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손님' 8명 싣고 우주 향하는 누리호…24일 다시 난다
무중력 상태서 '위성 사출' 관건…차세대 발사체 개발
"1, 2차 때는 발사체의 성능 검증이 최우선 목표였지만, 이번 3차 발사는 처음으로 손님을 맞아 우주로 모셔다 드리는 것이기 때문에 '서비스 마인드' 측면에서 가장 큰 차이가 있지 않을까 싶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고정환 한국형발사체개발사업본부장은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 3차 발사의 특징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지난 3일 전남 고흥군 소재 나로우주센터에서 열린 현장 설명회에서 기자들의 질의에 고 본부장이 이렇게 답한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오는 24일 발사를 앞둔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II)는 이번 3차 발사에선 실용위성 8기를 싣고 우주로 향한다. 앞서 진행된 1, 2차 발사는 시험비행(Test Flight) 성격으로 발사됐다. 누리호에 탑재한 위성 중 일부만 실용이었고, 나머지는 누리호가 실을 수 있는 최대 무게를 가늠하기 위한 모형들이었던 셈이다.
자동차 실험에 비유하면 충돌 테스트의 경우 통상 마네킹을 싣고 진행하지만, 실제 자동차가 출시된 이후엔 사람이 탑승하기 때문에 더 이상의 실험은 존재할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다. 이 때문에 실용위성들의 입고가 속속 진행되고 있는 나로우주센터에는 항우연 연구진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관계자 등 100여명이 함께 막바지 집중 점검을 반복하고 있다.
우리 기술, 우리 손으로 독자 개발 '누리호'
고 본부장은 현재 우리나라 우주산업의 최대 숙원 사업 중 하나로 한국형 발사체의 성공을 꼽았다. 지구 주위를 일정한 속도로 돌면서 통신, 레이더, 학술 연구 등을 수행하는 위성의 경우엔 우리나라도 지난 1992년 8월 우리별 1호 개발에 성공하며 우주시대를 열었다. 위성 개발 시기가 우주산업 선진국들에 비하면 다소 늦었지만 발사체에 비하면 그나마 이른 편이다.
2000년대 이전 위성 개발에 성공했음에도 불구하고 발사체 개발이 늦어지면서 우리나라는 그동안 러시아, 미국 등 다른 나라의 발사체에 우리 위성을 태워 우주로 보내는 등 설움 아닌 설움을 겪었다는 전언이다. 우주항공업계에 따르면 최첨단 기술의 집약체인 발사체 기술 만큼은 그 어느 나라도 순순히 기술 이전의 문을 열어주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독자 기술 개발 이외 딱히 방법이 없었고, 위성 개발 후 약 30년이 지난 지금에야 한국형 발사체의 실전 발사에 도전하고 있는 것이다.
항우연이 개발한 누리호는 길이 47.2m, 무게 200톤의 발사체로 최대 직경은 3.5m에 이른다. 총 3단으로 구성됐는데, 발사체의 가장 하단에 위치한 1단에는 75톤급 액체엔진 4기, 2단에는 75톤급 액체엔진 1기가 있다. 실용위성들과 함께 우주로 향하는 3단에는 7톤급 액체엔진 1기가 설치돼 있다.
누리호는 오는 24일 18시 24분(오차±30분)에 동경 127.53도, 북위 34.43도에 위치한 나로우주센터에서 발사될 예정이다. 1, 2차 때와 달리 기상 악화 등 변수가 발생해도 발사 시간을 늦추거나 앞당기는 것은 불가능하다. 실용 위성들의 궤도 안착과 향후 가동 일정 등을 고려해 결정된 시간인 만큼, 당일 변수가 발생하게 되면 시간을 미루는 대신 발사 날짜를 재조정해야 한다고 고 본부장은 전했다.
