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우주-르포] "고도 550km까지 안전하게 모시겠습니다!'
[아이뉴스24 정종오 기자] “탑재를 환영합니다. 차세대소형위성 2호님을 비롯해 져스텍, 루미르, 카이로스페이스 큐브위성님과 도요샛 4기님의 탑재를 다시 한 번 환영합니다. 저는 여러분을 모시고 고도 550km까지 우주로 비행할 한국형발사체 누리호입니다.
우리는 그동안 두 차례 발사했고 2차 발사에서 성능검증위성을 안전하게 궤도에 올려놓았습니다. 이번 발사는 3차 발사로 ‘진짜 손님(실용위성)’인 여러분을 모시고 비행을 하게 돼 기쁩니다.
오늘 기상상황은 대체로 양호할 것으로 보이는데 지상풍과 고층풍이 다소 강하게 불 수 있어 흔들림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고도 550km에 이를 때까지 고정된 자리에서 안전벨트를 단단히 매시고, 편안한 여행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발사이후 약 783초 쯤 고도 550km에 도착하며 먼저 차세대소형위성 2호님이 우주로 여행을 시작합니다. 이후 803초에 져스텍, 823초에 루미르, 843초에 카이로스페이스 큐브위성님이 20초 간격으로 우주로 나섭니다.
마지막으로 한국천문연구원의 도요샛 4기님이 863초에서 924초 사이에 차례로 우주와 만날 예정입니다.
아무쪼록 누리호와 함께 안전하고, 행복하고, 편안한 우주여행이 되기를 바랍니다.”
오는 24일 오후 6시24분. 고흥 나로우주센터 제2발사대에서 누리호 3차 발사가 시작된다. 발사를 앞두고 지난 3일 고흥 나로우주센터에서 출입 기자들을 대상으로 사전 설명회가 열렸다.
나로호부터 누리호 1, 2차 발사까지 이곳 나로우주센터는 그야말로 우리나라 우주개발의 본 고장이다. 땅끝 마을 해남과 비슷한 위도에 있다.
◆고흥 나로우주센터는 지금 정중동….=고흥 나로우주센터는 남쪽 끝에 있다. 서울에서 순천역에 도착하고 나서도 1시간 30분 정도 버스를 타고 가야 하는 곳이 나로우주센터이다. 3일 오후 1시쯤 도착했을 때 나로우주센터는 짙은 구름과 함께 비가 내리고 있었다.
바다 바로 앞에 구축돼 있는 발사대도 뿌연 안개를 싸여 있었다. 바람은 강하게 불지 않아 바다 물결은 잔잔했다. 고기를 낚는 어선이 몇 척 지나가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이날 설명회는 간단한 발사계획 브리핑을 시작으로 발사체조립동, 3단 위성이 탑재돼 있는 위성보관동, 이어 제2 발사대를 직접 찾아 현장 책임자들의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나로우주센터는 조용한 가운데 바삐 움직이는 손길을 느낄 수 있었다. ‘정중동(靜中動’의 상태였다. 건물밖엔 사람들이 보이지 않아 고요했다. 건물동으로 들어서면 발사를 앞두고 수많은 연구원들의 손발이 바삐 움직이면서 동적이었다. 연구원들의 얼굴에는 기대감과 함께 긴장감이 묻어 있었다.
발사체조립동에 들어서는 순간 1, 2단이 결합된 웅장한 누리호를 만났다. 총 중량 200톤, 길이 47.2m, 최대 탑재중량은 1.5톤에 이른다. 위성을 싣는 개수와 무게에 따라 탑재중량은 달라진다.
누리호에 새겨져 있는 ‘대한민국’이란 글자가 선명히 다가왔다. 조립동 정면에는 대형 태극기가 걸려 있었다. 우리나라가 직접 만든 순수 발사체라는 자부심을 느낄 수 있었다.
나로호 때 러시아로부터 전수받은 기술, 우리나라가 순수 제작한 부품, 시행착오를 거친 경험, 실패와 성공을 통한 노하우 등 그동안의 모든 노력이 총집결된 발사체조립동.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가 발사를 앞두고 길게 누워 숨을 고르고 있었다.
고정환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 한국형발사체고도화사업단장은 “지난 1, 2차 발사 때와 달리 이번 3차 발사는 말 그대로 실제 ‘손님(실용 위성)’을 모시고 우주 궤도에 투입하는 임무를 수행하는 것”이라며 “안전하게 ‘손님’을 제 궤도에 올려놓는 게 성공의 관건”이라고 말했다.
◆실용급 위성 발사체로서 첫 데뷔전 치르는 누리호=고 본부장의 말대로 이번 3차 발사는 누리호가 본격적으로 ‘실용급 위성 발사체로서의 첫 데뷔전’을 치르는 매우 중요한 순간이다.
이번에 성공하면 누리호는 우주로 여러 ‘손님’을 안전하게 실어 나르는 우주 수송수단으로 전 세계에 각인된다. 본격적으로 상업 발사체로 자리 잡는다.
