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증시진단] “삼성전자, ‘8만전자’ 간다…2차 전지 다음은”
윤석모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은 14일 서울 강남구 삼성증권 본사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이 같이 운을 뗐다. 최근 국내 증시의 흐름이 좀처럼 예측하기 힘든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윤 센터장은 “지난해에는 인플레로 인해 거의 500bp 가까이 금리 인상이 있었다”며 “올해는 인플레가 잦아드는 분위기인 것 같지만 급격한 금리 인상에 따른 누적된 경기 영향이 국내 증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 지 여부가 관건인데, 경기는 섣불리 판단하기 어렵다”고 했다.
미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3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직후 성명을 내고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또 올린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미국의 정책기준금리는 4.75~5%에서 5~5.25%로 변경됐다. 다소 완만해지고는 있지만 쉽사리 꺾이지 않는 인플레이션에 3차례 연속 ‘베이비스텝’(한 번에 기준금리 0.25%포인트 인상)을 밟은 것이다.
다만 성명서에는 연준의 입장 변화가 포착됐다. FOMC는 성명에서 “추가 정책 강화(금리인상)가 적절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문구를 없애고 “추가 정책 강화가 적절한 정도를 결정하는 데에 다양한 요소들을 고려할 것”이라고 적시했다. 이를 두고 시장에서는 이번 금리인상 사이클이 사실상 거의 끝났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보고 있다.
다만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기자회견에서 “동결에 관한 결정은 오늘 내려지지 않았다”며 당분간 금리 인하 전환이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고수했다.
이에 대해 윤 센터장은 “결국 금리 인하에 대해서는 기대하기 어려워지는 상황이고, 미 공화당과 민주당이 부채한도 협상을 두고 싸우고 있다”며 “글로벌 투자자 입장에서는 중국 리오프닝에 따른 경기 회복을 기대하지만 낙수효과가 제한적이고, 글로벌 제조업 경기회복이 지연되고 있다”고 짚었다. 이 세 가지 ‘동상이몽’에 의해 5월 증시는 잘해야 ‘중립’ 수준의 주가 흐름을 보일 것이라는 게 윤 센터장의 설명이다.
윤 센터장은 5월 코스피 예상 밴드로 2300~2600을 제시했다. 동시에 ‘셀 인 메이’에 동의한다고 했다. 이미 이달 국내 증시가 2500선을 돌파한 상황이기에 상승 여력이 크지 않은 셈이다.
다음은 윤석모 센터장의 질의응답(Q&A) 전문이다.
◆5월 코스피의 상단과 하단을 지지하는 요인이 있다면요.
- 긍정적인 부분은 한국 수출일 것 같다. 4월이 -14%, 5월이 -20%로 5월에 바닥을 찍을 것으로 보고 있다. 5월을 바닥으로 4분기에는 플러스로 돌아서는 그림이다. 반도체, 자동차, 석유화학제품의 개별흐름과 유럽과 중국의 흐름을 감안하면 예상대로 가고 있다. 수출과 동행하는 건 이익 전망치다. 이익 전망치 역시 2분기가 바닥이 될 것으로 보인다. 어느 정도 바닥만 확인이 되고 바닥에서 추가적으로 다운사이드가 없다는 것만 확인이 된다면 그 부분이 분명히 플러스 요인이 될 것 같다. 반면 부정적인 부분은 미국의 부채한도 협상 관련된 부분인데, 미국을 중심으로 불확실성이 나타날 것 같다. 중국 경기가 빠르게 회복되지 않고 있다는 점도 마이너스 요인이다.
◆1분기 실적 평가와 2분기 실적 전망을 부탁드립니다.
- 1분기 실적은 생각보다 다들 선방한 것 같다. 물론 워낙 반도체와 석유화학 쪽이 코스피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보니 전체 코스피로 보면 안 좋은 것처럼 보이지만 개별 기업으로 보면 실적은 잘 나온 것 같다. 2분기가 실적 바닥이 될 것이라는 건 이미 다 알려진 사실이다. 그래서 2분기 실적이 시장 추정치를 대폭 밑돌지 않는 이상 큰 어닝 쇼크는 없을 것으로 본다. 이미 실적에 반영됐기 때문이다. 결국 3분기 이후 얼마나 바텀 아웃(bottom out) 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 될 것 같다.
◆에코프로를 앞세우며 2차 전지 업종이 강세를 보였습니다. 일부에서는 과열 우려까지 내놓기도 했는데요, 에코프로 급등 현상에 대해 어떻게 분석하십니까.