위성 이송, 고정밀 타이밍 관건…실전 기술력 증명해야
이날 현장 설명회는 발사체가 누리호 발사에 대한 총괄 지휘를 담당하는 발사지휘센터(MDC)에서부터 시작해 발사체 조립동, 위성 조립동, 발사대 등 순으로 진행됐다. 최종적으로 누리호가 8기의 실용위성을 싣고 오는 24일 발사되는 시점을 기준으로 1, 2단 추진체 이송과 3단과 위성의 연결, 발사대로 상차 작업 등을 각 시간별로 역산해 계획을 짜놓은 상태다.
발사체 조립동에는 아직 연료가 주입되지 않은 상태로 누리호 발사체의 외형이 보관되고 있었다. 이 곳에선 발사체 조립 현황과 발사 날짜가 다가올수록 향후 조립 과정 등에 대한 설명이 이어졌다. 특히 위성을 싣고 있는 부분에서 페이로드 페어링(payload fairing)이라 불리는 상단부의 뾰족한 덮개는 1단 추진체가 연소 후 분리된 다음 2단이 점화돼 비행 중에 열리게 된다. 비와 습기, 먼지 등 지상 환경에서부터 위성들을 보호하고 나아가 누리호가 지구 대기권을 통과하는 동안 공기와 마찰로 인해 발생하는 열과 압력을 견디는 역할을 하는 셈이다.
2단 연소 도중 페어링의 분리 역시 오차 없이 정확한 타이밍에 이뤄져야 하기 때문에 고도의 기술에 속한다. 원유진 책임연구원은 "페어링 부위에 미리 소량의 화약을 설치해 정확한 타이밍에 터뜨려 이를 분리시키는 방식으로 진행하고 있다"며 "2009년 나로호 1차 발사 때 페어링 하나가 분리되지 않아 위성의 궤도 진입이 실패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이번엔 2차 발사 때처럼 성능검증 위성이 실용 큐브 위성들을 분리시키는 게 아니라 누리호에서 직접 수행해야 한다는 측면에서 더 정밀한 기술력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누리호, 실용 위성 8기 총괄…실전 발사 통한 반면교사
페어링 분리와 함께 연이어 진행되는 8기의 실용 위성들이 무중력 상태인 우주 공간으로 퍼져 나가는 과정도 만만치 않다. 이번 3차 발사에 탑재되는 위성의 경우, 한국과학기술원(KAIST)이 개발한 차세대 소형위성 2호가 주탑재 위성이다. 아울러 한국천문연구원이 만든 큐브 편대위성 도요샛 4기, 민간기업 카이로스페이스, 져스텍, 루미르가 개발한 큐브위성 각각 1기 등이 부탑재 위성에 해당한다.
누리호가 첫 손님으로 맞은 8기의 실용위성을 우주 공간이라는 목적지까지 이송하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기 위해선 계획된 장소에서 각 위성들의 정상적인 작동까지 마무리돼야 한다. 고 본부장은 "누리호 3단의 연소가 종료된 직후 모든 위성을 분리시켜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위성들이 충돌하지 않도록 20초 간격으로 분리할 계획"이라며 "3단 발사체 또한 위성을 사출하고 나면 작용‧반작용 원리에 의해 반대쪽으로 영향을 받는데, 3단 발사체도 중간 중간 자세를 제어하면서 이 정밀한 작업을 진행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언뜻 보기엔 단순한 작업으로 보일 수 있는 누리호의 실용위성 운반이 쉽지 않은 결정적인 이유는 따로 있다. 대다수 기계, 공학 등 사례와 달리 우주산업의 경우엔 엄밀히 말하면 '똑같은 조건에서 실험'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발사 전까지 아무리 실험을 반복한다고 해도 이는 지구 표면의 중력을 전제로 진행되는 실험일 뿐, 지구 대기권을 돌파한 발사체가 실제로 맞닥뜨리는 무중력 상태의 우주 환경과는 매우 다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고 본부장은 "정확히 말하면 우주산업은 똑같은 실험을 해보지 않고서 시도하는 행위"라며 "그런 의미에서 누리호의 1, 2차 발사가 큰 비용을 들인 실험의 일환"이라고 했다. 결국 불완전한 상황일지라도 실제 우주를 향해 발사체를 쏘아 올린 후 그 과정에서 추가적인 결함 등을 점검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후 이어지는 2‧3차 실험 등에 이전 교훈을 반면교사로 삼아 성장하는 구조인 셈이다.
