 전날 바그너그룹 병사들을 바흐무트에서 철수시키겠다고 국방부를 압박한 이후에도 제대로 무기 공급이 이뤄지지 않자, 이날 거듭 압박에 나섰다.
<아에프페>(AFP) 통신은 프리고진이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에게 편지를 보내 “오는 10일 0시 이전에 바흐무트와 주변 위치를 (체첸 공화국의) 아흐마트 대대에 이전할 것을 요청한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아흐마트 대대는 블라미디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측근이자 체첸 자치공화국 수장 람잔 카디로프가 이끄는 전투부대다.
하지만, 우크라이나군은 프리고진의 말과 달리 바그너그룹이 다른 지역에 배치했던 병력을 바흐무트로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어, 이날 공개된 철수 주장이 위장 전술일 수 있다는 경계감을 드러냈다고 <로이터>가 전했다. 우크라이나군은 바그너그룹이 러시아의 주요 국경일인 2차 세계대전 승전 기념일(9일)까지 바흐무트 점령을 마무리하려 할 걸로 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우크라이나군은 미국이 지원한 패트리엇 방공 시스템을 동원해 러시아의 극초음속 미사일 ‘킨잘’을 처음 격추시켰다고 이날 주장했다. 미콜라 올레시추크 우크라이나 공군 사령관은 텔레그램을 통해 발표한 글에서 4일 밤 수도 키이우 주변 상공에서 러시아군의 Kh-47 킨잘 미사일을 격추시켰다며 이는 역사적인 사건이라고 평가했다. 킨잘은 최대 속도가 마하10(시속 1만2240㎞) 이상에 달하는 러시아의 차세대 공대지 극초음속 미사일이다.
이날 격추 주장이 사실로 확인되면, 러시아의 장거리 미사일 공격 작전에 적지 않은 차질이 예상된다. 러시아군은 서방의 기존 방공망을 회피하기 위해 개발해온 함대지 극초음속 미사일 치르콘을 지난 1월 초 ‘고르쉬코프 호위함’에 탑재한다고 발표했다. 그와 함께 킨잘을 갖춘 전투기로 우크라이나를 공격해왔다.
러시아 서북부 니즈니노브고로드에서는 이날 우크라이나 내 친러시아 분리독립 세력을 옹호해온 러시아 작가 자하르 프릴레핀(48)이 차량 폭발로 부상을 입었다. 러시아 국가수사위원회는 수도 모스크바에서 동쪽으로 약 400㎞ 떨어진 지역에서 프릴레핀이 탄 자동차가 폭발해 그가 다쳤고 운전사는 숨졌다고 밝혔다. 국가수사위원회는 “이 사건 혐의자로 알렉산드르 페르먀코프라는 인물을 체포했다”고 밝히며 “그가 우크라이나 보안국의 지시를 받고 일을 벌였다고 증언했다”고 주장했다. 이번 폭발 사고는 지난 3일 모스크바의 크렘린(러시아 대통령궁) 상공에서 드론이 격추된 지 사흘 만에 발생했다.
러시아 외교부는 성명을 내어 “이번 사건과 다른 테러 행위의 책임은 우크라이나 당국뿐 아니라 서방 후원세력, 무엇보다 먼저 미국에 있다”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 보안국은 폭발에 관여했는지에 대해 부인도, 시인도 하지 않았고, 미하일로 포돌랴크 우크라이나 대통령 보좌관은 이번 사건을 러시아의 자작극으로 믿고 있다고 말했다.
신기섭 선임기자 mari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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