1차 발사는 위성모사체를 탑재한 채 비행했다. 본궤도에 들어서기 전 3단 엔진이 빨리 꺼지면서 속도가 나지 않아 실패하고 말았다. 2차 발사 때는 성능검증위성을 실었다. 정확한 궤도에 올려놓으면서 마침내 성공했다.
1, 2차 발사는 ‘위성모사체’ ‘성능검증위성’ 등에서 알 수 있듯 완성된 발사체의 기능을 수행하기 전 시험비행이었던 셈이다. 이번 3차 발사는 누리호가 앞으로 상업용 발사체의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지를 직접 확인하는 자리이다.
이번 누리호 3차 발사에는 차세대소형위성 2호를 비롯해 부 탑재위성 7기 등 총 8기의 위성이 실린다. 550km 고도에서 차례로 우주로 나선다.
발사체조립동 옆에 있는 위성보관동에는 3단에 관련된 위성이 탑재되는 과정을 거치고 있다. 먼지 하나 침투 없이 운영되는 ‘클린룸’에서 차근차근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클린룸은 일반인 출입이 엄격히 통제된다. 창문 너머로 위성 탑재체를 볼 수밖에 없었다.
장영순 항우연 한국형발사체고도화사업단 책임연구원은 “누리호 3단에 탑재 위성이 모두 장착되면 발사체조립동으로 옮겨 이미 결합돼 있는 누리호 1,2단과 최종 조립한다”며 “이어 발사 전까지 모든 기체에 대한 점검을 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미리 보는 누리호 3차 발사 과정은?=누리호 3차 발사는 오는 24일 오후 6시24분, 나로우주센터 제 2발사대에서 시작한다. 지상풍과 고층풍, 낙뢰와 구름, 우주물체 충돌 가능성 등 모든 위험 요소를 파악한 뒤 문제가 없다면 이 시각 발사한다. 만약 이날 발사가 연기되면 발사 예비일인 25~31일 중에 발사한다.
예정대로 이날 누리호를 발사하면 125초 뒤에 누리호는 고도 65km에 도달한다. 1단이 분리된다. 이어 발사 234초 뒤, 고도 204km에서 페어링 분리, 272초 뒤인 고도 258km에서 2단이 떨어져 나간다.
이 과정이 순조롭게 진행되면 발사 783초 뒤 누리호는 고도 550km에 도달한다. 목표한 궤도에 안착한다. 자세를 잡은 뒤 차세대소형위성 2호가 우주로 먼저 나선다. 발사 803초 이후 20초 간격으로 져스텍, 루미르, 카이로스페이스 큐브위성이 사출된다.
마지막으로 발사 863~923초 사이에 한국천문연구원이 만든 도요샛 4기가 차례차례 우주로 여행을 시작한다.
◆‘여명-황혼 궤도’를 돌다=이번에 우주에 배치되는 차세대소형위성 2호는 이른바 ‘여명-황혼 궤도’를 돈다. ‘여명(Dawn)’과 ‘황혼(Dusk)’이란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이 궤도는 묘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여명-황혼 궤도’는 태양 쪽에서 지구를 봤을 때 왼쪽은 오전 6시, 오른쪽은 오후 6시 궤도로 24시간 태양을 볼 수 있는 궤도이다. 해당 궤도를 도는 위성은 태양을 언제나 마주보고 있어 위성이 에너지를 얻을 수 있는 최적의 궤도인 셈이다.
차세대소형위성 2호기는 빛과 구름에도 영향을 받지 않는 영상 레이더로 지구를 관측하고 우주방사선을 파악하는 임무를 수행한다.
차세대소형위성 2호기를 개발한 장태성 한국과학기술원(KAIST) 인공연구소 차세대소형위성2호 사업단장은 “여명-황혼 궤도는 태양동기궤도로 태양에 24시간 노출된다”며 “영상레이더 탑재체는 전력을 많이 이용하는데 태양에 상시 노출되면서 이 궤도는 전력 생산에 최적의 궤도”라고 설명했다.
천문연이 개발한 도요샛 4기는 우주 날씨를 파악하기 위한 관측 위성이다. 도요샛 4기는 일렬로 늘어서 비행하는 종대 비행과 옆으로 나란히 관측하는 횡대 비행으로 우주날씨에 대한 시간, 공간적 변화를 관측할 계획이다.
이상률 항우연 원장은 “그동안 1차 실패와 2차 성공 등 누리호는 실패와 성공을 거듭하며 많은 기술적 노하우를 축적했다”며 “이번 3차 발사가 성공적 결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남은 시간 동안 긴장을 놓지 않고 철저히 점검하고 준비하겠다”고 전했다.
한편 이번 누리호 3차 발사에는 한국형발사체 고도화 사업 체계종합기업으로 선정된 한화에어로스페이스도 참여한다. 항우연으로부터 누리호 기술과 노하우를 전수받는다. 4차 발사부터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본격적으로 누리호 발사와 운용에 참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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