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은 여전히 살아있다

조창완 북 칼럼니스트 2023. 5. 7.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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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도 생물이다.

한국전쟁을 내부적 관점에서 항미원조(抗美援朝·미국에 맞서 북한을 도움)라고 이름했다가 그 위상을 끊임없이 변화시켰다.

1958년 10월 문을 연 이곳은 중국의 관점에서 한국전쟁을 풀어낸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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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인 관점에서 한국전쟁을 바라본 백지운 교수의 《항미원조》

(시사저널=조창완 북 칼럼니스트)

역사도 생물이다. 이 땅에서 권력에 따라 중화를 쫓던 이들은 일본을 향하다, 미국을 향했다. 이는 중국도 마찬가지다. 한국전쟁을 내부적 관점에서 항미원조(抗美援朝·미국에 맞서 북한을 도움)라고 이름했다가 그 위상을 끊임없이 변화시켰다. 중·소 갈등과 펑더화이 숙청, 문화혁명, 미·중 수교부터 지금의 미·중 패권전쟁까지 대외적 변주를 피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중국을 중심으로 동아시아 탈냉전의 맥락에서 문화 지식담론을 펼친 백지운 교수의 《항미원조》는 수많은 정치적·외교적·문화적 상상을 불러일으키는 책이다. 아울러 관련 역사는 물론이고, 영화나 드라마 등으로 확장 욕구를 불러일으킨다.

두만강 철교를 보기 위해 중국 단둥을 찾는 한국인들이 쉽게 들를 수 있음에도 잘 가지 않는 곳이 있다. 바로 항미원조기념관(抗美援朝纪念馆)이다. 1958년 10월 문을 연 이곳은 중국의 관점에서 한국전쟁을 풀어낸 곳이다. 하지만 단둥을 찾은 중국인들은 대부분 이곳을 찾는다. 인민해방군 절반의 전력인 연인원 240만 명이 넘게 참여하고, 42만6000명이 넘는 희생자를 낸 만큼 중국인민지원군의 가족 친지도 적지 않겠지만, 그래도 중국에는 세계 최강 미국과의 전쟁에서 무승부를 기록한 자부심이 있기 때문이다.

반면에 한국에서는 인해전술이라는 약간의 경멸을 담아 중국의 참전을 말한다. "종전선언에서 중국을 배제해야 한다는 사고는 어디서 온 것일까. 물론 거기에는 '사드 논란' 이후 한국 사회에 증대한 반중 감정 탓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근원적으로는 우리의 무의식 어딘가에 잠복한, 한국전쟁에서 중국의 존재를 적으로도 인정하고 싶지 않은 모종의 뒤틀린 타자 의식에서 비롯된 것인지 모른다"고 저자는 본다.

항미원조│백지운 지음│창비 펴냄│388쪽│2만2000원

한눈에 보는 한-중 전쟁사

하지만 수많은 희생을 치른 한국전쟁이 중국에 먼 일은 아니다. 시대에 따라 관련한 수많은 영화와 드라마가 만들어졌고, 중국 내부와 외부 상황에 따라 관점에도 변화가 있었다. 저자는 이 콘텐츠들을 비교적 공정한 시각에서 바라보고, 맥락을 소개하려 애썼다. 책을 읽으면 꼭 챙겨보고 싶은 콘텐츠도 있을 것이다. 영화 《38선의 여병》, 드라마 《펑더화이원수》, 드라마 《압록강을 건너》, 영화 《장진호》와 《금강천》 등이다.

중국에서 한국전쟁을 다룬 콘텐츠가 궁금한 것은 결과적으로 중국인들의 한국관에 큰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중공군이 영화 《똘이장군》이나 인해전술이라는 용어 등으로 인지된 것이 주는 파생력을 생각해 보면 간단하다. 하지만 중국 입장에서 한국전쟁은 해방된 지 1년 만에 만나야 했던 심각한 당면과제였고, 수많은 희생이 따른 자신들의 전쟁이었다. 전쟁 후반 가장 치열했던 상감령전투는 1956년 만들어진 영화 《삼감령》에 사용된 《나의 조국》이라는 노래로 각인됐다. 책을 통해 복잡했던 중국 내부 정치의 이면도 볼 수 있다. 특히 한국전쟁 총사령관이었던 펑더화이의 정치적 굴곡도 흥미롭게 펼쳐진다. 저자는 중국 역사에서 이 전쟁이 '이율배반적인 존재'나 '기억의 유배 상태'라고 정의한다. 미국을 상대로 2년9개월을 싸워 정전을 이끈 전쟁에 대한 지속적인 재정의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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