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롱고와 나영의 닮은 눈물’ 조상웅·강연정의 뮤지컬 빨래 [양형모의 일일공프로젝트 22]
-아날로그적 감성, 무대에 고향온 듯한 느낌
-조상웅, 몽골에서 온 대학생 ‘솔롱고’의 신선한 해석
-강연정, 대본에서 펑 튀어나온 듯한 ‘나영’
그동안 참 많이도 보아온 뮤지컬 ‘빨래’지만, 한 번도 지겨운 적이 없었던 작품이죠. 이 작품의 산모들인 추민주 작가, 민찬홍 작곡가에게 경의를 표합니다. 이쯤 되면 어지간히 통달할 만도 한데, 막상 보면 또 안 보이던 것들이 보입니다. 물론 시즌마다 빨래도 조금씩 손을 보고는 있지만, 그런 얘기는 아니고요. 친숙한 넘버들, 흥미진진 스토리에 끌려가다보면 놓치게 되는 소소한 재미들. 그런 것들이 빨래에도 분명 있거든요.
빨래는 넘버 하나 하나가 고소합니다. 숯불로 구워낸 고등어처럼 버릴 게 없죠. 넘버는 물론 대본에서 쉼표 하나 빼기도 싫습니다. 언젠가 언급한 적이 있지만, 음악적 암기력이 영 시원치 않은 저도 빨래와 몬테크리스토의 넘버들만큼은 이상하게 머릿속에 쟁여져 있습니다. 마이크 잡고 부를 수준은 아니지만, 속으로 흥얼흥얼 따라 부를 정도는 되는 것 같습니다. 당장 끄집어내 봐도 ‘서울살이 몇 핸가요?’, ‘안녕’, ‘어서오세요. 제일서점입니다’, ‘자, 건배!’, ‘참 예뻐요’, ‘빨래’, ‘책 속에 길이 있네’, ‘슬플 땐 빨래를 해’ … 줄줄이 사탕입니다.
암전도 잦은 편인데(이것도 요즘 트렌드와는 거리가 있죠), 이 암전마저 달콤하게 느껴집니다.
1막 엔딩 ‘비 오는 날이면’ 장면에서 배우들은 일제히 우산을 펴고 천천히 올렸다가 내립니다. 그저 배우들이 우산을 들고 올렸다가 내릴 뿐인데, 이게 뭐라고 눈이 반짝 뜨일 만큼 그렇게 멋있을까요.
제가 본 날에는 강연정 배우가 ‘나영’, 조상웅 배우가 ‘솔롱고’였습니다. 조상웅 솔롱고는 역대 솔롱고 중 ‘가장 몸이 좋은 솔롱고’가 아닐까 싶군요. 첫 등장씬에서 운동으로 다져진 팔뚝을 보며 ‘공장일이 빡세긴 빡센 모양이구나’하고 웃었습니다.
조상웅 솔롱고는 조금 달랐는데요. 사실 솔롱고는 몽골에서 대학을 다니던 친구입니다. 그것도 러시아문학을 전공할 정도니 옛날식 표현으로 하자면 ‘먹물’인 거지요. 몽골에서 돈을 벌기 위해 한국에 온 불법체류 해외노동자이기 전에 그는 순수하고 착하면서 명석하고 지적인 청년인 것입니다.
조상웅 솔롱고에게서는 바로 이 점이 잘 보였습니다. 대사 톤, 표정, 외모 모든 것이 솔롱고가 지닌 내면의 가치를 조금씩 비추고 있었지요. 그래서일 겁니다. 나영과 시비가 붙은 취객 두 명을 말리다가 구타를 당하는 솔롱고의 아픔이 이날따라 더 큼직해 보였거든요.
강연정 배우의 나영은 상상했던 딱 그대로였습니다. 대본 속에서 펑 튀어나온 듯한 표정을 가진 배우죠. 웃는 상인데, 어찌 보면 또 우는 상입니다. 파주 창고에서 일하고 돌아와 주인할매, 희정엄마 앞에서 대성통곡하는 씬은 제가 좋아하는 장면인데, 강연정 배우는 정말 코가 빨개지도록 열연했습니다. 그 모습이 너무 귀엽고 웃음이 난 덕에 슬픔이 밝아져 좋더군요. 빨래는 이래야죠.
빨래를 보고나면 오징어에 맥주 한잔 하고 싶어집니다만, 요즘 오징어 값이 너무 올랐습니다 … .
양형모 기자 hmyang0307@donga.com 사진제공 | 씨에이치수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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