- 시장 전체로 봤을 때는 반도체 쪽이 워낙에 부진했었다. 또 외국인들도 계속해서 팔고, 수급의 공백 효과로 인해서 상대적으로 2차 전지 쪽으로 쏠림 현상이 있었던 것 같다. 2차 전지 쪽은 그에 비해서 인플레이션감축법(IRA)정책 수혜도 있었고, 성장에 대한 모멘텀도 있었다. 여기에 자동차 수출이 역대급으로 성장하면서 모든 여건이 좀 맞물렸던 것 같아요. 그럼에도 과열이 있었다고 보는 이유는 에코프로의 경우 지주사인데, 지주사는 자회사 가치의 적게는 30%에서 많게는 70%씩 할인을 받는다. 그런데 오히려 프리미엄을 받았다. 그런 점들을 감안하면 과열이 섞여 있었다고 생각하지만, 최근 들어 정상화되는 분위기인 것 같다.
◆반도체 업황 둔화로 2분기에 실적이 바닥을 찍을 것이라는 전망들이 나오는데요. 국내 대표 반도체주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가 전망은 어떻게 보시는지요.
- 단기 실적보다는 분명히 수급 상황들이 훨씬 더 중요할것 같다. 일단은 감산이 생각보다는 광범위하고 크게 나타나고 있어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3분기 이후 재고 감소가 확연하게 드러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관점에서 현재가 굉장히 좋은 매수 타이밍이라고 본다. 연말에는 충분히 ‘8만 전자’까지는 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2차 전지 이후에 국내 증시를 주도할 업종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성장 가시성이 높은 업종들을 추천해주신다면요.
- 탑다운 관점에서 보면은 금리 인상 종료 혹은 종료 이후의 시점인데, 연준이 금리 인상 종료 후에 보통 평균적으로 한 9개월 정도 이후에 이제 금리 인하를 시작했다. 그 기간 주도주를 살펴보면 대부분 방어주였다. 다만 우리나라 같은 경우는 방어주가 섞여 있는데, 실적 측면에서의 방어적인 성격을 갖고 있는 종목들이 강세를 보일 것 같다. 대표적으로 자동차, K-콘텐츠 관련주(미디어·엔터주), IT하드웨어 업종 전망을 좋게 보고 있다.
◆반면 투자에 신중해야 하는 업종을 꼽아주신다면요.
- 디스플레이 쪽은 수급성과 중국에 치이는 점을 고려하면 계속 안 좋을 것 같다. 은행주들도 펀더멘털은 견조하지만 상대적으로 유사 기업 그룹(피어그룹·Peer)이 고전을 하고 있어 이 두 가지 정도 섹터가 상대적으로 언더퍼폼(underperform·특정 주식 주가가 시장 평균 수익률 하회)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신용거래융자가 큰 폭으로 불어났습니다. 증권사에서 빚을 내 투자하는 ‘빚투’ 거래 비중을 뜻하는 신용잔고율이 10%를 넘는 종목이 올해 들어 곱절로 늘어나기도 했고요. 빚투 급증 현상에 대해 어떻게 진단하십니까.
- 신용 거래가 높은 종목들이 과거에 이제 역사적으로 보면은 수급이라든가, 혹은 주가 퍼포먼스가 안 좋을 때 투매가 나타났다. 레버리지 거래라는 게 항상 그렇지만 갖고 있는 돈 이상의 부채를 일으켜서 산 종목들이고, 그런 종목들이 만약에 심리적인 저항선 이상으로 빠져버리게 되면 투매가 이뤄진다. 투매가 또 투매를 일으키는 위험부담이 있다. 지금은 금리를 급격하게 올린 이후에 경기에 대한 리스크가 상당히 지금 다들 예민해져 있는 상황이다. 그런 상황에서 코스닥은 먼 미래의 수익을 주가에 반영하는 종목들인데, 실적이 뒷받침하지 않으면 투매가 나올 수 있는 리스크가 있어 실적 가시성이 높은 종목을 중심으로 트레이딩 할 필요는 있다고 본다.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퇴사직원에 축의금 30만원 줬는데…“답장 없어 씁쓸” 서운한 사장님 - 매일경제
- “데이트 때 동생에게 미안”…22세 샴쌍둥이, 편견에 맞선 ‘더불어 삶’ - 매일경제
- “월급 적지만 이것 때문에 버텼는데”…2030공무원들 ‘부글부글’ 왜? - 매일경제
- 박항서는 우승컵 2번이나 챙겼는데...베트남 축구팬 뿔난 이유는 [신짜오 베트남] - 매일경제
- ‘상위 1%’ 유튜버 연수입 7억1300만원...하위 50%는 40만원 - 매일경제
- 모르면 ‘영끌 재산’이 한순간에…전세계약 전 꼭 확인해야 할 ‘세가지’ - 매일경제
- “고금리에 집 사기 겁나는데”…중국인 집주인에 월세내려니 ‘허탈’ - 매일경제
- “내 보험금 제대로 받을 수 있을까?”…액수 커지자 보험사 ‘태클’ - 매일경제
- ‘민주당 돈봉투’ 이정근 왜 통화 녹음했나? 대답은...[법조 인싸] - 매일경제
- 토트넘·맨유 김민재 영입 경쟁…나폴리는 잔류 희망 - MK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