비는 괜찮은데, 강풍은 변수…발사대까지 첩첩산중
오는 24일 발사를 앞두고 8기의 실용위성들은 이미 나로우주센터에 모두 입고된 상태다. 위성 조립동에서는 8기의 실용위성과 발사체 3단과의 정밀한 조립 여부가 관건이다. 항우연 입장에선 이전까진 발사체의 성공 여부에 집중했지만, 결국 발사체 누리호의 최종 목적 역시 손님으로 태운 8기 위성의 안전한 이송 작업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장영순 책임연구원은 "가장 우려 되는 부분을 꼽으라면 혹시라도 조립 과정에서 위성이 미세한 타격을 받아 영향이 있지 않을까 하는 것"이라며 "향후 1~2주 정도 위성 조립 작업이 진행되는데 위성들을 다룰 때 촉각이 곤두설 수밖에 없다"고 했다.
누리호 발사체 조립과 탑재될 위성들에 대한 모든 점검이 끝나면 최종적으로 누리호는 발사 당일 우주센터의 가장 높은 산꼭대기에 위치한 발사대로 이동한다. 우리나라 독자 기술로 개발한 누리호의 75톤급 액체엔진은 1,2차 발사를 통해 연소불안전 등 기술적 장애물은 뛰어 넘은 상태다. 당일 기상 악화와 외부 돌발 변수만 발생하지 않으면 누리호의 계획된 일정대로 발사는 큰 무리가 없다는 분위기다.
발사대 작업을 총괄하고 있는 강선일 책임 연구연은 비가 내릴 경우 발사 일정 변동 가능성에 대해 "사실 비는 발사 여부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데, 통상 비가 내리면 번개를 동반하기 때문에 그런 부분이 변수"라며 "특히 가장 크게 영향을 주는 건 바람이다. 누리호 발사 직전 약 5초 정도는 발사체를 지탱하던 구조물이 풀리고 가장 취약한 상황에 놓이는데 이때 강풍이 불면 목표 궤도가 틀어질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시작은 미약했지만 끝은 창대"…7대 우주강국 꿈 '성큼'
이번 3차 발사는 한국형발사체 고도화 사업의 하나로 누리호 조립 절차에 민간 기업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도 참여한다. 고도화 사업은 발사체의 반복 발사와 민간 기술이전을 통해 기술의 신뢰성을 높여 궁극적으로는 우리나라 역시 민간 우주항공산업을 발전시키겠다는 계획이다.
미국의 경우에도 초창기엔 정부 주도로 나사(NASA)가 기술 개발 등을 이끌었지만, 최근엔 일론 머스크의 민간 기업 스페이스X 등이 우주개척에 뛰어든 상태다. 우리나라는 이번 3차 발사에 이어 향후 2025년 4차, 2026년 5차, 2027년 6차 발사 등 추가 실험을 성공시키면서 발사체 기술의 안정화를 증명하겠다는 계획이다.
발사체 기술을 완전히 섭렵한 이후에는 우주 및 달 탐사를 위해 차세대 발사체 운영을 꿈꾸고 있다. 오는 2032년까지 달 착륙선을 이용해 달 탐사, 2045년까지는 화성 착륙 등 7대 우주강국으로 도약하겠다는 방침이다. 항우연 관계자는 "변변찮은 산업도 없이 허허벌판에서 시작한 우리나라가 지금처럼 반도체 강국이 될지 당시 누가 예상했겠냐"며 "이미 우주정거장까지 확보한 선진국들에 비하면 아직 미약한 건 사실이지만 지속적인 관심과 투자가 있다면 우주강국 꿈은 단순히 꿈이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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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CBS노컷뉴스 이정주 기자 sagamore@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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